미국발 관세 전쟁 시즌 2
– 이번엔 특허에 세금을 매긴다?

 

관세 전쟁이 끝나면, 그다음은 특허 전쟁?

 

 

미국발 관세 전쟁의 후속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바로 특허 세금 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의 마무리 국면에서 그다음 행선지를 적극 모색하는 모양이다.

 

미국은 일본과 EU와 차례로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 기업에게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국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이 바로 레버지리로 이용할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서 그동안 쌓인 무역 적자를 만회하고 다른 나라의 현금 유동성까지 모두 흡수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한국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세부 조건이나 방식에 대해 진통 중에 있고 No Deal 선언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협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원조 대가와 치열한 줄다리기이자 치열한 수싸움을 반복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 미국 현지 투자

 

 

정부의 투자 협상과 별론으로, 글로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미 투자를 늘리는 거시적인 방향은 일관된다. 변할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배터리), 현대자동차 그룹(자동차) 등과 같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기업들은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미국 현지 공장을 확대 중이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부지를 매입하고, 새로운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건설하는 투자 방식 중 하나

 

시장의 중요성에 비례하여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커지기 마련이다. 미국 시장을 향한 야심만큼 CAPEX 지출을 키우고 현지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부가적 이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 투자는 설비에 투자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의 투자 규모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10만 전자를 향해 다시 심기일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특허 건수는 약 10만 건에 육박할 정도의 막대한 규모이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미국 특허의 보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렇게 IP 투자 비용도 해당 시장의 중요성에 비례해서 모두 늘어난다.

 

 


 

 

특허에도 세금을 매긴다?

 

 

최근 WSJ 등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는 특허 수수료 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다. 특허의 가치에 비례하여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다. 앞으로 특허 가치에 따라 연 1~5%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특허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특허의 실질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정액제 구조를 채택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가령 보유하고 있는 특허 수에 비례하여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백억짜리 특허든, 사실상 가치가 없는 특허든 똑같이 취급되지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면 앞으로는 가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이 보유하고자 하는 특허 가치에 비례하여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핵심 사업을 보호하고 있는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타격은 더욱 커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 소송 한 번으로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을 지불하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그 합의금과 비슷한 규모로 특허 가치가 산정된다면 기업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군침이 나는 수익원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세금과 닮은 구조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을 생각해 보자.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수록 취득세, 보유세 등이 높아지는 구조를 가진다. 부동산 가치가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이다. 개편되는 특허 세금 체계는 이러한 구조와 비슷하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이 올라가듯, 특허의 가치가 크면 세금도 커진다는 논리다. 특허도 자산의 가치를 가지므로, 특허 유지를 위해서는 부동산과 같이 특허 유지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한다는 것도 일단 설득력을 가진다.

 

 


 

 

왜 특허 가치는 평가하기 어려울까:
기술 혁신의 속도와 시장의 성장 속도의 차이

 

 

다만, 특허 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본다면 제도 개선이 상당한 진통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은 시세가 분명한 반면, 특허 가치는 미래 가능성이라 훨씬 더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거래 가격 중심으로 시장가치가 결정되는 부동산과 달리, 특허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추상적이고 일률적으로 정해지기 어렵다.

 

오히려 기업 가치의 산정의 방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발생시키는 미래 수익 Potential이 기업의 가치에 반영되는 것과 같다. 높은 성장성을 가지는 Rising Star 기업에는 업종 평균보다 높은 PER을 부여하여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하거나, 현재 매출(수익)이 없더라도 미래에 시장을 독점할 기술을 가지거나 BM을 가지고 있다면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시장에서 팔란티어와 테슬라가 AI 산업에서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여 현재의 매출 수준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고평가 논란은 항상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특허 제도는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보상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술의 혁신 속도와 시장의 성장 속도는 다르고 그 시차로 인해 특허의 가치도 달라진다.

 

그 혁신의 성과는 내일 바로 나타날 수 있지만, 시대를 앞선 혁신 기술은 10년이 지난 뒤에야 꽃이 피기도 한다. 꽃이 피지 않고 기다림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개발자가 좋은 발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시장에서 언제나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같이 출시와 함께 시장 반응이 뜨거운 제품도 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장된 기술과 제품도 많다. Meta가 사명까지 바꾸며 집중하고자 했던 메타버스, VR 기기는 혁신적 기술이 담긴 제품이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이렇게 시장성이 없는 기술은 언제나 밀려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 제도는 특허권자에게 최장 20년간의 기다림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 기다림의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 버린 천재 발명가들은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더 많은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 특허 유지료는 그 기다림의 지불하는 보험료이기도 하다.

 

발명의 가치는 시대를 한 발짝 앞서서 시장의 성숙을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술 자체가 대단한 경우도 높은 가치를 가지지만, 시장의 가치가 특허의 가치에 녹아든다.

 

Buyer와 Seller의 입장은 언제나 다르다. 특허 가치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려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같은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의 가치는 일률적이기 어렵다.

 

 


 

 

변화의 중심에서, 기업의 대응 전략은?

 

 

다수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들은 새로운 특허 제도가 도입된다면 그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단순히 특허를 보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 시장 가치와 혁신 잠재력을 반영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특허 과세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기업은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 우리 특허는 정말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 특허 세금 시대에 맞는 절세와 특허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은 무엇일까?

 

이제는 특허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금 전쟁의 무대가 펼쳐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