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딸각’하면 나온다고요?
1초를 위해 2천 번을 버립니다”
촬영도 배우도 없다

“이 영상은 100% AI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흔해진 문구다. 하지만 허준호 감독의 작품 <학교 맹글라>를 본 관객들은 그 문구 앞에서 잠시 멈칫하게 된다. 거친 파도가 치는 섬마을, 책상을 내리치며 학교를 지어달라고 절규하는 노인,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이 생생한 질감과 묵직한 감정이 정말 ‘기계’가 만든 것일까?
패션업에 종사하다 AI 크리에이터로 전향한 지 불과 3개월. 허준호 감독은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들로 뉴욕, 할리우드, 로마, 도쿄 등 국제 영화제를 휩쓸며 단순한 ‘크리에이터’를 넘어 ‘국제적으로 공인된 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허 감독은 “AI는 나의 배우이자 스태프일 뿐, ‘컷’을 외치고 장면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AI 제작 영화 <학교 맹글라>… 국제 영화제 싹쓸이
허 감독의 대표작 <학교 맹글라>는 완도에 사는 노부부가 다문화 가정의 손주를 위해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교육청에 호소하는 이야기다.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이 소재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영화제를 강타했다.
그 성과는 실로 놀랍다. 이 작품은 ‘2025 서울 국제 AI 영화제(SIAFF)’에서 영예의 대상(Grand Prize)을 거머쥐었으며, ‘오니로스 필름 어워즈 뉴욕(Oniros Film Awards – New York)’에서는 ▲베스트 AI 필름 ▲베스트 뮤직비디오 ▲베스트 영감(Inspirational) 필름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 국제 영화제(NYIFA) 파이널리스트, 도쿄·로마·베이징·동남아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Official Selection)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KACES) 원장상을 수상하며 안팎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특히, 세계 최대 AI 영화제 중 하나인 ‘크로마 어워즈(Chroma Awards)’에서는 팝&아시아 팝 부문 TOP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IMDb가 인증한 감독

허준호 감독에게는 최근 또 하나의 특별한 타이틀이 생겼다. 바로 전 세계 영화·드라마 정보의 기준이 되는 IMDb(Internet Movie Database)에 공식 감독으로 등재된 것이다.
IMDb는 개인이 원한다고 프로필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공신력 있는 영화제 수상 내역과 공식 크레딧이 검증되어야만 기록되는 글로벌 산업 데이터베이스다. 허 감독의 프로필에는 현재 <학교 맹글라>의 수상 내역과 함께 ‘Best Music Video WINNER’, ‘Best AI Film WINNER’ 등의 공식 타이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처음에는 저도 방구석에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IMDb 등재는 제가 단순히 AI 툴을 다루는 테크니션을 넘어,
‘서사’를 만드는 연출자로서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았다는 뜻이니까요.”
허준호 감독의 AI영화 제작 비결: “음악이 먼저, 영상은 거들 뿐”
허 감독의 작업 방식은 일반적인 AI 크리에이터와 다르다. 보통은 스토리보드를 짜고 영상을 만든 뒤 음악을 입히지만, 그는 ‘음악’을 가장 먼저 만든다.
“저는 영상 전공자가 아니라서 사운드 디자인에 약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예 노래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죠. 클로드(Claude)와 함께 가사를 쓰고, 수노(Suno)로 최백호 선생님 스타일의 호소력 짙은 노래를 먼저 만듭니다. 그 노래의 가사와 리듬이 곧 저의 콘티이자 연출 가이드가 됩니다.”
그의 워크플로우는 치밀하다.
제미나이(Gemini)나 챗GPT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이 곡의 감정에 맞는 5초 단위 키 이미지를 묘사해줘”라고 요청한다. 여기서 나온 프롬프트를 미드저니(Midjourney)와 나노바나나(Nano Banana)에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특히 캐릭터의 얼굴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나노바나나’ 툴은 그의 페르소나를 완성하는 핵심 도구다.
“AI는 요술 방망이가 아닙니다.”
AI 영상 제작은 흔히 ‘딸각’ 한 번이면 끝나는 자동화 작업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과정은 정반대에 가깝다. 짧은 장면 하나를 위해 수백, 수천 개의 결과물이 생성되고, 그중 어떤 컷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제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성 자체는 AI가 담당하지만, 감정의 방향과 메시지에 부합하는 장면을 선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에 의존한다.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영상은 현실과 유사할수록 ‘불쾌한 골짜기’나 익숙한 클리셰에 빠지기 쉬운데, 이를 극복하는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서사의 밀도다.
기술의 장벽이 낮아질수록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량은
‘얼마나 잘 생성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선택과 해석의 책임을 인간에게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기술은 50%를 자동화한다, 나머지는 인간의 몫
이제 막 발걸음을 뗀 AI 영상 시장. 허 감독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매일 발전합니다. 나노바나나 1이 초등학생 수준이었다면, 프로는 대학원생 수준이죠. 기술적인 장벽은 점점 사라질 겁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화려한 영상미’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허 감독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 길을 걷게 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라고.
“IMDb에 제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것처럼, 앞으로도 AI라는 붓으로 인간애라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마치며
AI 시대에 기술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열렸지만, 그 결과가 모두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완도의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해외 관객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알고리즘의 성능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감정과 메시지에 있었다.
AI는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로 연결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AI 시대의 ‘진짜 크리에이터’란 버튼을 빠르게 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콘텐츠는 「[인터뷰] “AI가 ‘딸각’하면 나온다고요? 1초를 위해 2천 번을 버립니다”」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AI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관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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