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축’이라는 말은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데이터 제공원 역할을 하며 길들여진 존재로 취급된다는 비유적 개념이다. 이 용어는 한국계 독일인 철학자 한병철(韓炳哲)이 그의 저서 정보의 지배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sheshe.tistory.com.재인용)
한병철은 21세기 인류를 노예가 아닌 가축에 비유했는데, 노예는 억압에 저항하기도 하지만 가축은 완전히 길들여져 저항 자체를 잊어버린 존재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보기에 오늘날 사람들은 플랫폼에 의해 사육되는 “데이터 가축”이자 “소비 가축”으로 전락했다. 즉 일상에서 끊임없이 개인정보와 행태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스스로는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체제에 순응하며 데이터 자원으로 착취당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개념은 다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시대의 특징을 드러낸다. 이는, 정보과잉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정보 자본주의가 감시 자본주의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데이터와 소비의 대상으로 격하되었다는 한병철의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요컨대 ‘데이터 가축’은 기업·정부가 주도하는 데이터 수집 체계 속에서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데이터의 공급원으로 길들여진 현상을 가리킨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이다. 현대 AI, 특히 딥러닝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은 “더 많은 데이터와 더 강력한 컴퓨팅 자원만 있으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른바 스케일링 가설에 기반하여 발전해 왔다. 실제로 초거대 AI 모델들은 인터넷상에 축적된 막대한 텍스트·이미지 등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성능을 향상시켰고,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사용자 데이터와 공개 데이터셋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과 학습의 자동화로 AI 모델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예를 들어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에 따르면 AI를 진단에 활용할 경우 의료비용을 50%까지 절감하고 건강 결과를 40% 개선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ibm.com.재인용). 이처럼 대량의 데이터는 AI 성능 향상의 핵심 연료 역할을 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업계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적 데이터 기여에도 기술적 한계와 비용이 존재한다.
첫째, 현실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실제 AI 학습에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한 분석에 따르면 “수집되는 데이터의 99%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고 하며(brunch.co.kr.재인용) 유용한 고품질 데이터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져 AI 개발의 병목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Epoch AI)은 2026년이면 공개 인터넷의 고품질 텍스트 데이터가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하여, AI 개발자들이 새로운 데이터 출처나 합성 데이터 생성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둘째, 무의식적으로 수집된 인간 데이터에는 편향과 잡음이 섞이기 쉽다. 일상적인 웹 사용, 소셜 미디어 활동, IoT 기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들은 별도의 통제 없이 축적되므로 정확도나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이는 AI 모델에 사회적 편견을 학습시키거나 엉뚱한 상관관계를 낳아 기술적 신뢰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AI 개발자들도 데이터 편향이 초래하는 부정확하거나 불공정한 결과를 우려하며, 낮은 품질의 데이터는 AI 모델이 편향된 판단이나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privacyinternational.org. 재인용).
마지막으로, 현재의 AI 성과가 인간의 무형 노동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도 기술적 맥락의 특이점이다. 사용자들은 캡차(CAPTCHA) 풀기, 검색 질의 입력, 앱 사용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AI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AI 모델 개선에 기여하면서도 개인은 보상이나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구조다. 요컨대 기술적 관점에서 데이터 대량 수집은 AI 발전을 가속하지만, 무분별한 데이터 의존은 한계 비용이 커지고 편향·품질 문제가 누적되는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방대한 개인 데이터의 활용은 사생활 침해와 사회 전반의 감시 체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버드대 쇼샤나 주보프 교수는 오늘날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감시 자본주의”로 규정하며, 이를 “인간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무료 원자재로 수집해 행동 예측 상품으로 제조·판매하는 신종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en.wikipedia.org.재인용). 즉,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이 개인의 사적인 삶의 정보를 몰래 수집·분석하여 상업적 목적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미래 행동을 예측·조종함으로써 막대한 이윤과 권력을 창출하는 경제 질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시 체제에서는 이용자가 ‘서비스의 고객’이 아니라 “제품의 원료”로 취급되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화 되어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이 침해된다.
한편, 한병철 역시 정보자본주의의 발전이 감시자본주의로 이어져 “사람들은 데이터 가축이자 소비 가축으로 격하된다”고 지적했는데(sheshe.tistory.com.재인용) 이는 개인이 감시당하고 조종당하면서도 이를 즐거움으로 착각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앱과 웹서비스들이 광범위하게 개인 위치, 검색 기록, 소비 패턴 등을 수집하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편의를 얻는 대가로 자신의 삶이 투명한 유리 벽 뒤에 놓인 듯 감시당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Zuboff는 “자본주의가 자연을 착취한 것처럼,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 본성을 착취하고 통제하며, 그 종착점은 전체주의적 질서”라고 경고한다. 요컨대, 개인 데이터의 대규모 수집·활용은 사생활 침해와 감시 사회화로 이어져 민주사회에서 권력 균형을 위협한다. 실제로 규제 공백 속에 AI가 사생활, 차별 금지, 자율성 등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않은 채 확산됨으로써 민주주의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newstomato.com.재인용).
특히 인간이 데이터화되고 알고리즘에 종속될 때, 인간 존엄성과 정체성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모두 데이터베이스화된 인간”으로, 일상적으로 온갖 정보를 주고받는 ‘걸어 다니는 ATM’과 같아 매 순간의 선택이 예측 가능해졌다는 지적이 있다(khan.co.kr.재인용). 빅데이터와 AI는 마케팅과 감시를 결합하여 인간 행위를 정밀하게 예측·조정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그 결과 개인의 자율적 판단이나 개성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기보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최적화 경로를 따르게 만들고, 개인의 정체성마저 데이터 프로필로 환원시킬 위험이 있다. 예컨대 SNS의 알고리즘 피드가 사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어 생각을 편향시키거나, 신용평가·채용 AI가 특정 데이터 특성으로 사람을 분류·평가하는 경우, 개인은 자신의 복합적 정체성과 존엄성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하고 일면적인 데이터 대상으로 취급될 수 있다.
한편, AI 규범 연구자들은 AI 기술이 설명 가능성을 결여한 채 적용되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가해졌는지 입증하거나 구제받기 어렵고, 이는 개인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한다(newstomato.com.재인용). 그리고 AI의 결정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여 “AI가 어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 사용자조차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로 인해 억울한 결과를 초래 당해도 책임 추궁이나 시정 요구가 어려워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기술이 인간을 객체화하고 존엄성의 근간인 자기결정권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큰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AI 시대의 데이터 생산에는 인간 노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이용자들은 일상 활동으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이 밖에도 AI 학습용 데이터 준비에는 저임금의 데이터 라벨링 노동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다.
예컨대 챗봇의 유해 발언 필터를 만들기 위해 케냐나 필리핀 등의 작업자들이 수만 건의 혐오·폭력 텍스트를 읽고 분류하며, 자율주행 AI를 위해 방대한 영상에 사람이 일일이 주석을 달아주는 식이다. 이러한 “데이터 노동”은 AI 모델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데이터를 구조화·정제하는 작업으로, 반복적이면서도 심리적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노동이 대부분 보이지 않는 저임금 착취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보고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가치의 AI를 개발하면서 아웃소싱된 데이터 라벨러들에게 시간당 2달러 남짓한 임금만 지급하는 사례도 드러났다(privacyinternational.org. 재인용). 이처럼 플랫폼이 “인간을 서비스로 활용”(Human-as-a-Service)하여 필요할 때마다 군집 노동자들을 투입하고 빠르게 소모시키는 구조는 전통 산업의 노동 착취를 디지털로 계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빈곤층과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체할 기계들을 무의식중에 훈련시키고 있다”며 디지털 노동의 아이러니를 지적하기도 했다(link.springer.com.재인용).
또한 SNS 이용자들의 콘텐츠 생산과 좋아요·리뷰 등의 활동 역시 플랫폼을 위한 “무임금 노동”으로 간주된다. 이용자들은 여가로 한 행동들이 쌓여 플랫폼에 가치를 제공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맞춤 광고를 파는 데 이용되는 구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 가축화 현상은 인간의 삶의 조각들이 거대한 데이터 엔진의 연료로 쓰이는 일종의 노동 착취적 측면을 갖는다. 시민사회와 일부 전문가는 데이터 제공 행위를 “디지털 노동”으로 인정하여 노동권과 정당한 보상을 논의해야 하며, 데이터 생산에 기여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banronbodo.com.재인용). 결국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데이터 가축’ 현상은 노동의 의미 변화와 새로운 착취 관계라는 쟁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AI와 같은 기술 향상이 가져온 사회 전반의 긍정적 이익도 분명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시다시피, 데이터의 대규모 활용과 AI 발전은 의료, 교육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유의미한 공익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의료 AI는 진단의 정확도와 치료 효율을 크게 높여줄 잠재력을 보인다. 예를 들어 AI는 방대한 의료 영상과 환자 기록을 인간보다 빠르게 분석하여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도록 도울 수 있다(ultralytics.com.재인용). 실제 연구에서는 AI가 피부암을 숙련된 의사들보다 더 잘 판별한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방사선 영상 수백만 장을 학습한 AI 알고리즘이 전문의 수준을 뛰어넘는 진단 정확도를 보인바 있다(ibm.com.재인용). 또한 AI 기반 신약 개발이나 환자 모니터링 기술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속도로 의학 발전을 이끌고 있다. 그 결과 환자들은 더 나은 건강관리와 생존율 개선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의료 시스템 전반의 비용 절감과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이 혁신을 가져오는 중이다. AI 튜터와 학습 플랫폼은 각 학생의 학습 속도와 스타일에 맞춰 콘텐츠를 조정함으로써 “백만 명의 학생에게 백만 가지 맞춤 수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edumorning.com.재인용). 예를 들어 적응형 학습 시스템은 학생의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개인별로 난이도와 진도를 최적화하고, 게임화된 학습 환경과 인터랙티브 퀴즈 등을 통해 학습 몰입도를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로써 과거 일률적인 교육에서 소외되던 학습자들도 자신에게 최적화된 학습경험을 얻어 성취도를 높일 수 있고, 교사는 AI의 자동화 도구를 통해 평가·관리 업무 부담을 줄이며 학생 개개인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thebest.ewha.ac.kr.재인용). 장애 학생들을 위한 음성인식 자막이나 번역 AI는 교육의 포용성을 높이고, 전반적으로 AI 활용 교육은 개별화된 학습 지원과 교육 자원의 확장을 통해 학습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인 데이터의 활용으로 탄생한 맞춤형 서비스들은 소비자 편의를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추천 알고리즘과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콘텐츠와 상품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 아마존의 상품 추천 등은 사용자의 과거 시청·청취·구매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별로 큐레이션된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개인화는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예상하여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되며(zdnet.co.kr.재인용)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 탐색 비용을 줄이고 원하는 것을 더욱 빠르게 얻는 편리함을 준다. 예를 들어 지도 앱은 실시간 교통 데이터로 사용자에게 최적 경로를 안내하고, 뉴스 앱은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 뉴스를 제공하며,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개인별 할인이나 신규 상품 정보를 타기팅한다. 이러한 맞춤형 디지털 경험 제공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여, 한 조사에서는 전 세계 기업의 96%가 AI 기반 개인화를 중시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기업들은 원활하고 개인화된 서비스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평생가치(LTV)를 극대화한다고 보고, AI를 활용해 웹사이트, 앱, 마케팅 캠페인 등 전 채널에서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구현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들을 통해 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과 정보를 추천받아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과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나아가 의료·금융 등 분야에서도 개인별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환자별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안이나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등이 가능해져 서비스의 질과 효용이 향상되고 있다. 요컨대 데이터 활용이 가져온 개인화 서비스 혁명은 사회 전반에 효율성과 편의성을 증대시켰고, AI 기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넓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부정적 사례처럼, 데이터 독점과 비대칭으로 인한 권력관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과 일부 정부 기관은 일반 개인이나 중소 주체들과 비교해 정보력과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게 되었다. 특히 규제가 미비한 사이 G7 국가 등의 시장 중심 모델에서는 거대 플랫폼이 “준(準)주권적 권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newstomato.com.재인용). 이는 소수의 기업이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인프라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로, 경제·사회·정치 영역에서 민주적 통제가 어렵고 권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이 언론 지형을 뒤흔들거나,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사회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데이터 권력을 통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가 현실화되었다. 반면 일반 시민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나 통제권을 제대로 갖지 못해 정보 비대칭에 놓여 있으며, 피해가 발생해도 거대 플랫폼에 책임을 묻거나 시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불리한 위치에 있다. 앞서 언급한 AI의 블랙박스 문제는 이용자의 권리 침해와 불신을 초래한다. 어떤 데이터로 어떻게 결정이 내려졌는지 불투명하면, 잘못된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나 수정 요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로 2023년 이탈리아 데이터보호당국은 GDPR(유럽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챗GPT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newstomato.com.재인용) 정보 제공 미흡, 처리 근거 불명확, 연령 검증 부재 등이 지적되어 시정 조치 후 재개되었지만, 이 사건은 AI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 투명성과 합법성 문제가 현실적 규제 이슈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편향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한 알고리즘 차별도 큰 문제이다. AI는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증폭시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불이익에 처하게 할 위험이 있다. 이미 얼굴인식 AI의 인종 편향, 범죄예측 알고리즘의 지역 차별 등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왜곡된 집단은 “데이터가 없으니, 문제도 없다”는 식으로 정책에서 배제되는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brunch.co.kr.재인용). 정리를 해보면, 데이터의 일방적인 AI 개발은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불평등, 기술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며, 사회·윤리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데이터 혜택에서 소외되는 디지털 약자들은 AI 시대에 “무권리자”가 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기존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 공정성’ 확립과 ‘데이터 권리’ 보장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공정성(data fairness)이란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데이터 활용의 이익이 공정하게 분배되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공정무역 커피가 생산자 권리를 지키듯이,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도 제공자(개인)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chosun.com.재인용). 예를 들어 최근에는 81개국 1,981명이 참여한 ‘공정 데이터 세트’ 구축 시도가 있었는데, 이는 AI의 편향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 수집에 참여하면서 데이터 제공자의 권리를 존중하려는 실험적 노력이었다.
데이터 권리(data rights) 개념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 활용으로부터 정당한 혜택을 얻을 권리와 부당한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포괄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접근권, 수정·삭제권, 이동권(포터블리티) 등을 법제화하여 개인이 데이터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brunch.co.kr.재인용). 예컨대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이러한 권리를 명문화했고, 한국도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금융 분야에서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 사본을 통제·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zdnet.co.kr.재인용).
더 나아가 데이터 배당금이나 데이터 신탁(trust) 같은 논의도 존재하는데, 이는 개인 데이터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기업이 일정 부분을 개인에게 환원하거나, 개인이 데이터 사용을 집단적으로 관리·협상하자는 아이디어다. 추가적으로 인간 중심의 AI 개발을 위한 윤리 기준도 국제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AI를 규제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유럽의 움직임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newstomato.com.재인용).
EU는 2023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법을 제정하여,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험 기반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AI(예: 사회적 점수화, 실시간 대중 감시 등)는 전면 금지하며, 고위험 AI(교육·고용·사법 등 분야)는 엄격한 통제를, 일반 AI는 투명성 의무 등을 부과한 것이다. 이러한 규제의 핵심 철학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비”하자는 것으로, 윤리 원칙을 기술과 제도에 각인시키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설명 가능성 확보, 편향 제거, 개인정보 보호를 기술적으로 내장하고, 고위험 AI에 대해선 기본권 영향 평가와 외부 감사 도입 등을 제안한다. 나아가 피해 구제를 위해 취약계층에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윤리 기준 정립에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미 UNESCO, OECD 등의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AI 윤리 원칙(공정성, 투명성, 책임성, 인권 존중 등)을 선언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기업들도 자체 윤리위원회나 AI 윤리팀을 두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원칙들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현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적 강제력 확보와 함께, 엔지니어링 차원에서 윤리 설계, 모니터링 기제 구축, 데이터·AI 리터러시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가축화 현상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긍정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공정한 이용과 개인의 데이터 주권 확립, 그리고 인간 중심의 AI 윤리 기준 정착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기술 산업계는 데이터 수집과 AI 개발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편향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감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공론을 확산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국제기구의 역할은 법·제도를 통해 기업의 행위를 규율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치는 것이다.
AI는 인간 조건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존엄을 침해하는 힘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이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는다는 윤리 원칙을 재확인하고, 그 원칙을 코드와 계약과 정책에 새겨 넣어 데이터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인간의 존엄을 설계에 새겨야 한다”는 요구를 가슴에 새기며, 데이터와 AI가 인간을 위한 도구로서 공정하고 책임 있게 쓰이는 미래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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