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감튀를?

부담 없는 만남이 대세가 된 이유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에서 약속 없이도 모여 즐기던 ‘경찰과 도둑’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최근 Z세대와 알파세대 사이에서 이와 닮은꼴인 기묘한 오프라인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감자튀김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즐기는 ‘감튀모임’입니다.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이 모임은, 특별한 목적이나 친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특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감자튀김을 주문한 뒤,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칩니다. 관계를 이어가야 할 부담도, 다음 만남을 기약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튀모임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요즘 소비자들의 관계 맺기 방식과 경험 소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이 사소한 유희가 어떻게 전국적인 오프라인 열풍으로 번졌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현대적 결집 문법을 분석합니다.

 

 

 

“나 혼자 산 못 쌓아, 같이 쌓자!”

 

감튀모임은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경험을, 타인과 가볍게 공유하려는 요즘 소비자들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개인의 취향과 일상이 점점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누군가와 ‘완성된 관계’를 맺기보다 작은 경험을 함께 쌓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감자튀김이라는 단순한 메뉴는 참여자들에게 부담 없는 공통분모가 되며, 이로 인해 모임은 목적보다는 경험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관계를 깊게 쌓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소비하는 방식으로 연결을 선택하는 최근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미지 / AI 생성

 

 

 

좋아요만으론 부족해, 직접 수확하는 재미

 

스마트폰 화면 속 ‘좋아요’ 숫자가 주는 즉각적인 쾌감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디지털 반응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실체를 쌓아 올리며 재미를 ‘수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손끝으로 느끼는 성취감

디지털 세계에서의 무형적 가치가 오프라인의 육중한 볼륨감으로 치환될 때, 전혀 다른 차원의 만족감이 발생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감자튀김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시각·촉각적 자극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며 뇌는 일종의 ‘도파민 파티’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화면을 넘겨보는 행위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물리적 성취감입니다.


🔸경험의 자산화

이제 소비자는 이미지를 단순히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가 저 거대한 산의 일부를 직접 쌓았다”는 참여 경험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곧 개인의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과거 놀이터에서 몸을 부딪치며 즐기던 원초적인 놀이 경험이, 오늘날의 ‘인증 문화’와 결합해 재해석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은 몰라도 🍟감튀 취향은 압니다

 

이미지 / AI생성

 

이 모임의 결집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쿨하고 가볍습니다. 깊은 대화나 복잡한 통성명은 자연스럽게 생략되고, 오직 ‘감튀’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개인의 배경이나 관계의 맥락보다, 지금 이 순간 공유할 수 있는 취향과 경험이 우선되는 구조입니다.

 

🔸 식기 전에 헤어지는 센스
감자튀김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 혹은 산이 다 허물어지는 순간 모임도 미련 없이 끝납니다.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나 다음 만남에 대한 암묵적인 기대가 없기 때문에, 관계 지속에 대한 피로도는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참여자들은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모이고, 또 흩어질 수 있습니다.


🔸하이퍼 로컬의 폭발력
당근 등 지역 기반 플랫폼을 통해 “지금 강남역 맥날 감튀 하실 분?”이라는 짧은 한 문장만으로도 전국 각지에서 수십, 수백 개의 자발적인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현대 소비자들이 느슨하지만 목적은 분명한 연결, 즉 부담 없는 연대에 얼마나 큰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숨겨진 마케팅 전략

왜 브랜드는 ‘감튀모임’을 그냥 두지 않는가

 

 

기업이 응답한 ‘소스 콜키지 프리’ 🥫

 

이 기묘한 유행에 외식 업계도 발 빠르게 반응하며 판을 키우고 있습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공식 SNS를 통해 감튀모임을 직접 언급하며 화제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롯데리아는 홍대점과 신림점에서 원하는 소스를 자유롭게 가져와 즐길 수 있는 ‘소스 콜키지 프리’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놀이 문화를 공식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했습니다.

 

이미지 / 롯데리아 인스타그램

 

 

감튀모임은 브랜드 입장에서 보기 드문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트렌드입니다. 기업이 만든 캠페인이 아니라, 소비자가 먼저 규칙을 만들고 확산시킨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감자튀김은 익숙하면서도 비교·공유·확장이 쉬운 메뉴로, 자연스럽게 콘텐츠 자산이 됩니다.

일부 브랜드는 놀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입합니다. 소스 선택의 자유를 넓히거나 위트 있는 멘트로 상황을 거드는 정도에 그치며,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남겨둡니다. 그 결과 브랜드는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모임의 배경이 되고, 매장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무대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광고비 없이도 브랜드 노출은 반복됩니다. 감튀모임은 사진과 영상 공유를 동반하며 SNS로 확산되고, 브랜드 로고와 매장 공간은 자연스럽게 프레임 안에 담깁니다. 이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광고 같지 않은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브랜드 접점의 새로운 형식

 

감튀모임을 단순한 밈이나 일시적 놀이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현상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경험은 이제 혼자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완성되는 경험으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감자튀김은 매개체일 뿐, 본질은 ‘같이 하는 소비’에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모임은 감자튀김을 넘어 다른 메뉴와 공간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미 비교하고, 평가하고, 기록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외식업계뿐 아니라 리테일과 콘텐츠 브랜드 역시 이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놀 수 있는 여지를 얼마나 열어두느냐입니다.

감튀모임은 분명히 말합니다. 브랜드가 크게 외치지 않아도, 소비자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판만 마련된다면 경험은 자연스럽게 확산된다는 것. 이 작은 모임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케터에게 남는 질문

감튀모임은 유행 그 자체보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태도를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현상 앞에서 마케터라면 다음 질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우리는 소비자가 ‘참여하고 싶어지는 판’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는가?

  • 브랜드는 지금 주인공이어야 할까, 아니면 경험이 펼쳐지는 배경이면 충분한가?

  • 소비자가 스스로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지는 여백을 남겨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