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에서 상영 중인 프랑스 영화 한 편.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본 애니메이션, 릴스에서 본 인도 액션 영화. 이 영화들은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을까요?

 

극장에서 상영되는 외국 영화 한 편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여정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해외 영화제나 필름마켓에서 그 영화를 먼저 발견하고, 한국 관객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판권을 사들입니다. 그리고 영화 검열을 거쳐 개봉 시기를 정하고, 예고편과 포스터를 만들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끕니다. 이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곳이 바로 ‘수입·배급사’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 시장의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영화만 다뤄온 전문 배급사 외에도, 마케팅 회사, 플랫폼 운영 기업, 상영관을 직접 운영하는 조직까지 영화 배급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리고 이들은 기존 배급사와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글에서는 2026년 현재, 한국 영화 수입·배급 시장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누구이며, 각자 어떤 강점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화가 스크린까지 오는 여정

 

 

출처: GEN SPARK 생성

 

 

먼저 영화 한 편이 해외에서 국내 극장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발굴과 선택

칸, 베를린,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필름마켓이나, 이미 해외에서 개봉해 반응이 검증된 작품들 중에서 수입사들은 한국 시장에 맞는 영화를 고릅니다. 영화제 수상작일 수도 있지만, 장르물이나 특정 팬덤을 겨냥한 상업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한국 관객이 극장에서 볼만한가’입니다.

 

2. 수입 계약 및 검열

배급권을 확보하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영 등급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장면이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급 계획 자체가 변경되기도 합니다.

 

3. 배급 전략 수립

개봉 시기, 상영관 수, 타깃 관객층을 설정하는 단계입니다. 대규모 흥행을 노릴 것인지, 소수의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이후 마케팅 예산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4. P&A 집행

Prints & Advertising, 즉 상영 파일 제작과 광고 집행 단계입니다. 예고편 제작, 포스터 디자인, 미디어 광고, SNS 바이럴, 시사회 운영 등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모든 활동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입·배급사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느냐’와 ‘선택한 영화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방식에 따라, 현재 시장의 플레이어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정통파: 큐레이션과 신뢰로 쌓아온 브랜드

 

 

출처: GEN SPARK 생성

 

 

그린나래미디어, 판씨네마, 찬란, 영화사 진진. 이들은 영화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영화사들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영화제 네트워크와 작품 선별 능력입니다. 칸, 베를린, 베니스 같은 주요 영화제에서 영화를 판매하는 해외 세일즈사들과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왔고, 어떤 영화가 한국 시네필 관객에게 먹힐지에 대한 감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특정 배급사의 이름만 보고도 영화의 결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극장을 찾습니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영화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브랜드와 맞는 작품을 ‘큐레이션’합니다. 매 시즌 일관된 톤의 라인업을 구성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취향 공동체를 형성해 왔습니다.

 

 


 

 

크로스오버형: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

 

 

출처: GEN SPARK 생성

 

두 번째 유형은 영화 외부의 자산을 활용해 배급 시장에 진입한 경우입니다.

 

미디어캐슬은 자체 브랜드 상영관(시네마캐슬)과 일본 IP 강점을 결합했습니다. 상영 공간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관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명확한 타깃 관객층을 형성했습니다.

 

키노라이츠는 OTT 통합 검색 플랫폼과 영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합니다. MAU 100만 명 이상의 활발한 콘텐츠 리뷰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어,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 데이터와 시네필 네트워크를 직접 확보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덤 머니> 등 영화 공동제공에 참여하며 배급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유형의 핵심 강점은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과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단일 작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또는 커뮤니티 안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하나로 접근하며, 관객 데이터와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뉴웨이브: 다른 산업의 전문성을 영화로

 

 

출처: GEN SPARK 생성

 

 

가장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에 다른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영화 배급을 신사업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이 지금 두드러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금의 영화 배급 산업은 ‘좋은 영화 찾기’ 이후, ‘관객 도달’ 단계에서 병목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 영화 정보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배급사의 핵심 자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해외 개봉 반응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영화를 가져올 것인가’보다 ‘가져온 영화로 어떻게 극장까지 관객을 이끌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마케팅·플랫폼·커머스 같은 다른 산업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기반으로 영화 제작·배급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영화특별시SMC는 마케팅 전략에 중점을 둔 배급·수입·해외세일즈를 묶은 패키지형 실행 구조를 구축하며, 한 작품을 여러 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운영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12년간 게임, 커머스 등에서 축적한 퍼포먼스 마케팅 역량이 강점인 모비데이즈는 게임 퍼블리싱 경험을 통해 출시 초반 유저 반응을 기반으로 마케팅 소재와 매체 전략을 빠르게 조정하는 노하우를 쌓아 왔으며, 이를 영화 개봉 초기 관객 반응을 빠르게 해석하고, P&A 집행 전략에 반영하며 영화 사업의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2월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자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작 <센티멘탈 밸류>의 공동제공사로 참여하며 첫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모비데이즈는 자체 수입 및 배급, P&A 실행 등 영화 사업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타깃 관객을 정밀하게 찾아내고, 그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것’에 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정밀 타깃팅, A/B 테스트 기반 소재 최적화, 실시간 성과 분석과 전략 조정 같은 역량이 P&A 단계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P&A’입니다

 

 

세 가지 유형의 배급사는 각기 다른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좋은 영화는 이미 충분히 많지만, 그 영화가 관객에게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P&A에 있습니다.

 

정통파는 큐레이션과 신뢰로, 크로스오버형은 플랫폼과 커뮤니티로, 뉴웨이브는 데이터와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각자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한국 영화 수입·배급 시장은 ‘누가 더 좋은 영화를 고르느냐’보다는 ‘선택한 영화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1부에서는 현재 한국 영화 수입·배급 시장의 지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살펴봤습니다.

 

2부에서는 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베를린 필름마켓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보겠습니다. 필름마켓의 실제 분위기와 스크리닝룸에서 오가는 대화, 하루 종일 이어지는 미팅 일정, 바이어들이 영화를 판단하는 실제 기준, 그리고 마켓에서의 계약 이후 검열·등급 분류·개봉 준비까지 실무 프로세스까지, 영화 한 편이 ‘발굴’되는 순간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영화 수입·배급이 단순히 ‘좋은 영화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투자·리스크·마케팅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비즈니스임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