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완벽주의가 어떻게 번아웃으로 이어지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지금 이렇다”, “지금 그 과정 중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힘을 얻은 분들도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최근 X(트위터)에서 Dan Koe의 “How to fix your entire life in 1 day”라는 글이 화제였습니다. “미루는 것도 사실은 무의식적 목표를 추구하는 행동”이라는 관점, “생각과 함께 반드시 행동을 바꿔야한다”는 말이 완벽주의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이제 완벽주의라는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실 저도 아직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어요. 이번 편은 그 과정에서 효과가 있었던 것들과 Dan Koe의 글에 담긴 그의 인사이트도 함께 녹여봤습니다.
첫 번째: 생각의 재배치
완벽주의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행동은 목표를 향합니다. “미루는” 것도 목표를 추구하는 행동이에요. 단지 의식하지 못할 뿐이죠. “나는 게을러서 출시를 못 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겁니다. 비판받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표, 실패하지 않으려는 목표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이 아닌 움직임을 믿어라. 삶은 말의 차원이 아니라 사건의 차원에서 일어난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걸 알고 싶다면? 당신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세요. 지난 한 달 동안 실제로 시간을 쓴 것들, 그게 당신이 진짜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저녁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네 가지 질문
1. “오늘 ‘해야만 한다’고 했던 것들, 정말 해야만 했나?”
저는 매일 할 일 목록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목록을 보면 “완벽해야 해”, “오늘 안에 끝내야 해” 같은 말들이 숨어있어요. 일단 하루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편이라 하루 할 일은 최대 3가지를 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 세 가지도 우선순위를 꼭 정하고 그 순서에 따르려고 해요.
- “랜딩페이지 디자인 완성” → 실제로는 80% 완성해도 충분
- “모든 테스트 케이스 통과” → 주요 시나리오만 확인해도 출시 가능
- “블로그 글 오늘 안에 발행” → 내일 발행해도 세상은 안 무너짐
“해야만 한다”를 “하면 좋겠다”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압박이 줄어듭니다.
2. “오늘 잘한 것 세 가지는?”
완벽주의자는 부족한 것만 봅니다. 10개를 했는데 1개가 부족하면, 그 1개만 기억해요. 의도적으로 잘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아무리 작아도 괜찮아요.
- 버그 3개 고쳤다
- 사용자 문의에 친절하게 답했다
- 30분 산책했다
이걸 2주 정도 하면, 뇌가 “결함”보다 “성취”에 주목하도록 훈련됩니다.
3. “실수했을 때, 친구라면 뭐라고 했을까?”
코드에 버그가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도 못 잡아? 테스트 제대로 안 했잖아.”
그런데 친구가 같은 실수를 했다면? “괜찮아, 지금 발견한 게 다행이지. 고치면 되는 거야.”
왜 나에게는 가혹하고 남에게는 관대할까요? 스스로에게도 친구에게 하듯 말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집니다.
4. “80%로 완성했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완벽주의자의 두려움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 “이 정도 디자인으로 출시하면 사람들이 성의 없다고 할 거야” → 실제로는 아무도 신경 안 씀
- “이 버그 있는 상태로 배포하면 유저들이 떠날 거야” → 실제로는 피드백 남겨주고 기다리기도 함
- “이 글 이 정도로 발행하면 욕먹지 않을까?” → 실제로는 “유익했어요” 댓글이 달림
실제 데이터를 모으세요. “80%로 했는데 별일 없었다”는 경험이 쌓이면, 뇌는 서서히 배웁니다.
완벽주의는 결국 생각의 패턴입니다. “이래야만 해”라는 자동적 사고가 반복되면서 굳어진 결과입니다. 이 패턴을 바꾸려면 의식적으로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잘 보이는 곳이나 노트에 질문들을 적어두고 자주 들여다보시길 추천합니다. 처음엔 어색해요. 이게 다 뭔 소용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2주쯤 반복하면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잃을 건 없으니 한번 해보는 겁니다.
두 번째: 작은 실험 시작하기
완벽주의는 믿음입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요. 이 믿음을 깨려면 반대 증거가 필요합니다. 직접 경험해야 해요.
1주 차: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게 내놓기
중요한 핵심 부분이 구멍난 채로 내놓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나의 기준을 무너뜨리는 수준으로 내보자는 겁니다.
저는 지금 리액트로 만들고 있는 웹서비스에서 모든 기능을 한 번에 다 완성한 후 업데이트하지 않고, 일부러 작은 단위로 잘라서 배포하고, 사용자가 어떤 문의나 요청을 보내오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음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해요) 기본적인 테스트는 거친 후 업데이트하지만, 떠오르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테스트하진 않습니다. 실제 유저들의 반응을 기다리거나, 사용하면서 발견되면 그때그때 수정하려고 합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하면서 한발씩 앞으로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블로그 글도 80% 정도의 완성도로 발행해 봅니다. “이 문단 더 다듬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무시하고 발행 버튼을 눌러봅니다. 결과는? 조회수도 괜찮았고, “그 글 보고 문의드려요” 이렇게 DM이 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뇌가 배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2주 차: 타이머 설정하고 끝내기
완벽주의자는 “완벽할 때까지”라는 무한 루프에 빠집니다. 이걸 깨려면 시간 제약이 필요해요. 저는 작업마다 타이머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태스크명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요. “결제 연동하기”가 아니라, 결제가 연동된 후 완성된 모습을 특정해서 적습니다.
- 랜딩페이지 카피 작성: 1시간
- 결제 기능 구현- 결제 성공 후 플랜별 기능 업그레이드: 1시간
- 블로그 글 작성: 2시간
시간이 끝나면 무조건 손을 뗍니다. “조금만 더”를 허락하지 않아요. 처음엔 불안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제한이 있으니 집중력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나중에 비교해 봐도 2시간 집중해서 쓴 글과 하루 종일 고쳐 쓴 글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때로는 2시간 버전이 더 나았어요. 덜 다듬어서 오히려 날것의 진정성이 살아있었거든요.
3주 차: 좀 더 일찍 공유하고 피드백 받기
완벽주의자는 “완벽해지면 보여줄게”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완벽”은 언제 오나요? 대부분 안 옵니다. 저는 이제 30% 완성 단계에서 먼저 공유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 같은 전제 없이 그냥 보냅니다. “이거 어때?”하고요. 완성되지 않은 걸 보여주는 것이 처음엔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건설적입니다. “여기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이 부분은 정말 괜찮네” 같은 구체적 피드백을 주기도 합니다. 일찍 공유하면 다음 작업에 대한 위험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80% 완성해서 피드백 받으면 20%만 수정하면 되는데, 100% 완성하고 피드백 받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세 번째: 일상의 루틴 바꾸기
완벽주의는 신경 회로의 패턴입니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려면 반복이 필요해요.
아침: 오늘의 ‘충분히 좋음’ 기준 정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노트를 펴고 5분 동안 이렇게 적습니다.
오늘 이것만 되면 충분히 좋은 하루다:
- 사용자 피드백 5개에 답장하기
- 회원가입 플로우 버그 1개 고치기
- 30분 산책하기
“완벽”이 아니라 “충분히 좋음”을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추상적이면 안 돼요. “열심히 일하기”는 기준이 아닙니다. “3시간 집중해서 작업하기”가 기준이에요. 완료 조건이 명확하면, 그걸 달성했을 때 “오늘은 충분히 했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업 중: 자기 대화 감시하기
작업하다 보면 자동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좀 더 다듬어야 해”, “이 정도로 내놓으면 부끄러워” 이 생각이 들 때마다 “스톱”이라고 말합니다. 소리 내서요. 그리고 다시 말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충분히 좋으면 돼.” “80%면 출시할 수 있어. 나머지는 피드백 받으면서 고치면 돼.”
네 저도 압니다. 처음엔 바보같이 느껴집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게요. 하지만 뇌는 반복으로 배웁니다. 2주 정도 하면 자동적 사고가 바뀌기 시작해요.
저녁: 오늘 완성한 것 인정하기
완벽주의자는 “오늘도 부족했어”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제 바꿔보세요. “오늘 이걸 했어”로요. 노트에 적습니다.
- 버그 2개 고침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잘했어)
- 블로그 글 초안 작성 (발행은 못 했지만 진전이 있었어)
- 사용자와 30분 통화 (많은 인사이트 얻었어)
각 항목 옆에 “충분히 잘했다”라고 적습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를 인정하는 게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내일로 미룬 것에 대해서는 “미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순위를 조정했다”고 프레이밍해요. 훨씬 건강합니다.
네 번째: 몸 돌보기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완벽주의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는 뇌 구조를 바꿉니다. 편도체가 커지고(불안 증가), 전전두엽이 얇아지죠(판단력 저하). 이걸 되돌리려면 몸부터 돌봐야 합니다.
매일: 산책, 호흡, 수면
저는 매일 20분 이상 걷습니다. 폰 없이요. 자연 속에서 걸으면 편도체 활성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걸으면서 아무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늘 뭐 해야 하지”가 아니라 그냥 나무, 하늘, 바람을 봅니다.
하루에 한 번, 5분 동안 깊게 호흡합니다. 배로 숨 쉬는 거요. 이게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서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최소 7시간은 잡니다. 완벽주의자는 “일 더 하려고” 잠을 줄이는데, 그러면 전전두엽이 회복 안 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완벽주의가 더 심해져요. 악순환입니다.
주 3회: 몸 움직이기
운동하면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증가합니다. 이게 뇌 회복에 도움이 돼요. 격렬할 필요 없어요. 저는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합니다. 편리한 새벽배송이나 택배도 최대한 자제합니다. 필요한 식재료나 물건을 사기 위해 일부러 집을 나섭니다. 밖으로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동안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그게 좋습니다.
주 1회: 완전히 일 안 하기
저는 이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그거 얼른 해야 하는데”, “놀면 뭐 해. 지난주에 못 한 거 마무리하자”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뇌에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게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할 때 활성화되면서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진다고 해요. 저는 일요일엔 컴퓨터를 안 켭니다. 대신 좋아하는 걸 해요. 요즘은 친구를 위해 북커버를 만들거나 뜨개질을 합니다. 단출하게 요리도 해보고 전시회도 갑니다. 의도적으로 일에서 나와 떨어져 보세요. 하루이틀 잠시 거리를 둔 후 다시 돌아오면 꽤 산뜻합니다. 계속 들여다볼 땐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제 보이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정체성 재설정하기
완벽주의는 단순히 ‘높은 기준’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일 수 있어요. 회사 다니면서 인정받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이 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 목표를 세웁니다 (회사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나의 사업도 성공하고 싶다)
- 그 목표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회사에서 했던 방식으로 일하면 성공할 거야)
- 내가 알고 있는, 기억하는 중요한 정보만 학습합니다 (프로세스 준수, 완벽한 기획서, 철저한 검토)
- 행동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회사 방식으로 했는데 진전이 느리고 원하는 대로 안 된다.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덜 완벽하게 해서겠지”라고 생각한다. “회사 방식이 안 통한다” = “내가 회사에서 잘했던 건 운이었나?” = “나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
- 반복으로 자동화됩니다 (실패할수록 회사 방식을 더 완벽하게 하려고 집착한다. 회사 방식 = 안전함, 다른 방식 = 내 능력 부정)
- 정체성이 됩니다 (“나는 체계적이고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사람이야”)
- 정체성을 방어합니다 (기존의 방식을 포기하면 내 강점이 사라지는 거 아닐까?)
회사를 나와 혼자 일하기 시작했을 때, 이 정체성은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회사에서는 3개월 기획하고 출시했는데, 지금은 왜 6개월째 못 내놓지?”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었는데 왜 아무도 안 써?” 문제는 6단계와 7단계 사이에서 끊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때, 몸이 위협받을 때와 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납니다.
“나는 체계적이고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에 집착하면, 80% 완성도로 출시하는 것이 마치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몸이 거부합니다. “나는 회사에서 그렇게 일해서 인정받았는데, 지금 이런 식으로 일하면 안 되지”라고요.
그래서 진짜 변화는 정체성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체계적인 사람이야”에서 “나는 빠르게 검증하는 사람이야”로. “나는 완벽한 기획이 있어야 시작해”에서 “나는 실험하면서 배우는 사람이야”로. “나는 회사에서처럼 일해야 성공해”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을 찾는 사람이야”로.
이렇게 물어보세요:
- 내가 포기해야 할 정체성은 뭘까? (“나는 ___한 사람이야”)
- 회사에서 만들어진 그 정체성이 지금도 도움이 될까?
- 그 정체성을 포기하면 사회적으로 잃는 게 뭘까?
- 그 대가가 지금 내가 치르는 번아웃보다 클까?
혹시, 1인 메이커이신가요?
혼자 일할 때는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완벽주의에 더 취약해요. 저는 지난 3-4년간 꽤 오래 헤매고 무너졌습니다. 주변의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은 이렇습니다.
“완벽한 첫 출시”라는 환상 깨기
첫 출시의 목표는 완벽한 제품이 아닙니다. 배움입니다.
사용자가 진짜 뭘 원하는지, 어떤 기능이 중요한지, 우리가 상상한 게 맞는지. 이걸 빨리 아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러려면 빨리 내놔야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요. 저는 마케팅 솔루션의 첫 버전을 3개월 동안 만들었는데, 지금처럼 AI로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진 때는 아니었으니 꽤 빠르게 만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어요. 내놓고 더 많은 사람들이 써보게 노력하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고객이 직접 요구하지 않은, 대표인 제가 넣고 싶은 기능, 사람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 온갖 기능을 다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사용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그 많은 기능들 중 실제로 쓰거나 쓰고 싶어 하는 건 단 1-2개 기능이었습니다. 솔루션이 제공하는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다른 요인들도 있었고요. 초반부터 의견을 듣고 움직이는 데 힘을 쏟았다면, 첫 버전 완성 후 6개월 동안 쏟은 돈과 에너지가 허공으로 날아가지 않았겠다 싶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작동하는 버전”으로 시작하기
부끄러운 게 정상입니다. Reid Hoffman(링크드인 창업자)이 말했어요. “첫 버전을 보고 부끄럽지 않다면, 너무 늦게 출시한 거다.” 디자인 별로여도 괜찮았습니다. 일단 기능만 작동한다면, 쓰는 사람들은 ‘초반이니까 그렇구나’ 하면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버그 있어도 괜찮았습니다. 치명적이지만 않으면요. 핵심 가치 하나만 정확하다면 기능이 적어도 돈 쓰겠다는 사람을 말릴 수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사용자 피드백 들으면서 조금씩 고치면 됩니다. 저도 지금 그렇게 조금씩 고치고 있어요.
피드백 받는 타이밍 조정하기
혼자 일하면 피드백 타이밍이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늦게 받으면 이미 다 만든 후라 고치는데 만드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고, 너무 일찍 받으면 아무것도 없어서 피드백이 애매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30% 완성: 방향 확인
아이디어만 있을 때, 가까운 사람 1~2명 또는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을 찾아 이야기합니다. “이런 걸 만들려고 하는데 어때?” 완성도보다 방향에 대해서만 확인해 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100%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일찍 알수록 좋습니다.
50% 완성: 핵심 가치 테스트
프로토타입이나 간단한 버전을 만들어서 5~10명에게 보여줍니다. “이거 써보고 솔직하게 말해줘. 이게 너한테 도움이 돼?” 이때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를 달지 않는 겁니다. 그냥 보여주고 반응을 봅니다. “디자인은 나중에 고칠 거야” 같은 변명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순수한 반응을 받아야 하니까요.
80% 완성: 공개 출시
대부분의 기능이 작동하면 출시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요. 커뮤니티나 SNS에 올립니다. “베타 버전입니다. 피드백 환영합니다” 라고 명시하고요. 이때부터 진짜 배움이 시작됩니다. 실제 사용자들이 어떻게 쓰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뭘 원하는지 데이터가 쌓입니다.
100%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만들어서 공개하면 ‘아 이제 되었다’라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사실 그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끝이 없어요. 계속 개선하는 거죠. “완벽해지면 출시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영원히 출시 안 하겠다”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제품을 공개하는 그날은 잠깐 내려놓고 놀아봅시다.
혼자 일할 때의 기준점 찾기
회사에는 암묵적 기준이 있었어요. “우리 회사 코드는 이 정도”, “우리 디자인은 이런 식”. 혼자는? 그 기준이 없어요. 그래서 불안합니다.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기준 교정하기
메이커들의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과정들을 살펴봅니다. 다른 메이커들의 일상, 고민, 실패담을 보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제 작업물을 공유합니다. “이런 걸 만들었는데 써보고 싶은 사람 있을까?”라고 물으면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써보니 좋았다거나 피드백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장 오래 고민했던 나의 기준이 너무 높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완성도 기준표 만들기
저만의 기준표를 만들었습니다. 핵심 기능 1개가 작동함 / 치명적 버그 없음 (불편한 건 OK) / 사용자가 가치를 얻을 수 있음- 이 세 가지만 되면 출시해요. 디자인 예쁜지, 모든 케이스가 처리됐는지, 로딩 속도 최적화됐는지. 이런 건 나중에 하는 것으로 노션 캘린더에 적어둡니다.
“충분히 좋음”을 구체화하기
“완벽”은 측정할 수 없어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대신 “충분히 좋음”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 블로그 글: 1500자 이상, 핵심 메시지 명확, 링크 동작 정상
- 랜딩페이지: 가치 제안 명확, CTA 버튼 작동, 모바일 반응형
- 새 기능: 핵심 시나리오 작동, 사용법 문서 있음, 에러 처리됨
이 기준을 충족하면 “충분히 좋다”고 판단하고 일단 넘어갑니다. 처음엔 불안해요. “이 정도로 괜찮나?”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이 기준이 실제로 적절하다는 걸 경험으로 배우게 됩니다.
완벽이 아닌, 충분함을 향해
완벽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저도 여전히 이 글을 발행하기 전에 몇 번이나 다시 읽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완벽한 글을 쓰는 게 목표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게 목표라는 걸요.
뇌과학은 희망을 줍니다. 신경가소성 덕분에, 새로운 패턴을 반복하면 뇌는 바뀝니다. 완벽주의 회로가 약해지고, 자기 연민과 충분함의 회로가 강해질 수 있어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탁월함’을 추구해 봅시다. 실수 없음, 결함 없음에 집착하면서 번아웃되는 대신, 성장과 배움에 집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취를 좀 더 큰 목표로 설정해 보세요.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만든 것의 완성도가 아닙니다.
당신은 불완전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버그 있는 코드를 배포했나요? 글에 오타가 있었나요? 찾지 못한 에러가 있었나요? 괜찮습니다. 지금 이 글에도 오타가 두군데나 있는데, 모르셨잖아요. (일부러 틀리게 적어봤습니다. 발견하셨다면 눈감아주세요) 어찌 됐든 제품이 완벽하지 않다고 당신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불완전한 당신도, 실수하는 저도, 지금 현재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 코드는 디버깅하면서 마음은 방치하고 있진 않나요? 에러 로그 읽듯 나의 마음과 감정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디버깅 마인드>로 나의 마음을 읽고 살피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디버깅 마인드>는 모비인사이드에 기고하는 시리즈형 콘텐츠로 스타트업 구성원, 1인 메이커, 프리랜서들이 일과 삶 사이에서 겪는 마음들을 디버깅하는 심리학 콘텐츠입니다. |
해당 글은 wooworks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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