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의 한 카페, 무심하게 놓인 랩탑 옆으로 눈에 띄는 운동화 한 켤레가 보입니다. 흙먼지 묻은 산길 대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를 걷는 이 신발은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Salomon)의 트레일 러닝화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 산악용’으로 분류되던 이 브랜드는 이제 패션 피플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아웃도어가 산을 내려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등산복을 평상복으로 입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아웃도어와 스포츠 브랜드가 도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문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왜 이토록 ‘기능성’에 열광하며, 브랜드들은 왜 앞다투어 ‘도심형 라인’을 강화하고 있을까요?
01. 숫자 부진한 패션계, 아웃도어만 ‘나홀로 성장’

전체적인 패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많은 내셔널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지만, 아웃도어와 스포츠 산업은 오히려 독보적인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자 등산복으로만 치부되던 카테고리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확장된 덕분입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패션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증명하는 지표는 매출입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리더인 노스페이스는 2023년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단일 브랜드가 1조 원의 벽을 넘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이제 아웃도어를 특정 시즌에만 반짝 사는 기능성 의류가 아니라, 일 년 내내 입는 유니폼이자 필수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익성의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헤비 다운 자켓 중심의 겨울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어텍스 쉘 자켓, 테크니컬 팬츠, 그리고 트레일 러닝화에 이르기까지 사계절 내내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행이라는 특수 목적이 사라진 자리를 도심 속 일상이 채우면서 브랜드의 체질 자체가 건강해진 것입니다.
(참고 기사 : 노스페이스 1조 클럽 가입 ‘새역사’ – https://www.it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729 )
02. “예쁜데 기능까지 좋네?” 2030이 꽂힌 이유
왜 젊은 세대는 카페에 가면서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고어텍스 자켓을 입을까요? 답은 ‘실용성’과 ‘힙함’의 결합에 있습니다. 과거의 패션이 오직 시각적인 화려함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MZ세대는 성능이 곧 감성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강력한 투습·방수 기능은 이제 나를 관리하는 사람, 혹은 언제든 자연으로 떠날 준비가 된 능동적인 사람이라는 멋진 이미지로 치환되었습니다.

실제로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를 찾는 젊은 층의 유입은 폭발적입니다. 무신사의 스포츠 전문관 무신사 플레이어와 골프 전문관은 2023년 4분기 합산 거래액이 전년 대비 150%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스포츠와 아웃도어가 더 이상 취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패션 카테고리로 완전히 편입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기술력을 꼼꼼히 따집니다. 아크테릭스의 시조새 로고나 살로몬의 독특한 퀵레이스 시스템은 단순한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전문성을 대변하는 문장과 같습니다.
소비자는 이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안목과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기사 : 무신사, 신사업 전략 통했다… 뷰티, 스포츠 등 전문관 지난해 4분기 거래액 2배 이상 성장 – https://newsroom.musinsa.com/newsroom-menu/2024-0104 )
03. 브랜드의 생존법: “산이 아니라 도심을 공략하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들도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습니다. 과거에는 유명 등산로 입구의 대형 매장이 매출의 핵심 거점이었다면, 이제는 성수동, 한남동, 도산공원 같은 도심 핫플레이스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데 사활을 겁니다. 타깃 고객이 산이 아닌 도심에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들은 이제 기능 위에 패션이라는 세련된 색깔을 입히기 위해 고도화된 브랜딩을 구사합니다. 코오롱스포츠는 2024년 성수동에 콘셉트 스토어를 열고 아웃도어의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예술적인 전시 형태로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노스페이스 역시 구찌와 같은 명품 하우스나 슈프림 같은 스트릿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아웃도어를 소장 가치가 높은 한정판 굿즈처럼 소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도심 밀착형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됩니다. 라이프스타일 라인은 기존의 정통 아웃도어 라인보다 디자인적 범용성이 넓어 재고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고, 일상복 시장이라는 더 큰 파이를 공략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실적은 산을 타는 인구수가 아니라, 도심 속 유동인구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04. 우리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아웃도어가 산을 내려왔다는 것은 마케팅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마케터들은 단순히 제품의 스펙(Spec)을 나열하는 광고를 넘어, 소비자의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고지를 점령해야 합니다.
첫째, 맥락(Context)의 경쟁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기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이 옷을 입고 어디에 있을 때 내가 가장 멋지고 편리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어야 합니다. 비 오는 날 젖지 않고 쾌적하게 출근하는 모습, 주말 아침 가벼운 조깅 후 바로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 등 구체적인 일상의 시나리오 안에서 우리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시각화하고 제안해야 합니다.
둘째, 커뮤니티가 곧 자산입니다.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 요가 클래스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거대한 팬덤을 구축했듯, 최근 성장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러닝 크루, 클라이밍 세션, 트레킹 대회 등을 직접 운영하며 고객과 스킨십을 강화합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경험은 온라인에서의 구매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트리거가 됩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로고를 입고 함께 땀 흘리는 순간, 브랜드 충성도는 완성됩니다.
셋째, 진정성(Authenticity)의 확보입니다.
자연을 무대로 하는 산업군인만큼, 환경에 대한 태도는 브랜드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친환경 소재 사용, 리사이클링 캠페인, 리페어(수선) 서비스 확대 같은 ESG 전략은 이제 착한 마케팅이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려는 진심 어린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제 아웃도어 시장의 승부처는 더 이상 정복해야 할 산맥의 높이가 아니라, 도심 속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뎁스(Depth)에 있습니다.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채 도심이라는 새로운 트랙에 들어선 지금,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지형을 제안하고 있습니까?
단순히 비바람을 막아주는 옷을 팔 것인가, 아니면 지루한 일상을 모험으로 바꿔주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팔 것인가. 산을 내려온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마주한 이 질문이, 곧 2026년 패션 비즈니스의 가장 뜨거운 생존 코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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