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AI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는 해였다면, 2026년은 ‘AI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로 마케터의 역량이 갈리는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 2월 24일,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Growth Marketing Forward 2026(이하 GMF 2026)’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AI가 마케팅의 실행 속도 자체를 바꾸고 있는 지금,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지금 이 주제인 이유
: ‘Be First to Scale’에 마케터들이 반응한 배경

 

 

GMF 2026은 마티니 아이오(Martini IO)가 주최한 첫 번째 단독 마케팅 컨퍼런스입니다. 브레이즈(Braze), 앰플리튜드(Amplitude), 앱스플라이어(AppsFlyer)가 공동 주최로 함께했으며, KFC·컬리·힐링페이퍼(강남언니)·앤트로픽(Anthropic) 등 국내외 마케팅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2026년 마케팅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실무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당일, 마케팅 실무자부터 C레벨 의사결정권자까지 약 500명 이상이 참석하며 행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마티니 아이오가 처음 개최하는 컨퍼런스임에도 이 규모가 가능했던 것은, 퍼포먼스·그로스·CRM·AI 크리에이티브·데이터 분석 등 마케팅 전 영역을 아우르는 라인업과 현업 마케터가 지금, 이 순간 체감하고 있는 문제를 주제로 다룬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는 ‘Be First to Scale’였습니다.

 

AI 도구는 이미 넘쳐납니다. 문제는 ‘아는 것’과 ‘스케일업하는 것’ 사이의 간극입니다. 많은 마케터들이 AI를 도입했지만 실제 업무 속도나 비즈니스 성화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반대로, 같은 도구를 쓰면서도 데이터·프로세스·실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압도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팀도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도구의 격차보다 연결과 실행의의 격차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어떤 솔루션을 어떻게 조합할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지, 그 위에서 어떤 성과를 스케일업할지 – 이 모든 판단은 여전히 마케터의 몫입니다. GMF 2026이 ‘가장 먼저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500명이 넘는 마케터들이 이 메시지에 공명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스케일업 전략

 

 

(사진: 마티니 아이오 제공)

 

 

마티니 아이오 이선규 대표 키노트: ‘차력(借力)의 시대’

 

이선규 대표는 키노트에서 ‘차력(借力)’이라는 개념을 꺼냈습니다. 힘을 빌린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성장 방식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소유하는 ‘자력(自力)’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검증된 외부 솔루션과 파트너의 역량을 빌려 레버리지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마케팅 기술의 역사도 그 흐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체 개발 → 온프레미스 → 풀 패키지 수트 → 지금의 ‘뾰족한 SaaS 모듈 조합’으로 진화해 온 것이죠.

 

AppsFlyer(유입), Amplitude(분석), Braze(CRM)가 각 영역의 표준이 된 것도 이 맥락입니다. 이선규 대표는 AppsFlyer를 광고주와 매체 사이에서 공정하게 성과를 측정하는 ‘심판(Referee)’으로 표현하며, 이들 솔루션의 신뢰 기반 생태계를 강조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좋은 솔루션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차이는 데이터·프로세스·팀의 실행을 하나로 연결하는 ‘연결된 운영’에서 나온다.” 도구는 평등해졌지만, 그 도구로 만들어내는 결과의 천장은 마케터의 전략적 역량이 결정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AI 크리에이티브: 효율을 넘어 ‘확장’과 ‘광기’의 시대로

마티니 아이오 김성현 광고기획팀 팀장

 

이 세션은 AI 크리에이티브를 단순한 ‘작업 자동화 도구’로 보는 시각을 정면으로 깨뜨렸습니다.

 

김성현 팀장은 AI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가치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 첫 번째는 효율(Efficiency)입니다. 배경 생성, 누끼 작업 등 수동 공정을 자동화해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이제 기본입니다.
  • 두 번째는 확장(Expansion)입니다. 원본 소스 하나에서 연령대별, 타겟별로 수백 개의 맞춤 소재를 무한 생성할 수 있습니다. 20대에겐 트렌디한 스타일의 소재를, 30대에겐 신뢰감 있는 배경의 소재를 동시에 뽑아내는 ‘개인화 소재의 물량 공세’가 가능해졌습니다.
  • 세 번째가 가장 인상적인 광기(Madness)였습니다. 인간이 연출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비주얼, 디테일에 대한 극도의 집착 – AI는 이런 영역에서 고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몰입감을 줍니다. ‘광기’라는 단어를 굳이 쓴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김성현 팀장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리소스 절감의 진짜 가치는 쉬는 것이 아니라, 절감된 리소스를 다시 투여해 정교한 타겟팅 소재를 무한 생성하는 것에 있다.” AI 크리에이티브의 진짜 경쟁력은 AI를 수치로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AI 리터러시(literacy)에 있다는 것도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빠르게 만든다’에서 ‘의도적으로 확장하고, 대담하게 실험한다’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실감한 세션이었습니다.

 

 

(사진: 모비인사이드)

 

 

기술은 질문하지 않는다, 마케터가 질문하고 알고리즘을 부려라

KFC 이형일 CDTO

 

이형일 CDTO의 세션은 시작부터 도발적이었습니다. “진주만 공습은 어떻게(How) 이길지에 집착하느라, 애초에 그 싸움을 해야 하는지(Whether)를 묻지 않았다.” 그 비유가 곧장 마케터에게 향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에 집착하고 있냐’고요. 쉬운 고객, 쉬운 전환, 쉬운 매출, 쉬운 성과 추적 – 숫자는 오르는데 브랜드는 제자리인 상황,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이형일 CDTO는 알고리즘의 한계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알고리즘은 ‘발견’보다 ‘확대’에 강하고, ‘단기 전환’에 최적화되며,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들지 못하고, ‘통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핵심을 짚었습니다. 알고리즘은 경험의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커피숍에서 사진을 찍으면 할인해주는 기능적 알고리즘이 고객의 브랜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그로스 임팩트 프레임워크’였습니다.

  • Impact = R(Reach, 모수) × Δ(Delta, 변화율) × P(Persistence, 지속성)

 

특히 ‘델타 트랩(Delta-trap)’을 경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모수(R)에 대한 고려 없이 변화율(Delta)에만 집착하면, 좋아 보이는 수치에 속아 잘못된 투자를 반복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에 일을 맡기기 전에, 마케터가 먼저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 – 이 세션이 남긴 가장 선명한 메시지였습니다.

 

 


 

 

Fireside Chat: Be First to Act: AI가 바꾸는 마케팅 실행 속도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앤트로픽(Anthropic) 이엽 APAC 스타트업 파트너십 총괄과 브레이즈·앰플리튜드·앱스플라이어 담당자들이 함께한 Fireside Chat이었습니다. 클로드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마테크 플랫폼에 연결한 실제 활용 사례를 공유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 대담에 올라온 6가지 질문과 핵심 답변을 한 줄로 정리했습니다.

 

 

Q1.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MCP를 통해 AppsFlyer·Braze 등 마테크 플랫폼 데이터를 AI와 연결, 자연어 질문만으로 분석과 실행이 가능한 워크플로우를 구축하고 있다.

 

Q2. MCP의 중요성은?

MCP는 단순 인터페이스를 넘어, 수 주일이 걸리던 데이터 클리닝과 가공을 한 줄의 채팅으로 대체하며 마케팅 분석의 병목을 완전히 제거한다.

 

Q3. AI 기반 마케팅 워크플로우로 얻고 있는 정량적 성과는?

Amplitude는 6개월 만에 전 직원이 1,000개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했으며, AI 슈퍼 에이전트 ‘Moda’를 출시해 분석 및 실행 속도를 100배 수준으로 높였다.

 

Q4. AI가 대신하게 된 일 vs 사람이 더 중요해진 일은?

데이터 정리·단순 분석·반복 보고는 AI가 대신하고, 비즈니스 맥락 연결·질문 설계·판단 기준 수립은 마케터가 더 중요해졌다.

 

Q5. 2026년, 마케팅 조직에서 가장 달라질 요소는?

AI를 ‘도구’로 쓰는 팀과 AI로 ‘워크플로우 자체를 재설계’하는 팀 사이의 실행 속도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질 것이다.

 

Q6.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갖춰야 할 기초 역량은?

모델 선택보다 ‘어떤 워크플로우를 AI로 개선할지’를 먼저 정의하고, AI의 한계를 인정하는 거버넌스와 신뢰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 정합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GMF 2026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됩니다. 구조 없이 AI를 먼저 붙이면 혼란이 오고, AI 없이 구조만 붙이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이제 AI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교하게,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입니다. AppsFlyer, Amplitude, Braze 같은 솔루션이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그 위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여정을 설계하고, 어떤 소재로 고객을 만날지 – 그 판단은 여전히 마케터의 몫입니다.

 

GMF 2026이 업계 종사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라. 성과를 스케일업하는 속도가 곧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마케터는 더 이상 데이터 정리 노동자가 아닙니다. 데이터와 비즈니스 맥락을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로서, 알고리즘이 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판단을 내리는 것, 그것이 2026년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진짜 역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