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패러다임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은 단순히 또 다른 기술 주기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와 직업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는 축적된 지식에 보상하던 경제에서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가치 창출에 보상하는 경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과거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중대하며,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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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의 ‘2025 미래 직업 보고서’는 2030년까지 9천 2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의 본질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핵심적인 긴장 관계는 ‘인간 대 기계’가 아니라 ‘정적인 가치 대 동적인 가치’의 대립이다. AI의 핵심 능력은 기존 지식과 프로세스를 대규모로 코드화하고 자동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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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설: 코드 작성자에서 문제 설계자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바로 ‘자연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래에는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아무도 전통적인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으며, 사실상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되는 시대를 언급했다. 이러한 비전의 극단적인 실험이 바로 일론 머스크의 ‘매크로하드(Macrohard)’ 프로젝트다.

 

이는 코딩, 테스트, 사용자 시뮬레이션, 관리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 과정을 인간의 개입 없이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순수 AI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창출이라는 ‘과정’ 전체가 자동화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도다. 반면, 빌 게이츠는 AI가 복제할 수 없는 창의성, 판단력, 오류 수정 능력 때문에 코딩은 앞으로도 ‘100% 인간의 직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하였다. 현직 개발자들 역시 자신의 업무 중 순수 코딩은 약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고객의 요구와 심리를 이해하고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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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쟁의 본질은 소프트웨어 개발 가치의 중심이 코드의 구문(syntax)에서 문제의 의미(semantics)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의 비전과 머스크의 실험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계적이고 과정 중심적인 측면, 즉 ‘어떻게(how)’를 목표로 한다. 반면 게이츠의 반론과 개발자의 현실은 전략적, 창의적, 공감적 측면, 즉 ‘무엇을(what)’과 ‘왜(why)’에 초점을 맞춘다.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리적 구현, 휴머노이드 시대의 서막

 

생성형 AI 이후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세계로 확장될 것이며, 이는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 창출이 시급한 과제임을 분명히 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피규어 AI(Figure AI)와 같은 기업들은 2025년에서 2026년 사이에 초기 생산 및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공장, 물류센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가정에서 ‘위험하고, 반복적이거나, 지루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현재 프로토타입은 이미 걷고, AI를 사용해 자율적으로 탐색하며, 물체를 분류하고 상당한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로봇들은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AI 시스템에 의해 구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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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AI의 도입은 경제 성장과 생산성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심각한 일자리 대체 위협을 동반한다. 한 예측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물론 배터리 수명, 섬세한 작업을 위한 미세 운동 능력, 비정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실제 환경에 대한 견고한 적응력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병목 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생성형 AI의 영향이 주로 ‘지식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면, 휴머노이드는 공장이나 창고와 같은 구조화된 환경을 시작으로 육체 및 생산직 노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로운 경제 논리, 지식에서 가치로의 전환

 

WEF의 ‘2025 미래 직업 보고서’는 가장 수요가 많은 핵심 기술로 ‘분석적 사고’를 꼽았다. 그 뒤를 이어 회복탄력성, 유연성 및 민첩성, 리더십, 창의적 사고 등이 중요하게 평가되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은 AI 및 빅데이터, 사이버 보안과 같은 기술 관련 분야이지만, 이러한 기술은 앞서 언급된 인간 고유의 특성들과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반면, 데이터 입력과 같은 반복적인 인지 기술과 수작업 능력, 지구력과 같은 육체 기술에 대한 수요는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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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에게는 상당한 임금 프리미엄이 붙고 있으며, 이 프리미엄은 56%까지 상승했다. 또한 AI에 더 많이 노출된 산업은 직원 1인당 수익 증가율이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AI가 인간의 생산성을 증강시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 특정 기술적 역량이 아니라, 학습하고 적응하며 인간과 기계의 능력을 통합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메타 기술’임을 시사한다. WEF 데이터는 AI에 의해 복제될 수 있는 기술(반복 작업)은 쇠퇴하고, AI를 지휘하고 보완하는 기술(분석적, 창의적 사고)은 부상하는 명확한 분기점을 보여준다.

 

 


 

 

기업가적 사명, AI와 함께 가치를 설계하라

 

이 새로운 경제 논리에 대한 유일하고 합리적인 대응은 기업가적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AI는 이러한 전환의 당위성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할 도구까지 제공하며 개인의 가치 창출과 사업 형성의 장벽을 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MIT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는 생성형 AI가 어떻게 ‘공동창업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I는 시장 조사, 아이디어 구상, 로고 및 웹사이트 제작, 사업 계획서 및 이메일 작성, 심지어 초기 제품 버전 코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창업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예비 창업가들을 안내하며 사업 시작에 대한 지식 장벽을 낮춘다. AI는 한 사람이 자신의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게 함으로써, 과거에는 소규모 팀이 필요했던 일을 혼자서도 가능하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현대 기업가 정신의 초석인 신속하고 저렴한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은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직업’이라는 개념이 점차 ‘벤처’라는 개념으로 대체될 것임을 시사한다.

 

개인은 AI를 운영 파트너로 삼아 과거에는 한 사람이 달성할 수 없었던 규모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가치 창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직원’과 ‘창업가’의 경계는 흐려진다. 새로운 모델은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가 되는 것이며, 그 가치를 단 한 명의 ‘고객'(고용주)에게 판매하든, 다수에게 판매하든 본질은 같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직업은 당신의 브랜드이며, 당신의 브랜드는 당신의 가치다. 개인 가치 창출자들의 경제에서, 당신의 직업적 정체성은 당신이 해결하는 독특한 문제들과 당신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가치에 의해 정의된다. 직함이 아닌, 특정 종류의 영향력을 창출한다는 평판을 중심으로 경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든 가치가 곧 나의 직업이 되는 시대의 생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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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유훈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