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좋네, 그런데 바덴-뷔르템베르크에는 가 본 적 있니?”(Nett hier. Aber waren Sie schon mal in Baden-Württemberg?)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어느 전봇대에 붙은 스티커입니다. 한국 내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공간 중 한 곳에 독일어 글귀가 선명한 노란색을 배경으로 해 적혀 있으니 적잖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요.

 

 

출처 : Reddit

 

 

이것은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진행하는 지역 마케팅 캠페인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 ‘여기도 좋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어때?’라는 뉘앙스가 담긴 슬로건을 노출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작전으로, 1999년부터 26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독일 내 기차와 버스 일부에 슬로건을 적는 정도였으나, 그로부터 몇 년 뒤부터는 문구를 스티커로 인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민들이 주 바깥의 관광지를 방문할 때 그것을 직접 붙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변화였습니다.

 

이 스티커는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 미국, 프랑스 등 유명한 관광지는 물론 온두라스 같은 오지나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 등, 별의별 곳에서 발견된 ‘Nett hier’ 스티커 사진이 SNS에 차츰 업로드됐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서부 헨티스 베이(Henties Bay) 마을에서 불탄 채로 방치된 차에 붙어 있는 ‘Nett hier’ 스티커. / 출처 : flickr, Sonse 촬영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2021년 공식 온라인 샵을 오픈한 이래 팔려 나간 ‘Nett hier’ 스티커는 160만개에 달합니다. 데이터 제공업체 Statist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내 호텔의 연간 숙박객 수는 2010년 4400만명에서 2024년 5900만명으로 약 35%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의 불가피한 감소를 제외하면 투숙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Nett hier’를 자기네 마케팅에 응용하는 업체가 여럿 나오기도 했습니다.

 

 

‘Nett hier’ 슬로건을 자사 홈페이지 마케팅에 이용하는 독일 뮌헨의 한 업체. / 출처 : Dackel girls and cars

 

 


 

 

최근 국내에서도 ‘Nett hier’처럼 사람들의 눈을 순간적으로 사로잡는 스타일의 마케팅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외식 브랜드인 ‘육회바른연어’가 서울 시내 인구 밀집 구역 곳곳에 ‘ㅠㅠ..ㅠ유ㅠㅠㅠ’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구와 큼직한 QR코드만 담긴 광고를 내보낸 것입니다. 일단 눈에 보이는 부분엔 브랜드 명칭과 로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Nett hier’ 스티커를 접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무엇이며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러한 의문은 자연스레 광고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러 언론 매체에선 ‘다른 옥외광고에 비해 QR코드를 스캔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평가했고, 실제로 QR코드에 연결된 유튜브 쇼츠 영상은 알고리즘을 탈 수 없는 ‘일부 공개’ 상태였음에도 11월 4일 기준으로 조회수가 9만7000회에 달합니다. 이는 육회바른연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전체 쇼츠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출처 : 육회바른연어

 

 

물론 이렇게 ‘획득’한 잠재 고객을 실제 소비자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기발한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도 별반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탑 퍼널’ 단계에서 확보한 인지도가 향후 이어질 모든 마케팅의 첫걸음이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Nett hier’나 ‘ㅠㅠ..ㅠ유ㅠㅠㅠ’처럼 대중의 시선을 순간적으로나마 끌어 모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 광고는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