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창업가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테크 산업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피규어 AI(Figure AI)의 창립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이다. 그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영역에 머물던 인공지능을 물리적 세계로 끌어내어 인간 형상의 로봇에 주입하는 대담한 도전을 이끌고 있다.

브렛 애드콕은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연쇄 창업가다. 온라인 인재 매칭 플랫폼부터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체(eVTOL), 그리고 인간형 로봇(Humanoid)과 에이전틱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그가 거친 창업 전선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연이어 일구어낸 그의 행보는 기술적 직관과 강력한 실행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사용자 경험(UX)의 최전선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디자이너들에게 브렛 애드콕의 비전과 철학은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일리노이 농장에서 자란 유년 시절 (Agrarian Roots)
브렛 애드콕의 혁신가적 기질은 대도시의 연구실이나 화려한 테크 허브가 아닌, 미국 일리노이주 모웨아쿠아(Moweaqua)의 한적한 농장에서 싹텄다. 1986년에 태어난 그는 3대째 이어져 온 농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마주하는 광활한 대지와 거대한 농기계들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삶의 배경이었다.

농장 마당은 그에게 거대한 실험실과 같았다. 파묻힌 씨앗이 수확물로 변하고, 거친 기계 장치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는 과정을 보며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치를 몸소 배웠다. 농사를 지으며 마주하는 노동의 고단함과 예측 불가능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은 훗날 그가 거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하드웨어 기반의 기술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단단한 정신적 자양이 되었다. 흙먼지 속에서 기계를 만지며 자란 유년 시절의 경험은 노동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해방하겠다는 ‘피규어 AI’의 궁극적인 모태가 된다.

‘우등생’이자 ’10대 창업가’였던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그의 관심은 농장의 기계에서 컴퓨터 스크린 너머의 가상 세계로 확장되었다. 센트럴 A&M 고등학교(Central A&M High School)에 재학 중이던 16세의 브렛 애드콕은 이미 단순한 학생이 아니었다. 인터넷이 급격히 보급되던 시기에 그는 웹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독자적인 온라인 기업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시도한 창업은 아웃도어 전자기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이트와 금융 및 커리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트 오브 월즈(Street of Walls)’라는 플랫폼이었다. 방과 후 남는 시간을 쪼개어 코드를 짜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던 10대 소년은 학교 성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학업과 창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고등학교를 수석(Valedictorian)으로 졸업했다. 이 시기에 다진 비즈니스적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은 그가 평범한 기술자가 아닌, 시장의 가치를 읽어내는 사업가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 시절과 초기 소프트웨어 연쇄 창업
고등학교를 마친 브렛 애드콕은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설계하는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비즈니스의 구조를 깊이 파고들기 위해 경영학으로 전공을 전환하여 2008년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에도 파이 카파 타우(Phi Kappa Tau) 사교클럽 활동을 하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 시기 그가 주목한 것은 소프트웨어가 가진 폭발적인 확장성이었다. 초기 인터넷 기업들을 모니터링하며 시장의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대학 졸업 전후로 시도한 다양한 마켓플레이스 및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은 그에게 디지털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리고 복잡한 데이터를 어떻게 직관적인 UI로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주었다. 이는 본격적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완벽한 예행연습이었다.
베터리 (Vettery) — 공동 창업자 (2013~2018)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전업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브렛 애드콕은 2013년, 26세의 나이에 인공지능 기반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베터리(Vettery)’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채용 시장은 수많은 이력서와 헤드헌터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여 정보의 비대칭성과 비효율성이 극에 달해 있었다.

베터리는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여 기업과 구직자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가장 이상적인 매칭을 자동으로 주선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모두가 겪는 피로감을 최소화한 직관적인 UI 디자인과 정교한 데이터 모델링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수천 개의 기업이 베터리를 통해 인재를 채용했고, 성장성을 인정받은 베터리는 2018년 세계 최대의 채용 기업인 아데코 그룹(The Adecco Group)에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라는 거액에 인수되었다. 이 첫 번째 대형 엑시트(Exit)를 통해 브렛 애드콕은 자본력과 함께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스타 창업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다졌다.
아처 에비에이션 (Archer Aviation) — 공동 창업자 (2018~2022)
베터리의 성공적인 매각 이후, 브렛 애드콕은 디지털 공간을 벗어나 현실 세계의 거대한 하드웨어 난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이 2018년에 창업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업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다. 그는 매일 도로에서 낭비되는 인류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하늘을 나는 전기 항공기라는 대담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보잉, 에어버스, 스페이스X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 우주 엔지니어들을 영입하여 팀을 구성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비행 제어 시스템의 수직 계열화를 이뤄내며 단 5세대 만에 완성도 높은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체(eVTOL)를 설계하고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15억 달러 규모의 기념비적인 계약을 체결한 아처 에비에이션은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 27억 달러로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브렛 애드콕은 복잡한 물리적 하드웨어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정교하게 결합하는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커버 (Cover) & 하크 (Hark) — 창업자 (2023~)
아처 에비에이션을 상장시킨 이후에도 그의 창업 본능은 쉬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AI 인터페이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커버(Cover)’와 ‘하크(Hark)’라는 새로운 벤처를 연이어 출범시켰다.

2023년에 설립된 ‘커버’는 미국 내 심각한 총기 폭력 문제로부터 학교와 공공장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피지컬 AI 보안 기업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중인 커버의 시스템은, 군중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비접촉식 스캐너를 통해 숨겨진 무기를 수동적으로 감지하는 혁신적인 보안 솔루션이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가 기술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다.

이와 동시에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인공지능 랩 ‘하크(Hark)’를 설립했다. 하크는 기존의 챗봇 형태를 뛰어넘어,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정신적 부하를 줄여주는 범용 인공지능(AGI) 인터페이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2026년 5월에는 엔비디아, AMD 벤처스, 세일즈포스 벤처스 등 글로벌 테크 거물들로부터 7억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6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하크는 텍스트와 음성, 시각 정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멀티모달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전용 AI 디바이스와 결합하여 인간과 기계 사이의 보편적인 인터페이스를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지니고 있다.
피규어 AI (Figure AI) — 창업자 겸 CEO (2022~현재)
브렛 애드콕의 경력에서 가장 정점에 서 있는 핵심 기업은 바로 2022년에 설립한 ‘피규어 AI(Figure AI)’다. 그는 “인공지능에게 육체(Body)를 부여하겠다”는 단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 회사를 세웠다. 기존의 로봇 공학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특정 반복 작업만 수행하는 외팔형 로봇에 집중했다면, 피규어 AI는 인간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다.

그가 이끄는 피규어 AI는 단순한 하드웨어 조립 회사가 아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과 고도의 전기 기계식 관절 제어 기술을 결합하여, 인간과 유사한 범위의 가동 영역과 페이로드를 지닌 휴머노이드를 완성해 가고 있다. 최신 모델인 ‘피규어 03(Figure 03)’은 예측 불가능한 가정이나 물류창고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탐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 ‘헬릭스(Helix)’를 탑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제프 베이조스 등으로부터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피규어 AI의 기업 가치는 단기간에 390억 달러 규모로 치솟았다. 이미 BMW 공장의 생산 라인에 투입되어 실전 노동을 수행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제조와 물류를 넘어 리테일과 가정으로까지 보급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의 지능으로 돌파하는 그의 피지컬 AI 전략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이 아닌 현실의 도구임을 증명해 냈다.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의 철학과 비전
브렛 애드콕이 추구하는 기술의 종착지는 인간 역량의 확장과 도덕적 우선순위의 실현이다. 그는 글로벌 GDP의 약 50%를 차지하는 인간의 육체 노동 시장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위험한 작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그가 수십 년의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피규어 AI와 하크를 이끄는 이유는, 인간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단순 반복적인 노동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함으로써 인류가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의 비즈니스적 통찰은 최고 수준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수만 가지의 특수 목적형 로봇을 따로 만드는 대신, 인간 중심의 환경에 완벽히 녹아들 수 있는 ‘단 하나의 범용 휴머노이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UX라는 확신이다.
물리적 형태(Figure)와 인지 능력(Hark)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브렛 애드콕의 거대한 플라이휠은 전 세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가상 화면 속의 픽셀을 디자인하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이 현실의 기계와 결합하여 우리 삶 속을 걸어 다니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가. 브렛 애드콕은 지금 이 순간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텍스트가 아닌 움직이는 결과물로 직접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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