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9일,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무대에서 구글 최고 경영자 선다 피차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 달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Gemini 3.5 Pro를 곧 내놓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6월이 지나고, 7월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모델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이… 언제죠?
 
 
 
 

1. Gemini 3.5 Pro에 무슨 일이 생겼나?


출시가 세 차례 밀렸고, 이제는 기약이 없습니다.

  • 5월 :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I/O)에서 공개, “6월 출시” 예고
  • 6월 : 출시 무산, 7월로 연기
  • 7월 17일 : 유력하게 보도되던 출시일이지만, 또 무산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기의 이유는 내부 테스트에서 드러난 성능 미달입니다. 특히 코드 생성과 복잡한 작업의 정확도가 목표에 못 미쳤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 알파벳의 주가는 4% 넘게 하락했습니다.

 

기약 없는 연기

 

2. 단순 연기일까, 전면 재구축일까?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기는 일정 조정이 아니라 재개발에 가깝습니다.

HackerNoon, Geeky Gadgets 등의 외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거의 완성됐던 모델을 폐기하고 사전학습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초기 테스트에서 드러난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도구를 반복 호출하는 에이전트 작업
  2. 수학적 추론
  3. 이미지·그래픽 생성 품질

 

문제는 이렇게 발견된 약점이 수정으로 고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AI 모델은 사전학습(pre-training)이라는 가장 크고, 비싼 공사에서 능력의 상한이 정해집니다. 이후의 파인튜닝은 그 상한 내에서 다듬는 작업일 뿐입니다.

그런데 구글은 Gemini 3.5 Pro의 상한이 낮게 정해졌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본을 재투입해 다시 빌드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건축 결정

 

 

3. 왜 지금의 연기가 구글에게 치명적일까?


경쟁사들의 신형 모델이 같은 시기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OpenAI(ChatGPT)와 Anthropic(Claude), 그리고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들까지 새 플래그십을 내놓는 사이, 구글만 약속한 모델 없이 이 시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기업들이 “어떤 AI 위에 우리 서비스를 만들까”를 정하는 시기에, 구글만 그 선택지에서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시기 딥마인드의 시니어 연구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급한 대로 구글이 보급형 모델을 임시방편으로 먼저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왔고, 그리고 이번주, 구글은 실제로 보급형 모델부터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7월 21일, Gemini 3.6 Flash와 3.5 Flash-Lite, 보안 특화 모델인 3.5 Flash Cyber를 공개했습니다.

플래그십이 늦어지는 사이, 저렴하고 효율적인 모델로 빈자리를 메우는 전략입니다.

 

잠시 신발끈 좀 묶고…

 

 

4. 그런데, 연기가 정말 잘못된 결정일까?


기대에 못 미치는 출시가 늦은 출시보다 더 큰 손해일 수 있습니다. 구글에겐 다른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일단 출시부터 하고, 나중에 업데이트로 고치자.”

 

IT 업계에서 아주 익숙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이미 학습한 게 있습니다. 무리하게 서두른 AI 기능이 이상한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뉴스 헤드라인이 되고 신뢰가 깎였습니다.

연기는 며칠 욕먹고 끝나지만, 실망스러운 제품은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아직 구글에겐 재기할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구글의 선택

 

 

5. 주의할 점


1. ‘전면 재구축’은 아직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성능 미달로 인한 연기는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가 보도했지만, “모델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이야기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 단계입니다. 구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7월 22일 구글의 실적 발표에서, “3.5 Pro와 업그레이드된 Flash 모델을 파트너들과 테스트 중”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한, 최고 경영자 선다 피차이는 “Gemini 3.5 Pro는 현재 테스트 중이며, 팀은 이미 차세대 모델을 만들고 있다. Gemini 4를 위한 역대 가장 야심찬 사전학습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2. 늦는 것과 지는 것은 다릅니다.

AI 업계에서 몇 달의 연기는 치명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기억되는 것은 최종 제품의 완성도입니다. 재구축된 모델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이 연기는 ‘신중했던 결정’으로 재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일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옵니다. 거의 다 만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쉬운 대로 내보낼 것인가.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민을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자 제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