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MAX SUMMIT 2026 세션 'AI 시대, 무엇이 선택받는가? 답은 AI가 한다. 질문은 누가 할 것인가'에서 공유된 설빙과 테라로사의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AI 시대에도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와 브랜드가 설계해야 할 경험에 대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AI가 효율을 높일수록, 브랜드에 머물 이유를 설계하다

AI는 고객과 마케터의 시간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고객은 원하는 정보를 찾고 비교하며 구매하는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마케터 역시 시장 조사, 아이디어 발굴,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의 여러 업무를 짧은 시간 안에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효율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금도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먼 공간을 찾아가고, 줄을 서서 빙수를 먹으며, 브랜드가 준비한 경험에 기꺼이 시간을 사용합니다.

MAX SUMMIT 2026에서 설빙과 테라로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AI 시대의 브랜드 경쟁력은 단순히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아닌, 고객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건넬 이유를 만들고, 그 시간을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돌려주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빙은 함께 빙수를 나누는 경험을 설계하고, 테라로사는 공간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두 브랜드가 운영하는 제품과 공간은 다르지만, 고객의 시간과 행동을 브랜드만의 기억으로 전환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AI는 고객과 마케터의 시간 사용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설빙, 고객이 제품을 소비하는 시간을 함께하는 장면으로 바꾸다


설빙은 오프라인 매장을 판매 채널인 동시에 하나의 ‘미디어’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매장 안에는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와 같은 여러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설빙은 각 요소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기억에 어떤 장면을 남길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신메뉴를 소개할 때도 재료의 질감과 맛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고객이 언제,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빙수를 먹을지 상상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빙수의 특징에 여러 사람이 하나의 메뉴를 나누어 먹는 즐거움과 정서까지 담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소비자의 기억에는 제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아닌, 제품을 경험한 상황이 남는다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저 역시 설빙을 생각하면 특정 메뉴의 정확한 이름보다 친구들과 빙수 하나를 가운데 두고 나누어 먹었던 장면과 중간중간 발견했던 큼지막한 과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즉 설빙에서 빙수 한 그릇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여러 사람을 한 테이블에 머물게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장을 미디어로 본다’는 말의 의미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은 브랜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에서 나아가, 고객이 들어와 메뉴를 고르고, 빙수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고, 매장을 떠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프라인 미디어를 설계하는 마케터는 고객이 보게 될 이미지와 문구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 하게 될 행동까지 고민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고객이 직접 참여한 행동이 연결될 때, 경험은 고객 개인의 기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테라로사, 고객의 시간을 탐색의 경험으로 바꾸다

테라로사는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를 커피의 맛과 기능에서만 찾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 머무는 순간에도 주변의 소음과 움직임을 통해 공간에 속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즉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이면서 유대감과 정서적 효용을 경험하는 공간인 것입니다.
테라로사는 이러한 공간의 기능에 탐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간판, 오래된 앤티크 의자, 굽이진 동선 끝에서 발견하는 창과 브랜드의 이야기는 고객이 공간을 천천히 살펴보도록 만듭니다. 고객은 커피를 받기 전부터 입구를 찾고, 공간을 둘러보며, 자신만의 요소를 발견하는 과정에 참여합니다. 정보와 콘텐츠가 빠르게 이해되고 소비되는 환경에서 이러한 낯섦은 고객의 주의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공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고객은 직접 움직이고 관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테라로사를 경험하는 시간은 주문과 음용에 필요한 시간에 탐색과 발견의 과정까지 더해지며 밀도 있는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물론 모든 불편이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객이 감수한 수고가 브랜드의 철학과 연결될 때에만 더 밀접한 의미가 생깁니다. 테라로사의 동선과 오래된 가구는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 안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듭니다. 공간의 낯섦은 고객에게 브랜드의 취향을 설명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방문 경험에 개인적인 서사를 더합니다.
AI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를 빠르게 찾고 목적지까지 안내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서 느끼는 호기심, 예상하지 못한 요소를 발견하는 즐거움,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감정은 고객이 직접 시간을 보내며 완성합니다. 테라로사는 이 시간을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시간을 설계하는 브랜드의 질문과 기준

설빙과 테라로사의 사례를 들으며, 고객이 시간을 사용하고 싶어지는 경험은 브랜드의 명확한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고객에게 어떤 장면을 남길 것인지, 고객이 공간에서 어떤 행동과 감정을 경험하게 할 것인지 정의해야 여러 요소를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빙은 AI 시대에 사람이 맡아야 할 역할로 ‘좋은 질문’과 ‘망설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기획을 완성한 뒤 고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테라로사 역시 마케팅을 ‘맥락을 찾는 일’로 설명했습니다. 같은 전략도 시기와 장소,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AI가 제시한 답이 현재의 브랜드와 고객에게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좋은 질문이 곧,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답 가운데 브랜드가 선택해야 할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이 어떤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AI가 제시한 다양한 가능성도 브랜드 경험에 맞게 선택하고 다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설빙은 새로운 메뉴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To-do List’ 보다 ‘Not To-do List’를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합니다. 설빙은 여러 토핑과 소스가 층층이 쌓여 마지막까지 풍성한 맛을 내는 빙수를 설빙다운 제품으로 정의하고, 빙수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깨지 않는 것이 ‘Not To-do List’이며, 이는 트렌드와 소비 방식이 달라져도 ‘설빙다움’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만의 자산이 됩니다.
테라로사 역시 공간과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공간의 동선과 가구, 문화적 요소들은 고객이 커피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연결됩니다.
이처럼 AI가 만들어내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브랜드가 던져야 할 ‘좋은 질문’과, 지켜야 할 ‘기준’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어떤 시간을 제공하고 싶은지 분명한 브랜드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면서도 일관된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한 좋은 질문과 기준은 브랜드의 중심을 확인하고, 변화 속에서도 고객이 기억할 장면을 놓치지 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번 세션을 통해 AI 시대의 브랜드 경쟁력은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설빙은 함께 빙수를 나누는 시간을 관계의 기억으로 만들고, 테라로사는 공간을 탐색하는 시간을 고객만의 서사로 바꾸며, 두 브랜드 모두 제품을 소비하는 순간을 넘어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보내는 시간 전체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게 남기고 싶은 장면과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이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설빙이 풍성한 빙수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지키고, 테라로사가 ‘커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경험을 만드는 것처럼, 브랜드의 질문과 기준은 메뉴와 공간, 콘텐츠를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합니다. 이를 통해 마케팅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저도, 앞으로 브랜드와 캠페인을 기획할 때에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와 함께 “고객은 이 브랜드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인가”를 질문하고 고민해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는 고객이 건넨 시간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돌려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다양한 과정의 효율을 높일수록, 고객이 기꺼이 머물고 다시 방문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고객의 시간을 브랜드만의 기억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설빙과 테라로사의 사례를 통해 발견한 AI 시대의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 | 서강대학교 M.A.R.T. 학회원 안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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