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다이먼이 14살에 배운 원칙, 그리고 AI 베팅 계산법
경고하는 사람이 제일 많이 베팅한다. 월가에서 가장 힘센 은행가,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얘기다.
지난주 이 사람이 낸 실적은 은행 역사에 남을 숫자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실적 발표 콜에서 시장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 사람, AI 조정 확률까지 숫자로 못박아 둔 사람이다. 그러면서 자기 회사에서는 AI로 사람을 가장 많이 자르고, AI에 가장 크게 베팅하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
위선처럼 보이는 이 행동, 사실은 그가 열네 살 때 겪은 손실 하나에서 시작된 평생 원칙의 연장이다.

다이먼이 두려워한 건 AI라는 기술이 아니라,
요새 없이 베팅하는 것이다.
212억 달러, 그리고 경고
2026년 2분기, JP모건은 순이익 212억 달러를 냈다. 전년 대비 41% 늘었다. 은행 역사에 남을 성적표다. 그런데 다이먼은 콜에서 자기 실적에 취하지 않고 바로 다음 문장에서 발을 걸어 놓았다. “지금이 최고에 가까운 상태다. 근데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
포춘과 CNBC가 같은 주에 보도한 내용도 같은 결이다. 다이먼은 시장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좋은 실적을 자랑하는 자리에서 경고부터 하는 사람, 이게 이 사람의 화법이다.

확률로 말하는 사람
작년에 AI 얘기를 할 때도 똑같았다. “AI를 통째로 거품이라 볼 순 없다. 자동차가 그랬듯 결국 전체는 성과를 낸다. 단, 그 안에 낭비되는 돈도 분명히 있다.” 그러면서 숫자를 하나 던졌다. 시장은 조정 확률을 10%쯤 반영하는데, 자신은 30%로 본다고.
예/아니오가 아니라 확률로 말하는 습관, 이게 다이먼 화법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확률적 사고가 왜 그의 몸에 밴 원칙인지는 조금 뒤에 나온다.
이 신중한 화법과 별개로, 실제로는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일부 부서는 AI 때문에 인력이 40%까지 줄었다. 앞으로도 뱅커는 덜 뽑고 AI 전문가를 더 뽑겠다고 공언했다.
기술 예산만 200억 달러 가까이, AI 쓰는 용도만 벌써 1,000개 가까이 굴리고 있다. 업계 전체 AI 지출도 작년 4,000억 달러에서 올해 7,000억 달러, 내년엔 1조 달러를 넘길 걸로 본다. 경고와 베팅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를 알려면, 이 사람의 원형부터 봐야 한다.
그가 14살에 배운 평생의 원칙
다이먼이 열네 살 때 처음 주식을 샀다. 2년 만에 45%가 빠졌다. 그때 배운 교훈이 평생 갔다. “절대 한 방에 날리지 마라(don’t blow up).” 이후로 그가 하는 모든 선택의 기본값이 됐다.

그 개인적 교훈을 회사 전략으로 만든 게 ‘요새 재무제표(Fortress Balance Sheet)’다. 규제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본과 현금을 항상 쌓아 둔다. JP모건 연례 주주서한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오지 않길 바라는 폭풍에 대비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는 무너졌는데, JP모건은 살아남았다. 규제 최소치만 맞춘 회사와, 그보다 훨씬 많이 쌓아 둔 회사의 차이였다.

매달 수백 번, 오지 않을 폭풍에 대비한다
이 원칙은 말로 그치지 않는다. 회사 내부적으로 매달 수백 번씩 스트레스테스트를 돌린다. 연준이 1년에 한 번 하는 시험보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목표는 하나, 오지 않길 바라는 폭풍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이 습관은 회사 담장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엔 어느 AI 회사의 초강력 모델을 함부로 공개하면 국가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올해 세계 정세와 경제를 흔들 리스크를 꼽을 때도 이란 전쟁, 인플레이션과 나란히 AI발 노동시장 충격을 넣었다. 지정학 리스크가 2차대전 이후 최대라는 경고까지, 은행 CEO치고는 발언 범위가 확실히 넓다.

그래서, 당신의 회사는?
다이먼은 AI가 언젠가 주 3.5일 근무까지 만들 거라 본다. 그런데 동시에 요즘 신입들에게는 감성지능을 키우라고 말한다. 기계가 처리를 더 잘할수록, 사람만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비싸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져갈 도구는 두 가지다.
- 첫째, AI 도입을 예/아니오로 결정하지 마라. 확률로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과도한 낙관도 과도한 공포도 걸러진다.
- 둘째, 베팅부터 하지 말고 감당 가능한 손실선부터 정하라. 요새를 먼저 짓고, 그 안에서 크게 베팅하는 것이다.
확신에 찬 사람보다, 자기 실수를 원칙으로 바꾼 사람 말을 더 믿어야 한다는 게 이 사람을 보며 든 생각이다. 다이먼이 맞을지, 아니면 그냥 신중한 척 폼을 잡는 건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관련 영상 — AI 투자거품론
해당 콘텐츠는 쫑대표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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