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광고 소재 제작 현장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디자이너의 역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누끼 작업이나 배경 생성, 합성 연출컷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던 작업은 이제 AI로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결과물이 좋은 크리에이티브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모비데이즈 creative.Lab에서 10년간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소재를 만들어 온 14년 차 디자이너 김혜진 부팀장을 만나, 지난 10년 사이 크리에이티브 현장에서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그리고 AI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을 들어봤습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김혜진 부팀장 | 모비데이즈 creative.Lab 광고·마케팅 디자이너 14년 차 (모비데이즈 10년)

 

 

 

 

파트도 없던 팀이 세 개 파트가 되기까지

 

Q. 2016년과 2026년을 비교했을 때, 디자이너의 일과 크리에이티브 환경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2016년에 입사했을 때는 모두가 그래픽 디자이너였고 파트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래픽팀, 영상팀, 카피팀으로 인원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습니다.

 

Q. 광고·마케팅 회사 안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경험은 일반적인 디자인 업무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일반적인 디자인 업무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광고·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면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소재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 브랜드에서 인하우스로 일하면 그 브랜드의 소재만 만들게 되지만, 광고·마케팅 회사에서는 장르의 제한 없이 다양한 작업을 해 볼 수 있고, 여러 브랜드의 비딩 소재도 진행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미지: 모비데이즈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크리에이티브의 기준

 

Q. 지난 10년간 수많은 트렌드와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해 보며 느낀 ‘좋은 크리에이티브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브랜드와 연결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후킹만을 위해 브랜드와 동떨어진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보다는, 브랜드의 색이 묻어나고 누가 봐도 그 브랜드임을 알아볼 수 있으면서 재미있거나, 놀랍거나, 귀엽거나, 공감되거나, 갖고 싶어지는 등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광고가 좋은 크리에이티브입니다.

 

Q. 기획자·마케터·광고주 등 다양한 직군과 협업할 때,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협업하는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이 가장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한 번에 파악하고 싶어도 말을 애매하게 하거나 설명을 어려워하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떤 부분이 애매하고 어떤 부분을 정확히 말해 줘야 하는지 디자이너 쪽에서 먼저 짚어 줘야 디자인 방향성을 빠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소재를 만들었을 때 수정 과정도 줄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이 커지며 달라진 디자이너의 역할

 

Q. 10년 동안 한 조직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변화를 경험하셨는데요. 디자이너로서 역할이나 관점이 가장 크게 확장됐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매니저에서 선임매니저가 되었을 때는 팀장님과의 회의에 더 많이 참여하는 정도의 미세한 변화였다면, 부팀장이 되고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오면서는 확실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책임감이 더 커졌고, 팀원 관리에도 더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팀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하게 업무를 분배하려 했고, 타 팀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는 아무리 실무로 바빠도 논의할 내용을 먼저 정리해서 소통했습니다. 먼저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Q.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하면서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환경보다는 본인의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인 부분을 꼽자면, 성과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주지 않아서 개개인이 자유와 의지로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모비데이즈

 

 

 

 

AI는 소스를 만들고, 사람은 완성한다

 

Q. 최근 AI가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 과정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실제 업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과,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실무에서 AI를 쓰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누끼 작업, 이미지가 잘려 있어 없는 배경을 생성하는 일, 상상으로만 하던 오브제를 만드는 일, 전문가가 만든 듯한 합성 연출컷 제작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AI 자체의 자동화로 텍스트까지 모두 들어간 배너를 만들면 아직은 AI 티가 많이 나는 소재가 나옵니다. 그래서 AI로는 광고의 소스 부분을 만들고, 텍스트나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하는 부분은 직접 작업하는 것이 퀄리티 높은 광고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AI를 쓴다고 해서 모두가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괜찮은지, 어색하지는 않은지, 조금 더 손볼 수는 없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Q. 회사의 변화가 크리에이티브 조직이나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줬나요?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기보다는,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AI를 더 활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AI 워크숍을 통해 주기적으로 조별 모임을 하면서 소홀하기 쉬운 AI 트렌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AI 툴을 써 보면서 실무에 활용하기 좋은 것들을 알게 되어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모비데이즈 10주년 선물

 

 

Q. 앞으로 5~10년 뒤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금 업계에 들어오는 디자이너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5~10년 뒤에는 AI를 사용하는 능력이 당연한 기본값이 될 것입니다. AI를 내가 팀장으로 있는 팀의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각 팀원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해서 최고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업계에 들어오는 디자이너들에게는,
AI가 모든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의 감각과 판단이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를 만든다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디자인 공부와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10년 사이 광고 디자이너의 일은 파트 구분조차 없던 시절에서 AI를 팀원처럼 다루는 시대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김혜진 부팀장이 짚은 좋은 크리에이티브의 기준, 즉 브랜드의 색을 지키면서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은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였습니다. 도구는 빠르게 바뀌어도 무엇이 좋은 결과물인지 판단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AI 시대에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하는 마케터와 디자이너에게 이번 이야기가 작은 기준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