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가 시작됐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 협조를 재개했습니다.

카카오톡 측은 이번 감청 협조를 두고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하는 개선된 방식’ 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개선된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단체 카톡방의 경우 수사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는 익명 처리. 범죄 용의자 외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는 블라인드 처리. 익명화 처리된 사람 중 범죄 관련성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이 공문으로 다시 요청하면 추가로 전화번호 공개 – 카카오톡, 감청 협조 재개(블로터) 

카카오의 이번 발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영장이 있더라도 고객 정보를 미국 정부당국에 줄 수 없다고 최근 발표한 것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주요 미디어에서 계속해서 다루고 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논의되는 내용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The winner takes it all

작년 10월 이맘 때 카카오톡 감청 관련 이슈가 처음 발생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기자간담회를 했던 당일에도 계속해서 논쟁이 됐던 부분이죠. 결국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독일에서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디지털 망명’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의 대화 저장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나섰지만 검찰발 검열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체 메신저로 각광받고 있는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텔레그램에 접속하는 순간 “너도 드디어 망명 왔냐” “입성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쇄도하듯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텔레그램은 일종의 ‘신드롬’이 되고 있다. – ‘텔레그램 신드롬’ 가입자 수 100만 돌파(아시아경제) 

하 지 만

텔레그램은 한 달만에 찻잔 속 태풍으로 멈췄습니다. 아직도 몇몇 정치, 언론계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주류 메신저는 카카오톡입니다. 가입자와 월간활동이용자수(MAU) 모두 3800만 명을 육박하고 있죠.

지난 달 불거진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인해 카카오톡 이용자가 줄고 텔레그램이 늘었을까. 이변은 없었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월(月)평균 2600만명 이용자 수를 유지했고 텔레그램은 순간 관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가 사이버 검열 논란이 발생하기 전인 9월 15일 4만명에서 지난 달 13일 172만명까지 증가했지만 지난달 말 117만명, 이달 초 113만명 등 감소 추세에 있다. – 무섭게 성장하던 텔레그램, 가입자 수가 왜…(디지털타임스) 

왜 일까요?

올해초 10대 기술 전략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내용으로 대신 설명하고자 합니다. 앱 중심의 소셜미디어 분야에서는 과거 주요 플레이어들이 난립하는 형태와는 다르게 1등이 모든 것을 갖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상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각 분야에 1등, 2등, 3등 개념이 있었다. 이들이 50%, 30%, 10% 정도의 파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1등이 80~90%를 차지하는 독점적인 형태로 변화했다. 소셜은 페이스북이 점령했다. 최근 2~3년 동안 페이스북이 망할 것이고, 기업공개(IPO)는 트위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진단이 많았는데, 지금 페이스북을 봐도 똑같이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당분간은 페이스북이 대세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유튜브가 독점했다. – 10대 기술 전략보고서 어떻게 볼까(마이크로소프트웨어) 

결국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 협조를 재개하더라도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이탈할 가능성은 없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이탈자가 크게 나오는 경우는 PC->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적응하지 못한 서비스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생활의 일부 된 메신저…오프라인까지?

PC 시대에는 A란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B를 이용하면 됐습니다. 이를 테면 즐겨 방문하던 쇼핑몰이나 커뮤니티에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터지면 또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됐죠.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웹이라는 매개체의 특성이 ‘개방성’에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메신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데스크탑이든 랩탑이든 화면이 크기 때문에 이것저것 메신저 서비스를 깔아두고는 원하는 사용자와 돌아가며 대화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는 이와 다른 양상입니다. 화면이 작습니다. 그리고 웹과 달리 앱은 폐쇄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웹은 인터넷에 연결된 사용자들에게 하이퍼텍스트전송규약(HTTP)에 기반한 정보를 전달하는 ‘연결자’ 형태입니다. 반면 앱은 웬만하면 끌어들인 사용자들을 다른 서비스와 연결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머스,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 앱 내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하고 나서야 나가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메신저는 여타 앱들보다 더욱 폐쇄적입니다. 같은 서비스 사용자끼리만 ‘연결’되기 때문이죠. 카카오톡 사용자가 라인 사용자와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카오톡을 대체할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연결된 모바일 메신저 생태계에서 서비스의 대세가 바뀌려면 나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같이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주력 서비스를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죠.

이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것이한 가지 더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장소(회사, 방)의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됐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든지 연결되는 시대를 만들어줬습니다. 이른 바 O2O(Online to Offline)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카카오 역시 O2O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카오톡 계정을 연결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누적 호출 횟수만 해도 20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고급 택시 서비스도 본격 확장하고 있죠. 메신저 서비스에 그쳐 있던 정보를 오프라인으로 연결, 확장한 사례입니다.

최근 유행처럼 등장한 ‘핀테크(FinTech)’는 또 어떠한가요.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박성혁 PAG&파트너스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핀테크의 갑작스런 등장은 경기 침체와 관련 있습니다. 금융 자산의 상당부분이 현금으로 돌아가는데 추적이 어렵죠. 카드를 많이 쓸 것 같지만 세계적으로는 아닙니다.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나라도 추적이 어렵다고 합니다. 현금 자체가 무기명을 전제하니까. 여기서 핀테크가 부각되는 이유는 미국과 영국이 리세션(*경기후퇴국면)이라서입니다. 세금을 더 걷거나 거래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추적해야 할까요? 기술로 추적해야 합니다. 핀테크를 통한 거래가 편해지면 사람들이 쓸 거고, 정부 입장에서도 거래 추적이 가능합니다. 중국에서도 이걸로 위폐가 줄어들고, 현금 발행 비용 자체가 줄어드니까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를 미는 거죠.”

사람들의 나이, 성별, 온라인의 이용 패턴을 넘어 현재 위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이용 패턴과 같은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카오톡의 수사기관 감청 협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폐쇄성을 갖고 있으며, 모바일 형태의 서비스라는 것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 벌어진 이슈입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나 과거에는 예측하지 못하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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