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텐센트, 아마존을 탄생시키려면 이 시대에 걸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

by 정주용 경영투자칼럼니스트

며칠 전 알리바바, 텐센트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SNS상에서 펼쳐졌다. 사실, 옆나라 중국의 거대 모바일 기업에 대해서 뭐가 맞다를 이야기하는 자체가 넌센스이지만, 내가 제시하는 답은 그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이 시대에 아주 적절한 사업전략이라는 것이다.

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O2O혁명의 시대에 걸맞기 때문에!”

그래서 문어를 준비해봤습니다(...)
그래서 문어를 준비해봤습니다(…)

지금은 O2O(Online to Offline)의 시대다. 지난 2007년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생태계 창조로 시작된 모바일혁명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와 모바일 생태계로 오프라인의 모든 부가가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O2O 시대의 핵심 성공전략은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자신의 생태계에 접속하게 유혹해서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장악하는데 있다. 모바일기기는 바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지배전략’의 유용한 도구이자 최전방 전령인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기기를 통해 뉴스를 보고, 소셜미디어(SNS)를 확인하고, 메신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미디어+SNS+메신저앱’은 하나의 패키지라는게 느껴지는가?

여기에 추가되는 하나의 문어발은 ‘방송’.

“전세계는 넷플릭스화, 그 중심엔 데이터가!”

요즘 방송은 출퇴근길, 등하교길에 버스, 전철안에서 스마트폰 다시보기로 더 많이 소비된다. 이제 집에 앉아서 본방사수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상황에만 해당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방송의 모바일화는 전지구적 현상이고, 이는 ‘넷플릭스’란 걸출한 시대를 리딩하는 기업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세계의 방송산업은 급속도로 “넷플릭스화”되고 있다. 공중파, 유선방송의 시대는 저물고 모바일기기의 보급과 클라우드컴퓨팅 발전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것!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리딩하는 미국의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 공룡들의 생태계를 무서운 속도로 교란(Disrupt)하는 비결은 ‘데이터’에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소비자 유인(acquisition) 방안을 지속 ‘발견’해나가고, 소비자를 자신의 생태계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retention) 만드는 방안을 ‘창조’해온 것이 바로 넷플릭스발(發) 미디어혁명의 핵심이다.

결국, 넷플릭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무형자산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 노하우(Know-how)이고, 데이터분석 결과에 대한 확신에 근거해서 과감한 콘텐츠 투자를 매년 수조원 이상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스스로 제작하는 제작사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가장 소비자의 요구(Needs)를 잘 아는 기업이 가장 과감하고, 빠를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문어발, 아마존!”

데이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실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문어발은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이다. (제프베조스의 머리 스타일은? 음… 더욱 납득가고…막 이러고ㅎㅎ)

Jeff Bezos - Caricature

전자상거래에서 시작된 아마존의 사업모델은 전자책 단말기(Kindle)를 거쳐 클라우드컴퓨팅, 이제는 콘텐츠의 배급과 창조를 모두 담당하는 넷플릭스식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걸 파는 아마존이 지식을 팔고, 콘텐츠를 팔고, 저장공간을 파는 것이 전혀 문어발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아니,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새로움을 흡수하고 진화하는 아마존은 새로운 시대를 리딩할 자격이 있는 혁신가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은 최근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능가했다. 물론, 삼성전자보다 크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무려 270조원!)

그런데 요즘 아마존이 야심차게 진행하는 사업이 무엇일까? 바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 에코는 360도 어디서 들려오는 사람의 말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는 스피커다. 애플 시리(Siri)처럼 귀에 속삭일 필요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들리게 말하면 알아듣고 대답한다. 한마디로 말귀를 잘 알아듣는 음성인식 스피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라고 생각하면 오산! 앞으로의 모바일 시대는 스마트폰 터치에서 우리는 자유로와 질 것이고, 그 핵심에 가장 인간다운 의사소통 방식인 대화가 있을 것이고, 대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음성인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마존의 에코 스피커는 스마트폰 화면의 유저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X)를 가장 인간이 편안히 느끼는 방식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에코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영리해지고 정확하게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거북목을 하고 스마트폰에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엄지손가락에 불나게 터치해야하는 상황에서 우리를 자유케 해주는 것이다.

Sitting near an @amazon Echo. Afraid to say anything.

그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가 벌이는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들의 사업확장은 한마디로 O2O로 이해될 수 있다.

상인정신의 알리바바, 꽌시의 텐센트 서로 자신이 시작된 사업적 뿌리는 달라도 그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하나다. 결국 13억 인민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하겠다는 야심!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하는가? “쉽다!”

비효율적인 오프라인의 시스템을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로 혁신적으로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음식점 예약, 배달, 택시로 확장된 것이고, 마무리는 핀테크로 완성된다. 역시나 소비자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생태계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모바일 서비스! 그게 O2O.

이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해서 내가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서 대기 시켜줄 정도이니 그 생태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꾸로 알리바바, 텐센트 입장에서 지속적인 고속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O2O 문어발 확장 전략을 펼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 아닐까?!

텐센트, 알리바바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핀테크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간편결제는 이미 너무나 잘 상용화되어 있고, 송금, 재태크 모든 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업을 모바일 대기업의 손에 맡겨져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실험을 응원하며 바라보고 임시규정을 내놓으면서 “규제자” 보다는 “문제해결사”로 역할을 바꾼지 오래다.

텐센트의 '위뱅크'
텐센트의 ‘위뱅크’

13억 인구를 상대로 펼쳐지는 핀테크 거대 실험, 아주 성공적이고 세계를 리딩하는 중이다. 앞으로 지켜보시라 한국의 핀테크 계속 지지부진 우물쭈물하다보면 자연스레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교란해서 피동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때가서 후회하면 늦는다.(그런데 나의 예언이 맞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ㅜ.ㅜ 이미 뒤쳐진지 1년… 영겁의 세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적벽대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판 넷플릭스화를 위해 콘텐츠 사업에도 무섭게 확장중이다. 전세계의 영화, 드라마, 음원 저작권을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고, 이제 이 두 회사 덕분에 중국의 저작권 보호 수준은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다. 정부가 백날해도 안되는 일을 민영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뚝딱 이뤄낸다.

올해 초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폭스콘과 손잡고 감정을 읽는 로봇 페퍼의 대량생산 공장 합작법인에 투자했다. 텐센트는 스마트카 생산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두 회사의 경쟁적 중국의 미래 만들기는 끊임없이 외연과 깊이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 문어발 맞다! 아니, 이 시대를 리딩하기 위해서는 문어발이어야 한다!!”

Outro. 한국판 O2O 공룡을 키워내야!

미국, 중국의 거대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한국에서도 이러한 O2O, 미디어, 인공지능, 로봇 산업을 아우르는 거대 공룡을 탄생시켜야 한다.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빠르게 검증하고 동남아와 인도, 남미, 유럽시장으로 확장해서 미국, 중국 공룡들이 간과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유로우면서도 교란적(Disruptive)이고 다소 위험한 새로운 시도를 방임에 가깝게 허용하고, 기술변화를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과감하게 도입하는 나라로 전세계인에게 각인되어야 한다.

그럴만한 조건도 모두 구비되어 있다. 가장 모바일 침투율이 높고, 가장 참을 성 없는 소비자를 갖춘 최적의 상황! 이제 방향성만 뚜렷하게 지니면 우리의 로켓은 점화 발사될 수 있다. 뚜렷한 미래지향적 방향성을 갖고 응원하고 밀어줄 기업을 더 키워주자.

한국판 아마존, 텐센트, 알리바바를 키워내야 미래가 있다!
그 비결은……… “문.어.발”

필자 소개
정주용
대기업 재무팀 (‘12.11~현재)
SV Investment / Global Biz. Div. / Principal (~’12.10)
IBK투자증권 Head of China Desk (~’11.11)
Xinhua Capital, Senior Manager (~’10.10)
신영증권 투자금융부 중국팀
“人能弘道,非道弘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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