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 38%를 향한 쿠팡의 원대한 계획

출처: 쿠팡
출처: 쿠팡

국내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쿠팡이 11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서비스의 거대한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발표 내용의 면면을 보면 논란이 될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이날 간담회 역시 김범석 대표(사진)가 직접 나섰는데요. 그가 발표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쿠팡은 배송인력 강화를 위해 현재 3천500여명인 쿠팡맨을 올해 말까지 5천명, 내년 1만명, 2017년 1만5천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물류센터와 CS(콜센터)직군 직원을 현재 6천여명에서 2016년 1만8천여명, 2017년 2만4천여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2017년까지 4만여명(누적)의 채용이 이뤄지게 된다.(중략) 쿠팡은 전국 각지 당일 배송을 목표로 초대형 물류센터를 현재 14곳에서 2016년 16곳, 2017년 21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축구장 110개 규모와 맞먹는다. – 쿠팡, 로켓배송 ‘올인’…1조5천억원 투자(종합)(연합뉴스)

쿠팡이 이날 공개한 수치 중에 의미있는 것이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쿠팡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쿠팡은 2017년까지 자사의 제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쿠팡맨의 숫자를 기존 3500명에서 1만5000명까지 확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1만5000명.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료를 좀 더 찾아봤더니 실마리가 보이더군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2014년 12월에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태조사 및 보호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륜차(퀵서비스) 제외 국내 택배시장 전체 차량은 3만9000대에 이릅니다.

그리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올해 기준 46조원입니다. 그렇다면 1만5000:3만9000=x:46조원이라는 비례식에서 x값만 구하면 되겠군요. 계산하면 17조6900억 원 정도 나옵니다. 물론, 택배 기사가 전자상거래 업체의 제품만 배송하는 게 아닙니다. 식료품 등 오프라인 마켓 배송까지 쿠팡이 대체할 경우를 감안한다면 규모는 더 커질 것입니다. 결국 최소 금액이 이 정도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동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2014년 기준 3조9662억 원 매출의 택배 시장에서 1조5300억 원 규모를 가져가겠다는 의미겠죠.

한 번 더 정리하면 쿠팡이 1만5000명의 배송 기사를 2017년까지 모집하겠다는 것은 최소 17조6900억 원 규모의 이커머스 시장(38%. 물동량 기준으로는 1조5300억 원, 역시 38%)을 점유하겠다고 선언한 셈이 됩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무모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쿠팡은 왜 이렇게 거대한 청사진을 발표할 수밖에 없을까요. 결국은 돈의 문제가 걸립니다.

쿠팡은 작년과 올해 소프트뱅크, 세쿼이아캐피탈, 블랙록 등에 총 1조5000억 원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 받았습니다.

돈을 투자 받았다는 것은 기뻐할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은행에 대출을 받더라도 만기일에 금액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하죠. 하물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벤처캐피탈(VC)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쿠팡이 투자받은 금액에 추가 수익을 더해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쿠팡이 투자받은 돈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옵니다. 국내 시장의 파이를 키우거나, 해외 진출을 해서 수익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일단, 김범석 대표가 재차 “해외 진출 계획은 없다”고 했으니 국내 시장에서 가치를 찾아야 할 것 같군요. 그 사이에 쿠팡맨 1만5000명 고용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쿠팡맨 1만5000명이 의미하는 것은 이커머스 시장의 38%를 차지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입니다. 갈 길은 멉니다. 쿠팡맨을 통해 당일 배송의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용자를 확보하더라도 변수는 많습니다. 기존 택배업 진입자들의 장벽, 법의 규제도 넘어서야겠죠. 동시에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빠른 배송’ ‘친절한 서비스’를 지속해야겠고요.

결국, 돈에 먹힐 것인지, 돈을 먹을 수 있을 것인지 갈림길에서 어쨌든 목표점을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셈입니다. 쿠팡은 앞으로 2년 동안 투자받은 1조5000억 원을 모두 로켓배송 시스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8%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겠다는 것. 올해 2차 간담회에 숨겨진 키워드는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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