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이수미, 임원 모비데이즈 매니저

쿠팡이 지난 12월 10일 자체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쿠팡은 상품을 구매할 때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도입한다고 10일 밝혔다. 쿠팡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고객이 등록한 주거래 은행계좌에서 상품 구매금액이 실시간으로 계좌이체 되는 형태다. 현금영수증이 발급돼 연말정산을 할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 “계좌이체 간편하게” 쿠팡 결제서비스 개발(비즈니스워치) 

쿠팡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라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군요.

티몬, 위메프에서 이미 도입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제서야 발표하는 게 무슨 중요한 이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살펴보면 쿠팡의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에는 보다 큰 청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 진상(?)말고 진성 고객 확보

쿠팡 간편결제 서비스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과 전혀 다른 구조로 시장에 자리잡았습니다.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은 PC에 기반한 최저가 검색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소셜은 모바일의 경험과 인터페이스에 집중한 앱 서비스를 만들어왔습니다. 예전 블로그에 정리했던 글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소셜커머스는 ‘닫힌 속성’을 바탕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해왔습니다. 간편결제서비스는 확보한 충성 고객이 자신의 서비스에서만 제품을 보고,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촉매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티몬페이가 한 달만에 확보한 가입자 20만 명이라는 숫자 역시 충성 고객으로 직결되겠죠. – 닫아야 사는 소셜커머스 

소셜 3사는 하루에 소수의 딜을 ‘큐레이션’했습니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 엄선된 파격가 제품들은 이용자들을 모으기에 충분했죠. 그렇게 모인 이용자들에게 카드 정보나 개인 정보 입력의 번거로움을 줄여준다면? 다음부터는 그 서비스만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쿠팡은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원하는 모든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이 찾는 순간 원하는 제품이 쿠팡 플랫폼 위에 진열돼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모든 제품이 쿠팡에 있고 원터치로 결제한 뒤 로켓배송으로 당일/2시간 배송을 받는다면, 굳이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2. 고객 데이터 분석 더 깊게

쿠팡은 여타 소셜커머스 업체와 달리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결제의 모든 정보가 ‘자체 개발된’ 쿠팡의 결제 모듈을 거쳐 지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내용을 보자마자 떠오른 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현금은 수표가 아닌 이상 무기명 거래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카드를 이용하더라도 정보는 카드사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내역만으로 고객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스타벅스카드 앱은 자체 카드로 결제를 하도록 이뤄져 있습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직접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앱에서 카드 충전을 하면 바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스타벅스의 ‘모바일로 드루와’ 전략 

쿠팡이 간편결제를 도입했다는 것은 동시에 이용자의 정보를 곧바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개인의 정보를 익명화해 이들의 구매 패턴과 취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더 깊게 고객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것이죠.

3. 쿠팡 글로벌이 간편결제를 만나면?

최근 쿠팡이 해외 제품을 한국으로 배송해주는 직구 서비스 ‘쿠팡 글로벌’을 공개했습니다. 보자마자 “아이허브닷컴이랑 유사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군 때문인데요. 쿠팡글로벌은 아이허브닷컴의 주력 제품인 비타민, 바디케어, 영양제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쿠팡 글로벌 페이지

쿠팡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3곳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제품을 소싱하기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췄다는 방증입니다.

사무실만 구축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해외직구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배송기간’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실무자들과 얘기를 하면, 고객의 주문과 실제 제품을 매칭하는 과정과 국내 통관 등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평소의 경우 배송대행지(이하 배대지)에서 걸리는 기간이 4~5일, 국내 통관이 1~2일 정도라면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배대지에서 2주, 통관에서도 1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의 수입통관 절차. 출처:관세청

이러한 상황에서 간편결제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요.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가 물류를 만나 활약한 전례가 있습니다.

알리페이 이패스의 최대 강점은 중국 내 통관 심사 중 가장 중요한 신원 확인을 알리페이 결제 데이터로 해결해준다는 것입니다. 기존 해외 쇼핑몰에서 중국으로 배송을 할 때 이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비대면거래인 상황에서 신분증 외에 딱히 신원을 식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알리바바가 美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웃는 이유는?

배대지와 통관에서는 배송비와 더불어 금액 이상의 제품에 대해 세금을 과금합니다. 그래서 직구를 자주하는 사람들은 배대지에 포인트를 미리 적립시켜놓은 뒤 자동으로 과금시켜 배송 시간을 줄이곤 하는데요. 쿠팡의 간편결제 시스템은 이 과정을 일원화합니다. 이용자 정보-카드 정보-제품정보를 쿠팡이 통합해서 운영하게 되는 셈입니다.

쿠팡의 간편결제시스템은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앱에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역할과 동시에 해외 배대지, 국내 통관과도 연결해 일원화된 배송 체계를 구축합니다. 연결의 관점에서 쿠팡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것은 실천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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