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즘만큼 세계화를 자주 말하는 시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세계화일까요. 제가 오늘 한국에서 강의하고 내일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날아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세계화일까요. 비행기 값이 저렴해진다고 세계화일까요. 아닙니다.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여기서 말하는 내용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핵심입니다.”

5년 전 참여했던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2011에서 미래학자인 리차드 왓슨은 ‘연결성(Connectivity)’에 인터넷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일반인에게도 보급된 인터넷이 만든 변화는 어마어마합니다. 컴퓨터와 통신 인프라가 있기만 하면 세계 어디든 연결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기 때문이죠.

당시 인터넷 하면 따라붙는 키워드는 ‘익명성’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절 등장한 커뮤니티, 뉴스페이지 등은 현재도 익명을 기반으로 자유로이 의견을 주고받는 공간이죠.

지난 2008년 IT 전문 조사기관 K리서치의 ‘인터넷 익명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46.8%가 익명성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16.2%)보다 세 배나 많은 숫자가 익명성을 지지했죠.

이 시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익명’으로 활동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더라도 실명 대신 익명을 활용하는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이는 모바일 도입과도 무관한듯 했습니다. 트위터가 등장했을 때에도 콘텐츠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면 실명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게 일각의 입장이긴 했으나, 많은 숫자가 익명을 사용했죠.

그런데

페이스북이 인터넷 세상의 불문율(?)을 깨부쉈습니다.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실명을 쓰도록 가이드를 했고, 익명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계정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강제적 가이드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실명 기반의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2015년 4분기 기준 페이스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5억9000만 명을 넘겼으며,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만 8억 명에 달합니다.

페이스북 2015년 4분기 이용자 현황 발표. 출처: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인터넷의 기본 개념이었던 ‘익명’에서 실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듭니다.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머무르는 사이에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죠. 이로 인해 광고 마케팅 관점에서 페이스북이 얻는 효과도 상당히 많아집니다. 검색이나 디스플레이 광고 위주인 검색엔진, 포털 광고와 비교해 좀 더 세밀하게 타깃 고객을 분석하고, 측정된 성과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많은 숫자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자신의 이름, 성별, 사는 도시, 직장, 학교 등을 프로필에 공개합니다. 이밖에도 좋아하는 음악, 영화, 취미생활 등의 세부적인 정보를 노출하기도 하죠. 심지어 그간 체크인했던 지역들 역시 페이스북 내 지도에 찍히도록 허용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태그(Tag)를 통해 같은 직장, 지역 등을 중심으로 묶이며, 마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인터넷은 불분명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가상의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명확히 구분됐죠. 익명성을 기반으로 대화하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까지 높은 장벽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모바일은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많은 숫자의 사람들로 하여금 ‘비대면’에서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 같은 인식을 주는 데에 이릅니다.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에서 맺어진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데에 이릅니다. 제 경우만 봐도 페이스북에서 처음 알게 되고 오프라인에서 만난 분이 100명은 넘은 것 같습니다.

구글캠퍼스 목요일 모임 이벤트 페이지.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에도, 초대 메일을 수락하는 것이 아주 쉬워진 세상이 됐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견인했을까요. 그 핵심은 페이스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명에 기반한 정보, 그리고 이를 데이터화해 정리한 기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끈끈하게 연결한 변화를 만든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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