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마켓 11번가가 터키에서 1위를 차지했단 보도가 나왔습니다.

SK플래닛은 터키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연간 거래액 기준 1위를 달성했다고 3월 28일 밝혔다. 이에 앞서 SK플래닛은 터키 도우쉬 그룹과 함께 온라인 커머스 전문회사인 ‘도우쉬 플래닛’을 설립하고 2013년 3월 오픈마켓 ‘누마라 온비르'(N11.COM)를 선보였다. 누마라 온비르는 시장 진출 후 1년 6개월여 만인 2014년 10월 처음으로 월 거래액 기준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연간 거래액 4억8천500만달러를 기록하며 현지 오픈마켓 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 SK플래닛 터키 오픈마켓, 현지서 연간 거래액 1위(연합뉴스) 

개인적으로 3년 전 11번가의 해외 진출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어서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이제 성과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11번가는 2013년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2014년부터는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했습니다.

SK플래닛은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1street'(www.11street.my) 론칭 행사를 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14년 10월 말레이시아 1위 이동통신사 셀콤 악시아타와 함께 합작법인 셀콤 플래닛을 설립하고 6개월간 셀러 모집과 사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 SK플래닛 11번가, 말레이시아 오픈마켓 진출(연합뉴스) 

해외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이커머스 서비스 영역에서만큼은 11번가가 선두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동방CJ와 같은 홈쇼핑 채널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는 예외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11번가가 열심히 뿌려온 씨앗들이 이제 막 결실을 맺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들이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했던 세 가지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1. “혼자 다 하지 않는다”…합작법인 설립

11번가의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진출의 공통점은 모두 ‘합작법인’과 함께 했다는 점입니다. 터키에서는 제계 4위 도우쉬 그룹, 인도네시아에서는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엑셀 악시아타, 말레이시아에서는 1위 이동통신사 셀콤 악시아타의 손을 잡았습니다.

11번가 정도 되는 규모, 그리고 모기업인 SK플래닛의 후광이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모든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해외만큼은 다른 상황입니다. 철저히 현지 강자들의 손을 잡고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을 하기에 이릅니다.

해외 거대 기업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현지 시장 진출에 있어서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방증입니다. 이들은 각 지역의 법적, 비즈니스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죠. 터키에서 도우쉬 그룹과 손을 잡은 것 역시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SK플래닛의 보도자료를 첨부합니다.

도우쉬 그룹은 터키 재계 상위의 종합그룹으로 금융, 자동차, 건설, 미디어, 여행산업, 부동산, 에너지 총 7개의 분야에 12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터키 민영 은행 가운데 자산규모 2위인 Garanti 은행을 보유한 금융분야와 수입 자동차 판매 유통사업의 자동차분야가 그룹 매출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으며 터키 국내는 물론 인근 지역권에서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플래닛은 이번 협력을 통해 도우쉬 그룹의 다양한 사업영역과 SK플래닛이 보유한 모바일, SNS, Commerce 분야의 사업역량 및 인프라와 접목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를 발굴해 나갈 것이며 올해 중 공동투자계약 체결을 통해 서비스를 구체화 할 계획이다. – 보도자료 중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왼쪽)과 휘스뉘 아칸 도우쉬 그룹 CEO. 출처: SK플래닛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손을 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선 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 무선 인터넷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만큼 속도나 안정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요. 커머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 측면에서 무선 인프라를 쥐고 있는 현지 통신사와 힘을 합쳐 전자상거래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대목이란 생각이 듭니다.

2. 타깃 시장…넥스트 브릭스

11번가의 해외 진출 방향에는 확고한 원칙이 있습니다. 신흥 시장에 진출하되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다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죠.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서비스 오픈에는 일관적인 원칙이 있는 셈이지요.

왜 이러한 결정을 했을까요? 3년전 취재했던 내용을 첨부합니다.

특히 11번가의 터키·인도네시아 진출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경제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및 각국의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브릭스 국가들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덫에 걸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브릭스 다음으로 경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터키·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가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터키의 경우는 지난 2011년 인터넷 보급률이 50%를 넘기며 오픈마켓 등 e커머스 시장을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 11번가, 인니·터키 등 해외 진출 스피드 ‘업’… 브릭스는?(아시아투데이) 

역시 기사는 우릴수록 제맛…은 아닙니다. 11번가는 4~5년 전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을 때 당시 떠오르던 차세대 시장인 브릭스를 본 것이 아니라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현재에야 조금씩 관심을 받는 시장을 바라봤습니다. 그게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인 셈입니다.

현재 떠오르는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미 늦었고, 적어도 5~10년 전에 진출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11번가는 이를 준비했고, 투자했으며, 실천한 셈이죠.

3. 탄탄한 인프라…그리고 개발팀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 진출’ 하면 홈페이지 만드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세계를 연결해주니까 홈페이지면 되겠지라고 보는 게 문제라는 건 아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습니다. 서버, UI/UX, 결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물류 시스템 등, 현지에 맞는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지인들과 같이 일해야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 1월 인터뷰했던 조철현 11번가 전 팀장이 CJ오쇼핑 시스템을 인도에서 구축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인용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중국인들보다도 더 느리고, 일을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약속을 잡으면 한두 시간 늦는 것은 다반사였죠. 어느날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오후 1시까지 안오더군요. 그래서 밥을 먹으려고 식당을 갔는데, 갑자기 호출이 왔습니다. 지금 도착했다고요. 그래서 수저만 올려놓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죠. 회의 중에도 나가서 한시간 이상 전화한 뒤 돌아와서 아까 논의했던 내용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외국에서 일을 할 경우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 조철현 전 11번가 팀장의 10여년에 걸친 글로벌 도전기 

즉, 시스템 구축 업무를 하러 해외에 파견을 간다는 것은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것과 다름 없는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11번가는 2013년부터 해외에 서비스를 오픈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 맞는 인프라 구축을 하는 데에 이릅니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에 합류했던 조 팀장 역시 “7개월여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뛰어난 팀원들 덕분에 숟가락만 얹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며 “11번가는 이미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서비스를 오픈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 어려움들을 미리 예측해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11번가의 해외 진출에는 세 가지 확고한 성공 원칙이 내재돼 있었습니다. ‘넥스트 브릭스’ 시장에 ‘합작법인’으로 진출하되 시스템은 철저히 ‘현지화’시켰다는 점이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성과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해외 진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실천한 것이 이들의 성공 요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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