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꼽으라고 하면 꼭 거론되는 회사가 있다. 킹덤 오브 카멜롯(Kingdom of Camelot), 스타워즈 : 업라이징(Star Wars : Uprising), 마블 올스타 배틀(Marvel Contest of Champions)를 개발하고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게 거액 투자(약 1200억원)를 유치한 10년차 게임 개발사 ‘카밤(Kabam)’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한국 시장에 진출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던 카밤은 작년 5월 돌연 한국 지사를 폐지하고 중국 지사를 중심으로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밤은 격변하는 게임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했으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포함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세워놨을까.

지난 6월1일, 라이즈컨퍼런스에서 진행된 ‘홀리 리우(Holly Liu, 이하 홀리)’ 카밤 공동 창업자 겸 CDO와 ‘데이비드 로완(David Rowan, 이하 데이비드)’ 와이어드(Wired) 편집장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카밤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은 게임이 아닌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로 시장에 진출했다. 멋진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인지도 없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2006년 ‘워터쿨러(Watercooler)’라는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를 출시했죠. 같은 해에 유튜브는 구글에 인수됐는데, 이를 지켜보며 우리는 시장에 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주변에 구걸하며 서비스를 홍보했지만, 약 2천명의 유저 수와 빈약한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 뿐이었죠.”

그 때, 페이스북이 서비스를 시작하며 IT시장에 격변의 시기가 도래했다. 페이스북의 성공을 지켜보며 그녀와 팀은 그 동안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했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기능처럼 관심사가 같은 이용자끼리 토론, 게임을 할 수 있는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워터쿨러는 100개가 넘는 앱들과 1600만명이 넘는 유저들을 보유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08년 말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계약서는 이미 작성됐고, 송금만 남아있었죠. 투자자가 송금 해주기로 한 바로 그 날!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휴지 조각이 됐죠.(웃음) 페이스북이 광고 정책을 계속 바꾸면서 내부 비즈니스 모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죠.”

앞으로 17달 밖에 버틸 수 없는 은행 잔고를 보며, 광고 수익으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회사의 정체성을 바꿨던 워터쿨러는 또 한번 큰 변화를 감행했다.

“제일 먼저 논의한 것은 ‘계속 할 것 인가’ 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직원들이 희생을 감안하며 도움을 줬죠.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며 시장상황, 팀의 능력, 관심분야, 이렇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당시 ‘징가(Zynga)’는 페이스북 게임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미드코어 게임 유저였던 저희 대표는 캐주얼 게임들의 성공을 이해 못 했죠. ‘Underserved market(산업 초기 사람들의 요구를 받쳐주지 못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도전을 시작하게 된 셈이죠.”

그들은 지난날 배운 모든 경험을 미드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하나의 게임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카밤의 첫 번째 프렌차이즈 게임인 ‘킹덤 오브 카멜롯’이 탄생했다. 이 게임은 카밤에게 총 2억5천만 달러(한화 약 2934억 원)의 수익을 가져다 준 고마운 게임이다.

 

“당시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을 회사로 초대해 저녁을 먹으며 유저 테스트를 진행했죠. 혹평이 난무하던 저녁 식사였습니다.(웃음) 하지만 이 피드백은 성공의 밑거름이 됐죠. 이후 보유하고 있던 커뮤니티들에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의외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카밤은 지금까지 총 2억445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50%인 1억2천만달러는 알리바바가 투자했다. 홀리는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커머셜 파트너십을 맺어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그들에게 모바일 게임 핵심 유닛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우리에게 환상적인 파트너입니다. 다른 회사들과 중요한 파트너십들 맺는데도 특별한 개입이 없고 자유롭죠. 중국의 많은 파트너들은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는 데, 알리바바는 커머셜 부분에 정말 큰 도움을 주면서 라이센싱이나 앱스토어에 대해서는 카밤의 가치에 맞춰 선택하기를 적극 지원해줬습니다.”

카밤은 올해 초 보유 중인 모바일 게임 중 많은 수를 중국 게임 퍼블리싱 회사인 ‘가이아’에게 판매하고, 이 후 멀티플레잉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행보에 대해 그녀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멀티플레잉 형식에는 예전부터 쭉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전까지 30개가 넘는 게임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했다면, 이젠 적지만 큰 스케일에 돋보이는 게임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1세대 게임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확고한 신념아래 카밤은 준비 중인 7개의 신규게임 개발에 무려 1억달러(한화 약 1,176억5만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 게임 당 1400만달러(약 153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콘솔 게임에나 투자할법한 큰 규모의 투자이다.

“카밤은 본래 높은 퀄리티, AAA 콘솔 급의 게임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높은 예술성과 큰 스케일을 조화롭게 녹여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죠.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헐리우드와 IP 계약을 체결해 더 높은 단계의 게임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일본게임이 퀄리티적인 측면에서 많이 성숙한 시장인데, 곧 중국도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밤은 분노의질주, 스타워즈, 마블 등과 IP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게임만큼 라이센싱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녀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어떤 의미로는 라이센싱 사업 분야와 다소 밀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밤은 게임 개발사고 IP를 판매하거나 다른 회사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IP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인 게임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카밤은 아시아 전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짧은 시간 수 많은 우여곡절을 지나온 만큼 카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성공보다 그들이 지나온 과정이 더 값질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이, 마지막으로 홀리는 자리에 참석한 많은 스타트업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분명히 각자의 실패를 통해 얻은 특별한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절대 그 실패들이 낭비되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그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그 모든 경험을 다음에 할 일에 쏟아붓어야 하죠. 왜냐면 실패 이후에도 여러분은 리더로서든 팀원으로서든 항상 새로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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