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ICB CP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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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리커 https://flic.kr/p/NbXxp

 

自媒体记者.

중국에서 1인 미디어 기자를 의미하는 단어다. 한국어로 거칠게 번역하면 ‘스스로(自) 미디어(媒体)인 기자(记者)’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블로거 아니야?

블로거는 아니다. 중국에서 대세인 1인 미디어 기자다. 이러한 칭호로 취재를 하는 기자의 숫자는 이미 수만명. 보통 연차는 10~15년을 상회한다.

최근 평균 소득이 180만원(1만위안)에 못 미치는 다소 낮은 수익을 갖고 있단 통계 결과가 나왔으나, 기사 하나당 100만원을 호가하는 광고비를 받는 기자도 부지기수다.

즉, 이미 필드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기자들이 매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서 활동한다는 의미다. 요즘 중국에서는 전문성과 영향력이 있으면 전통 미디어에 머물지 않고 1인 미디어 기자로 활동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의 활동 무대는 다양하다. 영상 플랫폼 르슬(乐视), 뉴미디어 플랫폼 토우티아오(今日头条), 바이두바이지아(百度百家) 등의 모바일 기반 뉴스 포털에 분석 기사와 칼럼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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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티아오는 중국 대표적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일일 평균 이용자 4000만 명, 누적 이용자수는 1억4000만 명을 육박한다. 올해 텐센트의 9조원 규모 투자를 거부하기도 했다.

“대체로 중국 콘텐츠(뉴스) 플랫폼을 열어보면 최상단에는 왕홍(网红)이, 그 다음엔 우리와 같은 1인 미디어(自媒体记者) 그 후에야 전통 미디어들의 콘텐츠가 배치됩니다.” — 모 중국 1인 미디어 기자

포털에 기사, 칼럼이 게재되면 그 페이지 내 붙어 있는 광고 수익의 일부분을 이들이 가져간다. 기업의 광고 비용을 받고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찬양 일색의 보도자료성 기사는 이용자들에게 거부 당하기에 도태의 길을 걷는다.

즉, 돈을 받고 글을 쓰더라도 보도자료성 기사는 생존할 수 없는 생태계가 완성돼 있기에 이들은 전문성과 깊이를 가진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용자 지향인 앞서 말한 르슬, 토우티아오, 바이두바이지아와 같은 플랫폼들이 왕홍과 1인 미디어 기자들의 글을 후하게 쳐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장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1인 매체의 경우 그 가치가 중국 최대 방송국인 CCTV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 머니투데이 ‘2016 키플랫폼’ 1인 미디어 기자 양스지에의 대답

이들 1인 미디어 기자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도 일조한다.

2014년과 지난해 중국 정부의 인터넷뉴스제공자 관련 정책과 입법 등을 통해 1인 매체 등 뉴미디어가 합법화됐습니다. 지역에 따라 법제화 정도에서 다르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뉴미디어가 정당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 “중국·인도, 전통 미디어 붕괴…1인 매체서 기회 잡아야”(머니투데이)

정리하면, 중국에서 1인 미디어 기자는 법적으로 기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으며, 기업들에게 ‘기사의 품질’만을 놓고 광고비를 받는다. 지표는 당연히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기사의 영향력(공유 및 좋아요 등)이 포털에서 곧바로 체크되기에, 전문성 있는 콘텐츠는 인기를 얻고 그렇지 못한 콘텐츠는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항간에서는 전통 미디어에 오랜 기간 머무르는 사람의 경우는 오히려 능력 부족으로 낙인이 찍힌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부터 연이 닿아 중국 내 몇몇 유명 1인 미디어 기자들과 종종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이들이 매체를 나와 1인 미디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요.”

즉, 이들은 시쳇말로 ’빨아주는 글(광고성 글)’만을 쓰지는 않는다. 최근 징동닷컴의 핀테크 전략에 대해 “金融虽然犹如奶茶一样好喝,但不能贪杯哈 — 핀테크(금융)는 (징동에게) 맛있는 밀크티와 같겠지만, 과음해서는 안된다.”라고 대놓고 디스글을 쓴 기자 역시 1인 미디어 소속이다.

중국 미디어들은 정부에 의해 미디어 환경이 닫혔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콘텐츠가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진심으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