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모바일 결제에 관해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이 3강, 5강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온라인은 물론 그보다 10배 큰 오프라인 시장 쪽에 선점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차이에 대해서도 글읽고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는 알리페이와 투자제휴하는 것 같고 페이코는 위챗과 제휴나 투자를 저울질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일상화된 중국 간편결제시장을 경험해보신 분으로써 앞으로 한국에서 이 분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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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견을 밝히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린다면, 제가 활동하는 무대가 중국이다 보니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정보를 참고하지 않고 단순히 제가 이해하고 있는 중국문화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유추하여 답변을 답니다. 이걸 고려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한국시장 진출전략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직접 진출이라 함은 지사를 낸다 안 낸다가 아니라 자원(자금, 인력, 기술 등)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인 것을 말합니다.

첫째로, 한국시장이 작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시장에 비교했을 때 시장규모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고, 둘째로 모바일 페이먼트는 신용카드가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 더욱 적합한 모델이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발달한 한국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나라입니다.

언젠가 일본은 신용카드보다 현금사용을 선호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모바일 결제는 현금사용이 많은 시장에 침투가 쉽기 때문에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는 일본 시장이 더욱 매력적인 나라가 아닐까 싶네요.

같은 노력을 투입한다고 했을 때 신용카드 사용율이 높은 시장은 사용자가 신용카드 혜택을 포기하면서 모바일 결제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홍보 비용과 더불어 신용카드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현금 사용율이 높은 시장은 마케팅 비용이 많이 절감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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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13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요. 알리페이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알리페이가 위챗과 경쟁하기 위해 한국시장에 선제적인 공격을 한 것일까요? 한국시장은 중국 공룡들이 경쟁할 만큼의 큰 시장은 아닐 겁니다. 비록 알리페이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영업조직을 최소화하여 들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뻔하거든요. 앞서 이야기 것처럼 한국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투자 가치가 높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이죠.

대신 쉬운 파트너를 하나 잡고 싶어 할 겁니다. 자기 대신 손발이 되어 뛰어줄 곳을 말이죠.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는 이미 오프라인 매장마다 깔려있는 신용카드 VAN사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VAN사는 태생 자체가 신용카드 결제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는 그냥 옵션인 것이지요. 홈쇼핑에서 속옷세트 사면 깔깔이를 덤으로 주는 그런 ‘덤’의 역할일 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입장에서는 VAN사가 아니라 제대로 모바일 간편결제를 홍보하고 영업할 수 있는 전문 파트너가 필요했을 겁니다.

얼마 전,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와 제휴했다는 기사는 접했습니다. 아마도 알리페이가 위와 같은 이유로 VAN사가 아닌 모바일 간편결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줄 수 있는 IT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죠? 텐센트가 카카오에 투자를 했는데, 카카오는 텐센트의 경쟁사인 알리바바와 제휴를 했습니다. 제가 그 내막까지는 알 수는 없겠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추해 보자면, 카카오는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제휴를 제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텐센트가 카카오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텐센트의 기업문화가 그러하거든요. 텐센트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위챗페이가 직접 영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파트너사를 관리하는 몇 안 되는 관리조직과 기술팀만 있습니다. 영업은 모두 파트너사들이 하고 기술 서포트도 파트너사들이 합니다. 그럼 위챗페이의 관리조직과 기술팀은 무슨 일을 하느냐? 파트너사들을 관리하고, 개발기술을 가르치고 육성합니다.

그리고 파트너사들 아래에는 또 다시 리테일 대리상들이 있습니다. 피라미드 구조인 것이죠.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개방을 통한 경쟁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들은 텐센트의 이런 구조를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우리는 ‘나 혼자 다 해먹어야 된다’는 독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알리페이는 한국기업과 비슷합니다.

텐센트가 굳이 한 두 개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위챗페이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텐센트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격적인 영업을 해서 시장을 먼저 점유한다? 중국 내에서도 그렇게 안 하는데 한국에서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내가 위챗페이의 유일한 공식대리상이요!”라고 거짓말하는 대리상들이 현재도 이렇게 많은데?

어차피 위챗페이의 한국시장 영업은 대리상들이 열심히 할 겁니다. 텐센트가 한국시장에서 해야 할 역할은 위챗페이 가맹 매장과 대리상들에게 안정적으로 정산해주는 것이 그들의 몫이겠지요. 그래서 굳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IT기업이 아닌 은행과 맺으려 하겠지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간략히 매듭을 짓자면 알리페이는 대신 영업해줄 파트너 기업이 필요할 것이고, 위챗페이는 굳이 영업을 대신해 줄 파트너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알리페이는 사용자가 결제할 때만 꺼내는 간편결제 앱 태생이고, 위챗페이는 사용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보는 SNS이기 때문입니다. 범용성에서부터 규모가 다릅니다. 그래서 알리페이는 위챗과 같은 SNS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위챗은 이미 SNS를 가졌고, 거기에 간편결제를 달았으니 사람들이 친숙한 UI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위챗은 알리페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없습니다. 이미 다 이뤘으니까요.

자 그럼 경쟁구도는 어떻게 될까요?

알리페이의 경쟁자는 위챗입니다. 위챗의 경쟁자도 알리페이 일까요? 위챗의 경쟁자는 SNS로서는 어차피 강자이기 때문에 없을 것이고, 페이먼트로 이야기 한다면 현금과 은행카드(은련)가 되겠네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기업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보급하려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신용카드와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신용카드 사용율이 상당히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가지 금융 및 서비스업과 연계된 혜택들이 많습니다. 사용자들이 그 혜택을 포기하고 모바일 결제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신용카드 혜택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최고의 마케팅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고객에게 돈 주는 마케팅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마케팅이지만 그 어떤 마케터도 이렇게 돈 주는 마케팅을 안 합니다. “왜냐?” 자신의 가치가 너무 하락하기 때문이지요. 뭔가 있어 보이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거짓말이 바로 마케팅입니다. 마케터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 저도 마케터입니다.)

모바일 간편결제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바로 돈을 주는 겁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힘을 합쳐 사용자들에게 돈을 뿌렸습니다. 이 두 중국 공룡이 돈을 뿌리면서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자사의 모바일 간편결제를 사용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사용자의 소비 습관을 바꿔 놓았습니다. 사용자들이 현금이나 은행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금전적인 이득을 보기 때문에 지갑보다 핸드폰을 먼저 꺼내게 된 것이지요.

언젠가 한국에 들어가서 TV 광고를 보니까 페이코에서 5천원씩 나눠주더군요. 페이코의 마케터들은 욕했을 겁니다.

“저런 것도 마케팅이라고… 저런 마케팅은 초등학생도 하겠다!”

맞습니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마케팅은 초등학생도 사용하게 만드는 마케팅입니다. 페이코가 한국 시장에서 간편결제 시장을 얼마나 점유했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점유했을 것 같네요. 그만큼 현금을 주는 것 만큼 좋은 마케팅은 없습니다.

그런데 고객에게 현금을 줘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보급했지만, 만약 지원을 끊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모바일 간편결제 사용자를 어떻게 붙잡아야 신용카드로 도망가지 않을까?

우린 이미 신용카드를 통해 그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바일 간편결제를 사용하면 할수록 혜택을 쌓아줘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현금을 주던 혜택이 끊기더라도 그 동안 모바일 간편결제를 사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모았던 포인트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게 되겠죠..

네. 모바일 간편결제의 생태계는 결국 멤버십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사용자에게 현금을 뿌리며 사용자 습관을 바꿨던 중국 두 공룡도 멤버십을 하게 된 겁니다. 사용자를 잡아둘 방법이 이것 밖에 없거든요.

알리페이는 OK캐시백과 똑같은 모델로 어느 매장이건 알리페이 결제를 사용하게 되면 알리페이 포인트(蚂蚁积分)을 주고 있습니다. 위챗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위챗은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그랬죠. 위챗이 직접 멤버십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각각의 위챗페이 가맹점들이 자신의 멤버십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공중계정을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위챗의 시스템 안에서 놀기 때문에 결국엔 모든 멤버십은 위챗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생태계는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의 차이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iOS와 같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한정적인 범위 안에서 정해진 틀에 맞춰 들어오라는 알리페이, 안드로이드와 같이 자유로운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개발자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위챗. 결과는 뻔하겠죠.

우리에 가둬놓고 키우는 소는 번식이 한정적일 거고, 초원에 방목하고 키우는 소는 번식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찾아보진 마세요. 그냥 그럴 것 같아서 한 이야기니까..) 자연 생태계도 그러한데 인간이 만든 IT생태계는 당연하겠지요.

한국의 간편결제 기업들이 지금 단계에서 멤버십을 오픈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아직 사용자 습관조차도 바꾸지 못했으니까요. 모바일 간편결제를 운영하기 위한 중요도를 줄 세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보는 플랫폼이 되야 한다.
2.신용카드와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3.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많아야 한다.(공중계정과 같이 가맹점이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주어져야 한다)
4.IOT, ICT등 인터넷 서비스와 자유롭게 연동되어야 한다.
5.기업 경영층이 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자원 풀이 다르므로~

한국의 모바일 간편결제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동 통신사들의 앱들을 사용해 본 경험으로 판단해 보면 ‘①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보는 플랫폼이 되야 한다’가 빠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점으로 본다면 그나마 카카오가 경쟁력이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요즘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아 간략히 두리뭉실하게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시장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적다 보니 팩트와 거리가 먼 얘기일 수도 있으니 그냥 참고하는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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