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또는 상품)을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비즈니스는 크게 B2B(Business to Business), B2C(Business to Customer)로 나뉜다. ‘B’와 ‘C’ 스펠링 하나 다를 뿐인데, 두 비즈니스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는 마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B2C 마케팅은 대중의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한 콘텐츠로 다양한 채널에서 운영되는 반면, B2B는 신뢰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가 탄생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B2C 마케팅 사례에 주목하는 편이다. 반면, B2B 마케터들은 고민이 많다. ‘마케팅’이라는 근본적인 방법론은 같지만, B2C의 사례를 도입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B2B 마케터의 고민 그리고 노하우를 듣기 위해 로아팩토리 이호철 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로아팩토리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전자 계약을 할 수 있는 ‘모두싸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싸인은 2016년 3월 베타서비스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약 3만명의 가입자를 모았고, 현재 누적 가입자는 12만 명을 돌파했으며 카카오, ST unitas, 한국전력공사, 빙글 등 8천여 개의 다양한 기업에서 이용하고 있다. 모두싸인은 어떤 마케팅으로 전자계약 시장을 공략했을까?

왼쪽부터 찰리(이호철 이사), 멜라니(윤수미 PR 매니저), 리나(이예린 크리에이티브 매니저), 테디(김병웅 컨버전 매니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 

모두싸인 1차 베타버전은 무료로 제공됐다. 최소 기능만 구현하여 전자계약 서비스가 필요한 유저를 찾아다녔다. 모두싸인은 전자문서에 서명을 입력하는 작업의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줌으로써 초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싸인은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B2B 비즈니스에 착수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모두싸인 1차 베타버전은 기존의 번거로웠던 작업과정을 줄여줌으로써 이용자들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매주 2000명 씩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습니다. 1차 버전을 통해 전자문서에 서명을 입력하려는 니즈를 확인했고, 비대면 계약의 허들을 해결할 수 있는 2차 버전을 유료로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1차 베터버전과 다르게 실제 업무 이용자만을 고려한 제품과 마케팅은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그 때는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을 고려하지 못했죠.”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페르소나 적용하기

일반 이용자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선택하지만, 기업의 경우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에 모두싸인 마케팅 팀에서는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페르소나 작업을 진행했다.

“마케터라면 서비스(또는 제품)에 따른 적절한 타깃을 설정하고 기막힌 타이밍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상황을 꿈꿉니다. 이를 위해서 페르소나 설정이 필요한데요. 마케터에게 익히 알려진 내용지만, B2B 적용하자니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막연한 부분도 있었죠. 처음에는 업종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했지만, 그것만으로 날카로운 전략을 세우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후 기업의 서비스 도입과정에 주목했는데요. 그 안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었죠. 각 단계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편하게 하기 위해 각 페르소나에 게임 캐릭터(NPC, 탐험가, 용사, 파티원)를 부여했습니다.”

서비스 도입 과정(출처: 모두싸인)

4가지 페르소나는 각각의 목적, 원하는 것, 성향 등이 다르다. 즉, 이들에게 적합한 메세지와 접근 방식은 달라지게 된다.

의사결정권자(NPC)가 바라는 것은 관리업무와 관련된 업무 증대가 핵심이죠. 이를 바탕으로 카피를 제작하고, 해당 직무 연령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밴드, 카카오 스토리 등)에 메세지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회에 참여하는 방법도 효과가 크죠.”

도입검토자(탐험가)는 의사결정권자에게 부여받은 업무를 잘 처리하는게 목표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료조사와 정리가 중요합니다. 이에 모두싸인 홈페이지에 서비스 메뉴얼, 회사 소개서 등의 자료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료 검색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검색엔진 최적화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

“실제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는 실무자(용사) 분들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케팅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비스 자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며, 보다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약 상대방(파티원)의 경우 잘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싸인을 경험하기 때문에 수신자용 자료를 제공하고, 계약이 완료된 이후 서비스 이용을 권유하는 메세지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의 경험이 서비스 도입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리마케팅으로 접근하고 있죠.”

 

#마케팅 본질은 서비스 자체에서 시작된다

이호철 이사는 모두싸인이 추구하는 주요 메시지에 대해 ‘계약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업무는 효율화 됐지만, 법률 및 계약시장은 아직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에 모두싸인을 통해 법률시장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 중이다. 최근 간편계약 시장에 경쟁사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 이사는 B2B 시장에서 차별화 및 경쟁력은 서비스 자체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간편 계약시장은 이제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저희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타 업체가 아니라, 기존 계약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하지만 익숙해진 계약시장에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모두싸인은 직관적이고 간편한 사용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명확한 메세지를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타 서비스와의 경쟁력, 차별점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서비스가 시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셈이죠.”

서비스의 완성도,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다면 이는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게 된다.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주로 커뮤니티를 활용하는데, 이호철 이사는 양질의 유용한 콘텐츠가 초기 서비스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 마케팅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커뮤니티에 광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커뮤니티에 일원이 된다는 생각으로 정보성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일반적인 광고와 다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법률관련 이슈를 총정리해서 배포했는데, 해당 콘텐츠를 통해 많은 도입문의를 받기도 했죠.”

인터뷰 마지막으로 이호철 이사는 모두싸인 본사가 부산에 위치해 있어 정보의 격차가 있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모두싸인을 알리는 마케팅을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케팅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마케팅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서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죠. 다양한 모임, 미디어 등을 통해 끊임없이 마케팅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 최적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 법률 외에 다양한 업무에서 모두싸인이 도입되는 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마케팅 고수를 찾아서] 시리즈 

(1) 레벨업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려라…와디즈 마케팅 팀
(2)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입과 경험…포도트리 마케팅 팀
(3)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공감하라…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 이사
(4) 마케팅의 본질은 크리에이티브에서 시작된다…김용훈 굿닥 디렉터
(5) 뛰어난 선수라도 훌륭한 팀을 뛰어 넘을 수 없다…풀러스 G팀
(6) 마케팅 벨류체인에 대한 이해는 필수조건…주현정 눔 코리아 이사
(7) 마케팅의 핵심은 회사 비전에서 시작된다…야놀자 전사 마케팅실
(8) 마케터라면 휘둘리지 말고, 흔들리지 말자…여기어때 마케팅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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