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시작부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지구인들아! 내가 너희들을 지키지 못했어… 시작 전부터 분명히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소행성의 위기에 따른 중력장 발생 장치를 가동해야 했으나, 버벅거리다가 비밀번호를 3회 틀리는 바람에 모든 것을 망쳐버렸어..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런 중책을 맡기는 거야…’

티움 현재관 정면

 

현재..현재를 보자

SK텔레콤이 지난달 29일 ICT 체험관 티움을 개관했습니다. 1층 현재관과 2층 미래관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위치는 본사 사옥입니다. 모두 합치면 무려 500평이 넘습니다. 예약해야 갈 수 있고요, 좀 빡빡하니까 미리미리 예약합시다. 10세 이하는 참관이 좀 어려우니 참고하시고요.

저도 예약하고 갔습니다. 도착하니 정장을 입은 여직원들이 반겨줍니다. 먼저 둘러볼 곳은 1층 현재관.

HTC 바이브의 가상현실 기기가 놓여져 있고 가상현실로 쇼핑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뭔가 럭셔리한 공간이 등장하며 내부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가상으로 잡아볼 수 있는 체험. 그런데 기계와 친하지 않은 저는 몇번이나 실패했다는…

네…응가하는거 아닙니다. 가상현실 쇼핑 중입니다.

실제 쇼핑물을 3D 스캔해 이미지로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는 것도 시연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랙에 나오는 광선총처럼 생긴 것으로 빛을 바바박 쏘면 3D 스캔이 만들어집니다.

3d 스캔 빛이 바바박

아, 어김없이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가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를 원격으로 작동해봤어요. 잘 되더군요. 참고로 로봇청소기는 메이드 인 LG였습니다.

SKT 신입사원 누구
가상현실 쇼핑

자율주행차 모형을 타는 체험도 마련되어 있고, 그 사이에 로봇이 음식을 만드는 시연도 가능합니다. 진짜 로봇은 아니고 디스플레이 이미지였지만…실제 요리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 중 없는 것을 주문할 수 있는 기능까지 시연할 수 있습니다. 아, 양자암호통신 기술도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 전 보여주지 않더군요? (왜죠?)

자. 여기까지는 익숙합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지요. 다만 이 모든 것들은 ‘현재’며, ‘현재’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5G인 것이고, 5G의 주인공은 SK텔레콤이다. 뭐 이런 정신교육만 받는 선에서 가볍게 둘러보자고요. 참고로 현재관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휙 둘러볼 수 있습니다.

티움에 있는 LG전자 로봇청소기
자율주행차 내부

 

조리하는 인공지능

 

위험하고 의미심장한, 그러나 인간적인 미래관

참고로 이번 투어는 저 혼자만 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원래 10명 정도 함께 하는데 모두 노쇼가 된 것 같더군요. 덕분에 저 한명에 직원 2명이 붙어 고생하셨습니다…?

미래관은 2층에 있습니다. 거대한 로봇팔이 붙어있는 TV가 입구에서 맞이합니다. 막 휙휙 돌아가며 화려한 설명을 합니다. 2047년의 미래로 안내한다고 하네요. 그때는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사실상 망하고, 인간들은 해저도시 하이랜드에서 거주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원정대가 됐습니다. 자. 샤우론이든 사루만이든 뭐가 됐든 만나러 갑시다. 참고로 TV는 삼성전자 TV더군요.

미래관 입구
오 막 휘휙 돌아갑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하이퍼루프가 보입니다. 참고로 하이퍼루프는 앨런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실제 미래교통장치죠. 이걸 타고 우주로 간다는 설정인데요. 아쉽게도 저는 체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이퍼루프가 점검중이라나…그래서 직원분과 함께 걸어서 우주로 갔습니다…

하이퍼루프는 시에스타 중. 덕분에 걸어서 우주로..그것도 2047년…

우주에 도착하니 어느덧 2047년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걸어서 우주와 시공간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우주관제센터. 이곳은 지구의 기후와 기상생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실시간 영상으로 다양한 변화를 관측한다고 합니다. 근엄한 표정의 사령관이 저를 맞이합니다. 10여 명이 함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전 혼자였어요. 저는 그 분의 정면에 홀로 서서 지구가 처한 위기와 마지막 희망에 대한 심도깊은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이거 참 신선한 체험입니다.

2047년 우주관제센터. 왼쪽의 멋진 남자분이 대장!
전면의 디스플레이에 뜬 화면…뭔지는 모르겄다..20년째 보지만 아직도 모르겠는 부팅화면 같은건가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브리핑을 받던 중 2047년의 지구에 소행성이 추락하고, 그 궤도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장면이 나왔는데 한반도의 지도가 보였거든요? 여러분. 2047년이 되어도 남북분단은 여전했습니다…통일은 요원한가요..

2047년 대한민국 휴전선이 선명하다

전면에 펼쳐진 디스플레이에서 소행성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장면이 시연된 후, 원정단인 저에게 임무가 하달됐습니다.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지구에 투입된 정찰드론을 조종하라는 지시. (까라면 까야죠.) 저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열심히 정찰드론을 조작했습니다. 사실 조작이라기 보다는 화염이 이글거리는 지구를 구경하는 수준이었지만…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기어VR에 익숙한 저에게 HTC 바이브에 이어 오큘러스의 경쟁력은 굉장하더군요. 엄청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소한 딴지를 하나 걸자면…2047년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버림 받았다고 하던데..그래서 다들 바다 속 하이랜드에 산다고…그런데 정찰드론을 보니 막 사슴이 뛰어 다니고 물이 흐르고…살만 하던데???

자…다음 장소로 이동. 이동 중 증강현실 기기를 체험했습니다. 시야를 돌리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면으로만 셋팅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화질이나 몰입감 등등은 역시 최강입니다. 그렇게 다음 장소로 오니 왠 사람이 누워있네요?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가상현실 기기로 뼈를 긁어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체험을 하게 됩니다.

너무 리얼해서 깜놀.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자가치료 중
뼈 긁어내는 장치…미안합니다..많이 아팠죠.

여차여차 이번에는 하이랜드로 갑니다. 홀로그램에 ‘의장님’이 나와 원정단인 저에게 현재 상황을 브리핑합니다. 시연 도중에 아메리카 연합, 아시아 연합 정상들도 등장하는데 다들 한국말을 하더군요. 입 모양을 자세히 보니 외국인들이 나와 외국어로 말한 것이 음성으로 통역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국말을 해요…(대한민국 만세) 2047년 인류 마지막 해저도시의 패권은 한국의 것인가 봅니다. 그런데 왜 통일은 못했니..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의장님.

홀로그램의 기술력은 상당합니다. 진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생생해요. 정면은 물론 좌우로 돌아봐도 마치 사람이 있는 것…물론 약간의 기시감은 있고 윤곽 자체가 흐릿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수중막을 뿌려 그쪽으로 디스플레이를 쏘는 것입니다. 오, 상당히 구리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보니 의외로 화질이 상당합니다.

한국말하는 어메리카연합 대표

심지어 의장님은 상당히 인간적입니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니 의장님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절 그윽히 보시더군요. 제가 정면과 좌우를 볼때까지 조용히 지켜봐요. 그리고 의자에 앉자마자 바로 발언을 시작합니다. 센서 기술인가? 알고보니 의장님이 모처에서 저를 보면서 멘트를 조절하신다고…참고로 디스플레이 하나가 열리지 않자 마이크에서 “왜 않되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한 후 “원정단이여, 환영합니다”를 시전하셨습니다. (아 이런거 좋아요…)

그 때 위기가 발생합니다. 소행성이 날아오니 중력장을 조절해 지구를 구하라는 인간적인 의장님의 지시. 생각해보니 우주에서 이동할때도 그냥 이동하는 법이 없이 항상 위기상황이 설정되던데…뭐 하나 제대로 쉽게 가는 법이 없습니다. 의장님 왈. 로봇으로 빙의되어 중력장 장치를 설정하라! 가상현실 기기 쓰라는 거죠. 여기는 머리에 왁스바르고 올만한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전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파편이 난무하는 복도를 지나 로봇팔로 큐브를 조립하고 기기를 작동시켰어요. 그런데 큐브를 제대로 집지 못하니까 지켜보던 직원분이 “조금 더..아니, 거기, 더, 더…”라는 현실어를 시전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죄송합니다. 저같은 놈에게 지구의 운명을 맡기시다니..

심지어 중력장 발생 장치를 열기위한 비밀번호 누르기. 전 그것도 3번이나 실패했습니다. 실패 후 절망하고 있는데 “자동으로 전환됩니다”라며 비밀번호가 그냥 알아서 풀리대요? 이럴거면 왜…

여차여차 원정단의 임무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후 저는 하이랜드로 가 미래 수중도시를 봤습니다. 롯데타워도 있더군요? 그리고 모든 체험 종료.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빙그레 웃는 직원분이 저만 뚫어져라 지켜보는 가운데 전 후기를 작성해달라는 태블릿에 ‘매우 만족’을 기입하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하이렌드로 출발

 

LG와 삼성, 앨런 머스크가 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미래관의 경우 체험 중심의 쉬운 접근방식을 택했는데, 대부분이 가상현실 기기에 머물러 있는 느낌. 나아가 이동수단은 월미도 놀이공원인줄…최선이겠지만 미래라는 거시적 담론을 담기에는 좀 아쉬웠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참 좋아할 것 같고, IT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도 뭐…

또 현재관의 로봇 음식 등은 조금 자세하게 표현해도 좋지 않았을까. 모두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떼우니 쉽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 외에는 다 좋았습니다. 소개도 잘 해주시고 적당히 답답해하시고(농담입니다) 체험형으로 되어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갈 정도로 흥미롭더군요. 사이사이 SK텔레콤 깨알홍보도 나름 유머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티움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요?

아무리 SK텔레콤이 돈이 많아도 을지로 본사 사옥에 이런 장치를 대규모로 마련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죠.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이렇게 꾸밀 필요는 현실적으로 없죠. 다만 전 티움 현장에서 본 LG전자 로봇청소기, 삼성전자 TV, 앨런 머스크의 하이퍼루프에 의외로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미래 기술들이 작동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5G죠. 아니 2047년이면 한 8G 정도 갔으려나? 그리고 그 핵심은 누구다? 을지로 금싸라기 땅 SK텔레콤 본사의 티움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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