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머니라커 소속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솽스이(双十一)가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이날 알리바바 플랫폼 내에서 발생한 거래의 총 합산 금액은 1,682억 위안 (한화 약 27조 7,500억 원)으로 작년 기록인 1,207억 위안보다 39.4%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징동(京东) 역시 솽스이 기간(11월 1일 ~ 11월 11일) 동안 1,271억 위안(한화 약 2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알리바바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솽스이는 알리바바에 의해 처음 시작된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로 매년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비록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성장에 분명한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지만, 여전히 동기 대비 평균 3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가 매년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솽스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의 솽스이는 단순히 거래 규모만 놓고 이야기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혹시 27조 원이라는 숫자에 가려 정작 봐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닐까?

 

2017년 솽스이, 2016년과 다르다

 

#소비자의 변화 : 가격에서 품질로의 이동

고객의 소비습관은 2017년 솽스이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2017년 이전 솽스이의 핵심은 ‘파격 세일’이다. 기업과 브랜드는 이를 무기로 소비자의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업의 특가 세일에 넘어간 고객의 충동구매 비율은 높아졌고 이는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곧이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솽스이 할인 판매를 염두에 두고 기준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이윤을 맞추기 위해 제품 품질에 손을 대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난 것이다. 지나친 할인 판매로 인한 적자 누적이 원인이었다.

솽스이의 반면으로 등장한 제품 품질 문제는 소비자 구매 체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7년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고객의 소비 습관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가격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를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솽스이에서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을 중요한 관심사로 꼽았다.

 

#2017년 신유통 원년 : 솽스이와 신유통의 만남

출처 : 바이두(baidu.com)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단연 공유 경제와 신유통일 것이다. 신유통은 마윈(马云) 회장이 2016년 10월에 진행된 항저우 윈치 대회(杭州云栖大会)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개념으로 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 체험, 스마트 물류가 긴밀하게 융합된 새로운 유통 모델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선진 기술을 활용하여 상품 생산, 유통, 판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업무 경영 방식과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하고자 하는 유통 모델이다. 빙고 박스(缤果盒子)와 허마센셩(盒马鲜生)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유통 체인의 등장과 알리바바, 진동, 시닝(苏宁), 바이롄(百联)과 같은 온·오프라인 거대 공룡들의 시장 진입으로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의 서비스 체험 및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다원화된 소비자의 구매 수요를 만족함과 동시에 기업 또는 플랫폼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신유통의 바람은 올해 진행된 솽스이에도 불어왔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기업의 마케팅 및 이벤트 운영 곳곳에 신유통의 손길이 닿았다.

올해 솽스이 기간 동안 티몰은 국내 100만 개의 판매처와 함께 온·오프라인 핵심 상권 52개와 소매 판매점 60만 개, 스마트 상점 10만개, 티몰 마트 4,000개를 하나로 통합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징동은 160곳의 편의점과 육아용품 체험 센터, 서비스 센터, 가전 제품 전문 판매 센터를 운영했다.

솽스이의 신유통의 만남은 온라인 기업보다 수닝(苏宁)과 같이 오프라인 사업에 뿌리를 둔 거대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수닝은 온·오프라인 통합 이벤트를 통해 1일 최대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날 고객 유동량의 증가치는 126%에 달했다. 올해 수닝의 솽스이 거래 총액은 163% 증가했으며 온라인 주문량은 210%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솽스이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자체적인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솽스이에서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유니클로 티몰 페이지 / 출처 : 바이두

유니클로는 이미 2016년 솽스이에서 신유통 모델을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이벤트 시작 10시간 만에 온라인 재고가 바닥나자 상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방문을 요청드린다는 메시지를 띄워 온라인으로부터 유입된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재치를 선보였다. 올해 솽스이는 작년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 매장 범위를 전국 500개 매장으로 늘려 서비스 체험이 대폭 증진됐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서 살펴보도록 하자.

유니클로 솽스이 이벤트 방안

첫째,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고객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주문한 뒤 전국 유니클로 매장 중 자신이 원하는 매장을 선택하여 해당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상품은 주문 후 평균 24시간 내에 재고 준비가 완성된다. 유니클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고객에게 솽스이 기간 이후에 사용 가능한 10위안 쿠폰을 추가 증정함으로써 고객의 2차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둘째, 개인 맞춤 서비스 제공.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유롭게 옷을 착용해볼 수 있으며 수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이즈와 색상 변경도 가능하다.

셋째,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보증. 유니클로의 할인율은 타 브랜드에 비해 대체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동일 제품, 동일 품질, 동일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거의 완벽한 온·오프라인 통합을 이뤄냈다.유니클로는 앞에서 언급된 수닝, 알리바바, 징동과 대비되는 명확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자체 플랫폼 구축 없이 놀라운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협력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데이터 처리 기술과 파급력을 빌려 온·오프라인 쇼핑을 통합하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했다.

 

#선진 기술의 적극 도입 : AI와 스마트 물류 시스템

차이냐오(菜鸟)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솽스이의 첫 배송은 이벤트 시작 12분 만에, 해외 직구 상품 배송은 33분 만에 완료됐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 덕에 가능한 일이다.

차이냐오는 올해 10월에 광동에 위치한 스마트 창고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상하이, 톈진, 저장, 광둥, 후베이 등의 지역에서 스마트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100% 무인 운영은 불가한 상황이나 사람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기존 물류 시스템보다 3~4배 증가된 운영 효율을 보이고 있다.

징동은 올해 10월 상하이에 100%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창고를 오픈했다. 4만 평방 미터 규모의 창고에서는 매일 20만 개 이상의 주문이 처리된다. 무인 운반차, 스마트 로봇을 통해 운영되는 징동의 물류 창고는 기존 창고보다 5~6배 이상 개선된 효율을 자랑한다.

차이냐오의 총재인 왕린(万霖)은 스마트 물류 창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중국 내에서 처리되는 택배 건수 증가와 함께 물류 난이도도 증가하고 있다. 신유통 도입과 함께 탄생한 새로운 물류와 공급 체인에 대한 수요는 물류 업계의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 볼 수 있겠다. 중국의 물류 네트워크는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 전역 24시간 내 배송과 전 세계 7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어떻게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글로벌 수요를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이다. 솽스이의 물류는 하루 10억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탐색이다.”

이외에도 양사는 무인 택배 배달 로봇, AI 시스템을 통한 광고 제작 등 스마트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보다 안정된 주문 데이터 처리와 플랫폼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기에 접어든 솽스이, 버티컬 서비스의 도약

알리바바의 솽스이 거래 규모 변화 / 출처 : 猎豹大数据

거래 규모만 두고 따지면 올해에도 솽스이의 주인공은 알리바바와 징동이라 할 수 있다. 전체 거래 중 80% 이상이 알리바바와 징동의 플랫폼 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의 솽스이에서는 각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들이 부흥하며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솽스이의 전체 거래액 중 알리바바는 68.2%(1,207억 위안)을, 징동은 22.7%(401.9억 위안)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66.23%와 21.41%를 기록했다. 활성 유저 침투율 역시 소폭 하락하는 변화를 보였다. 타오바오의 솽스이 당일 활성 유저 침투율(App 활성 유저 수/중국 온라인 시장 전체 활성 유저 수) 18.85%에서 16.85%로 하락했으며 티몰은 1.52%에서 0.95%로 하락했다. 이에 대조적으로 수닝과 핀뚜워뚜워(拼多多) 등 특정 영역 또는 서비스에 특화된 플랫폼의 수치는 소폭 증가하며 솽스이가 알리바바와 징동만의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을 넘어 중국 내의 모든 온·오프라인 커머스 기업이 참여하는 이벤트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소비자들이 각자의 기호에 따라 종합 플랫폼을 벗어나 버티컬 영역의 개별 App로 유입되면서 이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기업이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현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와 징동이 속한 온라인 중심 그룹과 수닝과 완다가 속한 오프라인 중심 그룹, 그리고 핀뚜워뚜워와 같은 기타 그룹으로 나뉘는데, 각 그룹 간의 점유율 변동이 있기는 하나 매우 미미한 편이며 대부분의 수치 변동은 온라인 중심 그룹과 오프라인 중심 그룹 사이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솽스이는 올해도 작년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그들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내년 총 거래액이 올해의 거래액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만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보다 엄청난 일은 그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혹시 27조 원이라는 숫자에 가려 정작 봐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닐까?

 

[90后가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 시리즈

신유통 바람타고 중국판 세븐일레븐 등장 가능할까?
– 신유통(新零售)은 혁신이 아닌 빛 좋은 개살구?
– 百鲜Go…“신유통? 공유경제? 난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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