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자이너(?)

영화 ‘아이언맨’에서 등장하는 아이언맨 슈트는 티타늄 합금 소재에 ‘프라이데이’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까지 장착되어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AI)인 프라이데이는 영화 ‘그녀(her)’의 운영체제 ‘사만다’와 같은 개념이다. ‘사만다’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세계적 AI 석학 저스틴 카셀 교수가 ‘사람 감정을 읽고 대화해야 진정한 인공지능(AI)’ 이라고 말하는 그 운영체제를 말한다. 즉 인간의 감성을 가진 의인화된 지칭이자 이름이다.

독자 여러분이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영화 ‘그녀(her)’에서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친구에게 ‘사만다는 운영체제야’ 라고 말한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테오도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낀다.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운영체제 그 이상의 존재,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존재였다. 이처럼 AI와 사람 사이 감정의 교류를 다룬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 곁에 현실로 빠르게 다가와 있다.

저스틴 카셀 교수는 사회적 인지능력을 갖춘 AI는 빅데이터가 쌓인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이고 로봇과 사람 사이에 신뢰와 친근감, 즉 라포(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 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가 형성된 셈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와 같은 진정한 AI 운영체제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 본 사이일 때와 친한 사이일 때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사용하는 언어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과 몸짓 등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표현에 녹아 나타난다. 카셀 교수는 사람이 누군가와 친밀해져 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부분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일반화된 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AI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그의 연구에는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60가지의 포인트 외에도 시간 변수도 AI 연구에 주요 요소인데, AI 알고리즘에 시간 변수를 넣게 되면 사용자와의 추억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어제 축적된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게 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이처럼 사회적 인지 능력을 로봇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은 전 세계 AI 연구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 즉 이로써 로봇과 인간이 협력할 때 좀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SEDAILY 재인용)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 남자 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매하게 되는 과정

위에서 사회적 인지능력을 반영시키려는 노력 중에 특히 사람의 개인적 취향이나 감성을 미적인 조화로움으로 승화시키고 있고 실제 제품개발에도 적용하는 분야는 디자인 분야다. 지금 AI 기술들과 다양한 사회적 스마트 사회로의 지향적 환경이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즉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이르렀음을 말한다. 어찌 보면 인간 디자이너로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모양새다. 그만큼 사회는 다재 다능한 디자이너를 원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미래에 없어질 많은 직업군 중 창의성과 감수성이 요구되는 예술, 문화 직업군은 기계화에 따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 IT기술과 트렌드 소식을 접해보면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개발되었으므로 그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기본적인 디자인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수준과 지능을 갖춰가고 있고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협업이 진행 중임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구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은 컴퓨터에 창조성을 부여하는 ‘컴퓨테이셔널 크리에이티비티(Computational Creativity)’ 연구에 적극 투자하고 있고 어도비(Adobe)는 이 분야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미래를 준비하면서 컴퓨터에 창조성을 플러스하면 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상용화 되었거나, 개발 중인 인공지능과 디자인을 연결하려는 사례를 보면, 어도비가 연례 기술 콘퍼런스 ‘맥스 2017’을 열고 딥 러닝 인공지능 기술 ‘어도비센세이(Adobe Sensei)’를 활용한 다양한 이미지 자동 수정 기술을 공개했는데, 사진내 배경 혹은 피사체의 색상 윤곽 주변과의 조화 등을 인식하고 가장 알맞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대체한다. 기존 어도비 포토샵의 도장 툴(Stamp Tool) 과 유사하지만, 이를 인공지능(AI)프로그램이 자동 수행하는 것이다.

그밖에 어도비는 흑백 사진을 자동으로 컬러로 바꿔주는 ‘프로젝트 스크리블러(Scribbler)’, 디자인 이미지나 아이콘을 특정 형태로 자동 배치하는 ‘피직스팩(PhysicsPak)’, 영상 속 특정 피사체만 지우는 ‘프로젝트클록(ProjectCloak)’, 가상현실 콘텐츠 내용에 따라 음악 방향과 음량을 배치하는 ‘소닉스케이프(SonicScape)’ 등의 기술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또한 구글은 인공지능 프로젝트 클립아트 – AutoDraw 는 2017년 4월 블로그를 통해 오픈을 알렸다.

Google auto draw

 

이 프로그램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그리고, 자전거 같지 않은 자전거를 그려도 인공지능(AI)에 의해 정확한 그림을 식별해 추천해주는 지능이다. 그림을 못 그려도,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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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최근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디자이너 중에는 숫자와 분석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으로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기회라 할 수도 있고 혹은 인공지능(AI)에게 디자인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 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며 앞으로 인간 디자이너가 필요하지 않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미래 인공지능(AI) 컴퓨터들이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넘어서서 인간 본성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렇지만, 이미 인공지능의 활용은 패션업계에서도 강력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TOMMY HILFIGER는 IBM, FIT와 함께 인공지능(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리이메진 리테일(Reimagine Retail)’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창작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 디자인 프로세스와 제품 개발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은 인공지능이 트렌드를 파악하고 옷에 대한 인간의 창의력과 디자인을 빠르게 자기 복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이 알고리즘 기술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지 분석과 유명한 스타일을 복제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AI 디자이너’를 개발 중이다.

blogspot for IBM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 인간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미래 유망 직종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은 연말 연초 언론사들의 단골 뉴스이다. 특히 여러 직업 중 창의성과 감수성을 요구하는 직업인 디자인은 기계화를 피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북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어도비(Adobe) 인디자인(InDesign)의 경우를 보면 창의성과 감수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디자인은 GREP(유닉스를 위해 만들어진 텍스트 검색 기능을 가진 명령어)을 적용시킬 수 있어 작업 효율성이 극대화 되어있다.

편집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와 편집에 관한 몇 가지 디자인 가이드를 세우고 글을 조판하는 작업은 기계에 맡겨도 될 만큼, 자동화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책’ 이라는 아날로그 소재보다 더 자동화 되기 쉬운 ‘웹’의 경우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훨씬 더 빠르게 디자이너를 대체하고 있다. 코딩이 이루어지지 않는 책의 경우, 그리드를 잡는 몇몇 방법론이 있긴 하지만 디자이너가 임의대로 자기만의 감각을 더해 디자인할 여지가 있었지만, 점점 기계들이 똑똑해지면서 SF영화에서 등장하던 AI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이 점점 빨라지는 이 시점에 감수성과 창의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디자인 분야가 빠르게 기계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Design Thinking이나 Design Process에서 감수성과 창의성의 비중은 줄어들고, 디자인이 점차 기계화에 적합한 형태로 변했기 때문은 아닐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디자인 외에도 경영학, 공학, 마케팅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이들의 교집합 주변에 자신을 위치시킨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하는 일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노만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 디자이너의 사회내에서의 다양한 고민을 담아낸 부분에서..‘과연, 디자이너라는 단어는 이제 사라져가는 직업 중 하나일까?’ ‘디자이너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Full Stack Designer(다기능을 숙지하고 디자인이나 제품개발을 독립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사람)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기존의 디자인에서 행해졌던 단순 시각화 내지는 상품 구체화 작업은 인공지능의 몫으로 돌아가고 현재 포화에 가까운 디자이너 노동시장은 침체기를 맞을 것이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구별되는 다른 의미로서의 디자인 영역이 등장할 것은 당연하다. 데이터 수집과 그것을 근거로 보기 좋게 상품을 만드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디자이너 혹은 창작가들은 다층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들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가에 대한 새로운 직업적 정의에 적절성을 부여하게 되지 않을까? (월간마케팅20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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