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입니다.
주말에 큰 태풍이 지나갔는데 피해는 없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다들 무탈하셨길 바랍니다.

모비인사이드에 싣는 글은 제가 다른 채널에 썼던 글을 보강해 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례를 추가하거나 데이터를 더하곤 하는데요. 가끔씩 순서를 바꿔 가독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 글은 감독판?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고객만족, 고객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제목은 “나란” 고객은 언제 감동하나? 입니다.

 

 

지난주에 동네에서 급 미팅 일정이 생겨 근방에 있는(동네에서 핫한) 카페에 갔습니다.
TMI : 분명히 카페인데 김밥 맛집임.

도착한 시간은 9시 15분이었는데, 오픈 시간은 30분부터라 카페 밖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10분쯤 기다렸을 때 주인분께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리곤 평소와는 다르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평소였다면 아이스를 시켰을 텐데 말이죠.

일행과 한참을 얘기하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고 잔을 들었는데… 아뿔싸!! 집어 든 잔이 생각보다 뜨거웠고, 놀란 맘에 컵을 놓쳐버렸습니다.

카페 바닥은 쏟은 커피로 온통 흥건해졌습니다. 막 오픈 청소를 끝낸 바닥을 저 때문에 다시 청소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지 뭐예요. 여기서부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적겠습니다.

 

커머스가이: 아! 죄송해요… ㅠㅠ

주인: 어머 괜찮으세요? 안 다치셨어요? 컵은 제가 치울게요~

커머스가이: 컵이 뜨거워서 놓쳐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저도 같이 치울게요.

주인: (닦으러 와서) 어디 데인 곳은 없으시구요?

커머스가이: 다행히 괜찮은 것 같네요.

주인: 다행이네요. 제가 마저 정리하겠습니다. 커피는 아이스로 다시 준비해드릴게요.

 

응?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카운터 쪽을 봤습니다. 이미 가게 주인분은 머신에 커피 원두를 넣고 샷을 내리려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급하게 일어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했는데 이내 새로운 커피 한 잔을 건네 주셨습니다. 과연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 일주일에 1-2회는 들러 테이크아웃을 해가는데. 심지어 가격도 착합니다. 아메리카노가 2500원, 라떼가 3000원 정도로 부담 없이 찾고 있지요. 그냥 걱정해주고 커피잔 정리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등 뒤에서 “아이스로 다시 준비해드릴게요~”라는 말은 정말 감동!!!

서비스업에선 ‘고객 만족’, ‘고객 감동’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사실 이름만 거창할 뿐 뭔가 엄청난게 있는 건 아닙니다. 간혹 매뉴얼을 따르는 매장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고객은 직원의 대처 능력에 따라 평소 좋아하는 매장이 싫어질 수도 있고, 더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이 글을 진유연 페이지에 썼더니

“개인적으로 스타X스에 감동한 사례가 있다. 스타X는 사실 커피 맛이 뛰어나진 않지만, 서비스는 항상 만족하는 편입니다. 해당 매장에서 고객이 실수로 커피를 엎질렀을 때 점원의 응대 매뉴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 엎지른 사람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물어본다. 혹은 옷에 음료가 묻지 않았는지 물어본다.
2. 청소를 해준다.
3. 새로 음료를 가져다준다.

이미 1번에서 감동하고 청소를 대신해준 것도 민망한데, 새로운 음료를 가져다준다. 바로 이 순간이 당황스러움에서 신뢰, 행복감 그리고 감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아닐까?”라고 마이디얼 김종수 대표님이 글과 함께 페이지를 공유해주셨습니다. 댓글을 보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시네요.

 

또 다른 사례로, 지난주에 한 우동집을 찾았습니다. 양이 적을 것 같아 주인분께 혹시 면 추가나 곱빼기가 가능한지 물어봤는데요. 그랬더니 면 추가는 없고, 그냥 많이 달라면 더 드리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이 달라고 말씀드렸고! 같이 간 일행분 양보다 1.5배 정도(사실 그 이상)를 주셨습니다.

대부분의 대형 프랜차이즈는 매뉴얼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동집처럼 고객이 많이 찾는 매장은 고객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죠.

 

자꾸 고객만족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고객만족 영역일까요?

간혹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고 불만족(상품 불량, 오배송 등) 했을 때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고객만족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분명한 것은 이는 마땅히 그리고 당연히 취해야 하는 프로세스라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만족하는 상황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만약 제품이 불량이라면,

1. 즉시 환불, 재구매 의사 확인
2. 즉시 환불, 고객 불편에 대한 추가 보상 및 재구매 의사 확인 후 응대
3. 즉시 환불, 새 제품 배송과 함께 추가 서비스 제공

이를 음식점에 대입한다면?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 이물질이 나왔다.

  1. 죄송합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2. 죄송합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바로 새 음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서비스로 ooo도 만들어 봤습니다.
  3. 죄송합니다. 당연히 계산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 새 음식은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좋은 마음으로 오셨을 텐데 불쾌감을 드려 죄송합니다. 추후에 다시 한번 와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상품권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꼭 한번 더 방문하셔서 음식을 대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실제 매장을 밝힐 순 없지만, 3번을 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본 곳이 있지요.

 

 

제가 겪었던 일중에 조금 황당했던 사건이 하나 기억나는데요. 장소는 백화점 식당가였습니다.

꼭대기 층에 위치한 아주아주 비싼 우동집이었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얼마 뒤 음식이 나왔는데요. 깨진 그릇에 음식이 나왔더군요. 지나가는 종업원분께 말했는데, 과연 이분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1번? 아니면 2번? 아닙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우동을 다른 그릇에 옮겨주고 가더군요.

“아… 깨졌네요.”라는 한마디와 함께.

 

사실 2번까지는 만족 영역입니다. 3번일 경우 고객은 당장 기분은 나빴지만 이후 대응으로 인해 좋은 경험과 만족, 감동을 넘어 주변에 전파까지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언급되지 않은 0번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 음식에서는 그런 게 나올 리가 없는데요?”라고 말하거나 최악의 경우 고객과 다툼을 일으키는 경우도 분명 있겠죠. 저는 처음부터 그랬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3번을 바라거나 대놓고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변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비스 제공자가 잘못한 게 맞다면 당연히 3번부터 시작해야 하고, 설령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 해도 최소 1번 정도는 매뉴얼화해야 합니다. 상대가 블랙컨슈머라 할지라도요.

 

 

마지막으로 개인 경험 하나를 이야기하고 마치겠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발을 구입했습니다.

 

1. 최악의 경험

모 종합몰에서 구입했는데 불량 제품이 왔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제가 환불받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불량인 상품을 보내주면 이를 확인하고 실제 불량인지 공급자가 확인한 다음에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외관상 딱 보기에도 불량인데 이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니, 일단은 기다렸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고객센터와 점포에서 발송한 담당자와 해당 점포 매니저에게 했었죠. 돌아오는 답은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다가 전부였습니다. 결국은 교환은 받았지만, 상식을 벗어난 고객 대응에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저를 블랙컨슈머 혹은 진상쯤으로 기억하겠죠.

 

2. 좋은 경험

그리고 다시 타 종합몰에서 와이프 신발을 주문했습니다. 신어 보니 한쪽 발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양쪽 신발의 마감도 달랐습니다. 오른쪽 신발 앞코가 천이 더 튀어나와 있었구요. 그래서 반품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상담원이 상품 반품 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길래 이전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톡 쏘는 말투로 “네. 불량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더니 “고객님. 불량은 저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업체)에서 확인하는 것인데, 당장 고객님 신발이 필요한 부분이니 반품 처리 먼저 도와드리겠습니다. 기다리지 마시고 새로 주문을 해 받아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다는 의견을 드리기 위해 전화드렸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앗… 네네 고맙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다시 주문하고 잘 받았습니다.

 

3. 선제적 대응

시간이 지나 다른 종합몰에서 신발을 주문했습니다. 배송받은 상품은 1, 2번 쇼핑몰과는 다르게 포장 상태부터 달랐습니다. 기본 신발 박스를 다시 한번 종합몰 비닐로 포장했고, 여기에 ‘검수완료’ 표시가 돼있었습니다. 신발 발송 전에 제품을 확인하고 제품 파손을 줄이기 위해 추가 포장을 해서 보낸 것이죠.

앞서 1번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그저 “포장 열심히 했네?”라고 생각했겠지만. 1번을 경험하고 나니 아픈 것을 고치는 것보다 애초에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콜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이건 정말 개인 의견입니다.(뇌피셜이란 얘기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 금액을 100% 돌려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150% 이상을 받으면 만족, 300%를 받으면 컴플레인 고객이 팬으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전부 금액일 필요는 없고 포인트나 쿠폰을 같이 제공해도 아마 고객은 같은 감동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커머스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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