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판에서 가장 핫한 단어 중 하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다. 개인적으로 이름만 바꿔가며, 비슷한 가치를 강조하는 행태를 극혐 하기 때문에, 그로스 해킹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던 중 오늘 회사에서 ‘이게 그로스 해킹인가?’싶은 가설 수립-실험 과정을 거치고 나서 관련 정보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맷 롬니의 캠프에서 활약한 아론 긴의 “모든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하는 마케팅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이름만 바뀐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마케터의 목표가 직관적인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부터 그로스 해커가 되기로 했다. 2차 전직을 자축하며 야식을 먹고, 이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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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자동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하는 마케팅 기계”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자동’, ‘영구히 지속’이라는 키워드에서 떠오르는 건 AI, 머신러닝 등.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러닝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어떤 데이터를..? 가장 먼저 우리 회사의 #여행의직구 서비스 앱/웹 개편을 통해 새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개발팀과 다른 크루들이 다양한 기능을 준비해주셨고, 데이터 유형 분석을 위해 결정한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앱/웹 메인 테마전과 맞춤 거래 추천 기능이다.

두 기능은 “이 기능이 어떤 목표로 만들어진 기능인가”를 기준으로 분류된다. 처음엔 ‘어차피 매출 상승 즉 거래 수 증대를 위한 목적으로 같다’라고 생각하고 데이터 수집 방식을 구조화해보니 문제가 생겼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 중인 트래킹 시스템으로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해당 방식을 고수하려면 리소스를 들여 새로운 트래킹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고액의 서드파티 툴을 사용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앱/웹 메인 테마전은 Contents_View 이벤트의 증대 맞춤 거래 추천은 최종 목표인 거래수 증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나서 이상적인 데이터 수집 방식을 구상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 두 기능은  실질적인 KPI가 달라야 할까? 그로스 해커라면, 당연히 이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했지만, 나는 아직 반쪽짜리 그로스 해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직관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1. 새로운 트래킹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고액의 서드파티 툴을 쓰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트래킹 시스템 개발로 다른 개발 일정을 미루거나 서드파티 툴 사용료만큼의 광고 집행비 감액이 불가피하다.   



2. 개인적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플랫폼 소비 경험을 떠올려보면, 메인 화면 테마에서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가심비 등의 용어가 생겼지만, 가성비는 아직 소비 결정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대체제나 최저가 검색도 없이 바로 테마에서 결제하는 데이터로 과연 유의미한 모수를 쌓을 수 있을까?

 

3. 맞춤 거래 추천은 2번의 내용까지 고려해서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날 만큼 성숙해야 기능이 완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유저 활동 데이터 수집을 통해 맞춤 거래 추천 상품이 정해지기 때문에,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수준에 도달해야 머신 러닝이 충분히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위 세 가지 상황을 고려해, Contents_View 이벤트의 증대가 목표인 기능들은 클릭수를, 거래수 증대가 목표인 기능은 클릭, 위시리스트 추가, 거래 성사 등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개발 일정 소요나 트래킹 솔루션 사용료 등의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하면, 이번 칼럼은 흑역사가 될 것이다. 어차피 그로스 해커는 실패의 경험도 데이터라고 얘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그로스 해커는 정말 개이득인 직업이다.

 

이전의 칼럼들과는 다르게 직접 실험해본 결과가 아닌, 실험 과정을 글로 남겨보았다. 한 줄 요약은 아래와 같다.

 

그로스 해킹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땐,
최종적인 목표가 아닌 퍼널 구조 바로 다음 단계의 목표를 KPI로 잡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한 줄로 요약해보니, 기존 퍼포먼스 마케팅의 데이터 수집에서 강조하던 내용과 어순만 다른 것 같아 더 자괴감이 든다. 용어가 무엇이 됐든 위 내용은 꼭 명심하자. 마케팅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이든 목표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공을 잘 던지기 위한 훈련을 하기 전에, 이게 야구를 잘하기 위한 연습인지 농구를 잘하기 위한 연습인지 파악해야 올바른 훈련을 할 수 있다.

 

 

김명철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