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장벽을 뛰어넘은 울림과 메시지

 

 

지난 추석 연휴에는 KBS에서 방송된 나훈아 콘서트가 큰 화제였습니다.

매년 콘서트를 통해서만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던 그가 무려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것입니다. 나훈아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가왕을 넘어 가황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30대에게는 이름만 들었을법한 가수일지 몰라도 중장년층에게는 지금 BTS의 영향력 같은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매년 콘서트 시즌이 돌아오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로 효도 티켓팅 경쟁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그가 이번 추석 연휴 TV 속 비대면 콘서트를 통해 깜짝 등장한 것입니다.

나훈아 세대로 불리는 중장년층에게는 콘서트 소식 자체만으로 이미 큰 관심거리이고 화제였지만, 젊은 세대들 또한 모처럼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벗어나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 공연을 즐겼습니다. 특히 신곡인 ‘테스형’을 열창할 때에는 특유의 철학과 위트가 담긴 노랫말에 웃고 울기도 했으며 콘서트 중간중간 그가 남긴 격려의 메시지에 시청자들은 마음속 깊은 울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훈아는 왜 대중들 앞에 섰을까요? 그의 이번 공연이 더 뜻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훈아의 이번 방송 출연은 노 개런티로 이뤄졌습니다.

대한민국 최정상 가수로서 15년 만의 방송출연과 단독 편성의 대가를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출연료를 제작비로 환원해 더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단지 코로나 사태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자 ‘대한민국 어게인’이란 콘서트 제목만 남겼습니다. 이러한 단서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공연 전 충분히 콘서트의 진정성과 취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장기화된 코로나 국면으로 지치고 좌절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뉴스와 방송에서 힘을 내달라, 협조해달라는 이야기들은 마음을 차갑게 했지만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라는 그의 솔직한 말은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방송국에서는 최초 공개형 콘서트를 기획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콘서트로 전환되었습니다. 관객 한 명 없이 현장의 웅장함과 스케일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국내외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1천여 명의 시청자들이 국가는 다르지만 함께 시청하는 모습이 화면에 생중계되었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시선과 마음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만날 수 없는 가족들과 친지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더욱 뭉클함을 주었습니다. 가수와 관객, 관객과 관객 모두 만날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연결된 진짜 콘서트였던 것입니다.

 

 

 

 

또한 이번 공연은 재방송이 없는 콘서트였습니다.

우리가 콘서트 티켓을 사서 현장을 찾는 이유는 바로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경험 때문입니다. 가수와 마주하는 현장감이면서 관객과의 동질감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 콘텐츠들은 얼마든지 방송국과 OTT 플랫폼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본방사수’나 ‘채널고정’ 같은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TV 앞에 앉지 않는 이 시대에 단 한 번의 방송으로 공연을 마친다는 점은 되려 사실적인 현장감과 시의성을 안겨주었습니다. ‘방구석 1열’이라는 요즘 말처럼 TV를 통해 콘서트 현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입니다.

 

 

공연 그 자체로의 웃음과 감동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신곡 ‘테스형’은 70대 나훈아가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호칭하면서 삶과 인생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유희적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떠난 모든 이들을 무겁지 않게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같은 노래이지만 어떤 사람은 웃고 혹은 울기도 합니다. ‘테스형’의 재치 있는 노랫말은 나훈아 세대가 아닌 MZ세대 젊은 층의 마음도 사로잡았습니다.  방송 이후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00위권에 진입했고 디지털 채널에서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많은 후배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올리고 패러디해서 새로운 밈(Meme)으로 떠올랐습니다.

 

 

 

 

시청자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훈아라는 가수를 넘어 브랜드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만큼 지쳐 있던 일상에서 나아가야 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외면했던 기성 미디어에서 다시 한번 울림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와 플랫폼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재미와 감동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거리두기의 시대, 감동과 진정성에는 거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곽팀장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