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대답했다.

 

 

인스타그램(좌) / 트위터(우)
 

얼마 전, 패션계에서 전대미문의 불가사의 한 일이 펼쳐졌다.

바로 요즘 대세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SNS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진 이 시점에. 돌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아직 코로나의 종식도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시점에, 보테가베네타는 도대체 왜 SNS를 모두 그만뒀을까?

 


 

1. 다니엘 리의 독단적 선택

 

가장 처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보테가베네타의 디렉터인 ‘다니엘 리’의 독단적인 선택이다. 보테가베네타는 단연코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테가베네타가 속한 케어링 그룹도 다니엘 리의 선택에 태클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룹에 속한 브랜드가 매출만 잘 나오면 그만이기 때문에.

 

보테가베네타 디렉터, 다니엘 리

 

다니엘 리는 다른 디자이너, 디렉터들과는 다르게 SNS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소셜 미디어의 양면성을 지속해서 강조해왔고, 지난 2021 SS 컬렉션 이후 <컬쳐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은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에서 생산적인 작업을 할 수 없다. 디지털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공허함을 느꼈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개념의 깊이도 부족한 것을 느꼈다.”라고 얘기했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특히 패션에서는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다니엘 리는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호의적이진 않다. 

 

2. 희소화

 

모두가 SNS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보테가베네타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SNS를 하지 않는다? 사실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대답하면 그만큼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희소해질 수 있다. 이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프라다의 선택을 받은 코드쿤스트, 이동휘

 

요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살펴만 봐도,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다양한 인플루언서에 의해서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유명 래퍼, 배우, 가수 등. 이런 사람들에게 제품을 선물하고, 이들이 SNS를 통해 이를 홍보함으로써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런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전개되는 패션 산업의 홍보 방식은 전형적이다. 이를 탈피 하기 위해서 소셜미디어를 모두 그만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되면 홍보 효과와 마케팅 효과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들의 브랜드 제품이 흔해진다. 이를 방지하고 노출을 줄임으로써, 희소성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3. 이 또한 마케팅

 

2021 SS 컬렉션이 끝나고 빠른 브랜드의 경우는 2021 FW 컬렉션을 벌써부터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2021 FW 컬렉션을 위한 마케팅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SNS 홍보를 제거함으로써, 2021 FW 컬렉션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통 브랜드가 새로운 컬렉션을 하기 전에는 영화 개봉 전 티저 영상과 예고편이 공개되듯이 SNS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힌트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이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보테가베네타는 오히려 반대로 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꽁꽁 숨겨서 더욱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는 보테가베네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들의 인기를 한껏 받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컬렉션을 위해서 SNS를 전면 중단하는 그런 선택은 절대 못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보테가베네타가 현재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잘 나오고, SNS를 전면 중단해도 모두가 궁금해 하는 파급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기업에서도 별 소리를 안 하는 것 같다. 

보테가베네타가 엄청 잘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실이고, 2020년은 물론 가장 최근에 공개된 2021 컬렉션에서도 ‘다니엘 리’의 열일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가 신비주의 컨셉으로 꽁꽁 싸매고 숨어버리니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있어도 홍보해주는 보테가베네타의 팬들이 있다.

 

보테가베네타의 공식 SNS 계정은 사라졌지만, 보테가베네타 신봉자들의 SNS 활동은 엄청 활발하기 때문에 굳이 공식 계정이 나서서 홍보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공식 계정에서 홍보하는 것보단 협찬을 받지 않은 소비자가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홍보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경우는 그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지만, 협찬 받아서 홍보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돈내산한 경우라면, 좋아서 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보테가베네타의 SNS가 모두 사라진 날, 공개된 2021 SS 컬렉션을 보면 보테가베네타의 자신감이 근자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시점에서 SNS를 전면 중단한 것은 보테가베네타의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보테가베네타 2021 SS 컬렉션>

 

 

장뚜기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