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경품” 이벤트에 대한 얘기를 적어볼까 한다.

글의 제목에 있는 것처럼 보통 경품 이벤트와 브랜딩은 크게 관계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브랜딩에 역효과를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기업에서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은 잘 지어지고 있는 밥에 이것이 찬물을 끼얹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출이나 회원 가입, 그 외 명확한 목표점에 이것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말자고 설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의 초기 단계(즉 브랜드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서는 할 수 있는 브랜딩 활동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우리를 봐 달라고, 우리 앱을 설치해 달라고, 우리의 회원이 되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크건 작건 무엇이든 해서 어떻게든 세상에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주로 기업들이(인지도가 어떻든 간에) 선택하는 것이 경품을 걸고 하는 이벤트다. 공짜로 무엇을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경품을 뿌리는 방식이고 대부분의 기업은 경품을 되도록 많이 쪼개서 제공한다. 경품이 많으면 응모자가 당첨될 확률이 아무래도 올라가니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품 이벤트는 늘 뻔하고 안전한 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주로 아래 이미지와 같은 방식들이다. 여기에 당첨 확률 100%라는 문구만 넣으면 완벽할지 모른다.

 

늘 이런 방식의 이벤트들을 우린 몇 년째 보고 있는지 모른다.

 

나도 초기에 같은 고민을 했었다. 2014년 론칭한 29CM 앱은 우리 기준에서 다른 곳과 차별화되게 잘 만들어 놓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작정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다운로드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경품 이벤트였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것을 진행하긴 싫었다. 어떻게 하든지 남들과 차별화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경품 이벤트를 브랜드를 알리는 도구로써 사용할 수는 없을까? 즉 이벤트를 통해서도 브랜딩이 효과를 낼 순 없을까? 그것을 계기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우리 브랜드가 오래 남게 할 순 없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많이 고민했었고, 그 결과로 진행한 몇 가지 이벤트를 이곳을 통해 소개한다. 아마도 29CM를 오래전부터 알았던 분이라면 이 중 하나는 보았을 확률이 높고, 아니면 이 중 하나를 계기로 29CM를 알게 된 분도 많을 것이다.

글의 제목에서도 적었듯이 그 이벤트 모두를 한 번에 설명하는 데는 조금 무리가 있는 듯하여 두세 번의 시리즈로 그것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 GET 29CM, GET MINI

 

정식 타이틀 명은 저것이었는데 ‘29CM 미니 쿠퍼 이벤트‘로 기억하는 분이 많았던 이벤트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되도록 많은 경품을 뿌리는(?) 방식을 탈피해 우린 어떤 방식을 택했을까. 그것은 아래와 같다.

 

첫째. 오로지 명에게만 행운의 여신이 내려오도록   

가장 먼저 선택한 방식은 오직 딱 한 사람에게만, 그것도 차 한 대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일반 경품 방식보다 이벤트의 주목도를 훨씬 더 높일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갖지는 못하더라도, 차를 주는 이벤트는 당시엔 그리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아니더라도 도대체 누가 그것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둘째.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장 맞는 브랜드를 경품으로 선정

이런 경품 증정의 방식에서 남들과 차별점을 주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이 걸로만은 부족했단 의미다). 증정하는 차를 미니 쿠퍼로 선택한 것이다. 미니 쿠퍼로 차를 선택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로는 미니 쿠퍼의 ‘NOT NORMAL’이란 슬로건이 29CM가 추구하는 바와 잘 맞았다고 생각했었고,(이는 마치 기업이 셀러브리티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자신의 기업 이미지와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요즘에는 뜨는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선택하긴 하지만.) 두 번째는 미니라는 브랜드는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다른 차에 비해 훨씬 열려있다는 점이었다.

 

셋째. 세상에 하나뿐인 희소성

그래서 우리는 블랙 컬러의 미니 쿠퍼 한대를 구매해서 그것을 29CM스럽게 화이트와 크롬으로 심플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했다. 심지어 안전벨트에도 당시 29CM의 슬로건이었던 “멋지고 착하고 엉뚱하게 (Goody Hearty Wacky)”를 새겨 넣기도 했다. 이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미니 쿠퍼 한대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29CM 미니

 

넷째. 조금이라도 주저할 여지가 있는 고객의 부담을 깨끗이 제거

또 하나의 차별점은 경품 수령 시 발생하는 제세공과금도 우리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어떤 경품이건 그것이 5만 원 이상이면 제세공과금 10%는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자동차라면 그것은 큰 부담일 수 있고 또한 당첨된 사람이 누구건 간에 이것 때문에 마지막 경험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편으론 제세공과금마저 브랜드에서 내준다는 방식은 그 당시 어떤 기업도 하고 있지 않은 방식이었다(지금은 제세공과금을 기업이 부담하는 곳들이 종종 있다. 아마 이 이벤트 이후 발생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저 없이 이것을 택했다.

그리고 드디어 앱으로 이벤트에 응모한 사람 중 단 한 명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미니 쿠퍼를 제세공과금 부담 없이 제공하는 이벤트를 ‘GET 29CM, GET MINI’라는 타이틀로 2주간 진행했었다. 즉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선 앱을 설치하며 앱을 경험해봐야 하고 또 당첨되었을 시 연락을 하기 위해선 회원 가입이 필수였다.

 

 

2.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 많은 경품을 제공하여 당첨률과 응모율을 높이는 보통의 이벤트들에 비해 이것을 접한 사람들은 이 이벤트는 나에게는 너무 먼 얘기라고 생각했을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우선 이런 신선한 경품 이벤트를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보였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정말 많은 사람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2주 정도 진행했던 이 이벤트 페이지에 거의 100만 명 이상이 몰리고 앱 다운로드는 약 10만 건이 발생한 것이다. 자연스레 회원 가입 역시 같은 숫자로 증가했고 이는 이벤트 이전 평균 회원 가입 수의 거의 몇십 배에 달하는 숫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당시 29CM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린 이 이벤트는 요즘엔 정말 보기 힘든 1.1만 라이크를 발생시켰으며, 1.9천 개의 댓글이 모였고 1천 회에 가까운 공유가 발생하였다. 그러니 이 포스팅 하나의 도달률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엄청났으리라 생각한다. 당시에는 인스타그램이 지금처럼 활성화될 때가 아니었으니 요즘처럼 인스타그램까지 동원되었다면 아마도 훨씬 많은 노출과 참여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애플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부문 1위를 달성했고 전체 무료 앱 중 4위까지 도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앱스토어 검색에서도 29CM가 키워드로 이벤트 동안 노출되었고 이 이벤트를 계기로 처음으로 네이버에 29CM을 검색하면 자동 완성 기능에 29CM 미니 쿠퍼, 29CM 이벤트라는 키워드가 함께 노출되기도 했다. 연관 검색어는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좋아요’ 수를 기록한 페이스북 포스팅.. 1만이라니..

 

2주의 기간 동안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한 가지 남아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당첨자 선정과 경품의 배송이다. 우리는 이마저도 남들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당첨자 발표는 보통 기업들에서 하는 방식, 즉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채로) 뽑아서 이벤트 페이지에 주르륵 공고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얼마나 공정하게 한 명을 뽑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간단한 코딩을 통해서 10만 명이 넘는 응모자 중 랜덤하게 한 명을 선정하는 과정을 원테이크로 편집 없이 촬영해 고객들에게 공개했다. 실제 제품 배송 시 사용하는 29CM 배송 박스와 똑같은 디자인을 유지한 채 자동차가 들어갈 만큼의 크기로 제작하여 여기에 미니 쿠퍼를 넣어서 당첨자에게 직접 배송하기도 했다.(심지어 송장까지 똑같이 붙였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바이럴 필름으로 찍어 공개해 2차 바이럴 요소를 만들기도 했다.

아래에 이 영상을 첨부한다. 미니 쿠퍼 구매부터 커스터마이징, 배송의 과정이 온전히 담겨 있다.

 

미니 쿠퍼 제작부터 배송까지를 담은 바이럴 영상

 

자연스럽게 이 이벤트는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29CM에서 일했었다고 말하면, 이 이벤트를 얘기하는 분을 종종 만날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이벤트가 되었다.

 

3. 경품 이벤트로도 과연 브랜딩이 가능할까?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 이벤트가 브랜딩에 효과가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 그것도 아주 큰 효과가 있었다. 처음으로 29CM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린 이벤트였으며 그것을 알리는 방식이 굉장히 유니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화된 이벤트 전개 방식은 29CM 앱을 경험하면서 다시 한번 이곳은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확실히 다른 편집숍임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어져 그 인상을 더 깊게 심어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사람들에게 아직 회자되는 29CM만의 인상적인 이벤트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Part 2에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여기에 바로 이어 쓰기에는 할 얘기가 꽤 많다 🙂

 

전우성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