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마케팅의 가장 핵심적인 트렌드는 재미라는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전부터 유행했던 스낵 컬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요. 이러한 흐름은 흔히 말하는 ‘MZ 세대의 특징일까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풍족한(고생 한번 안 해본?) 이들 세대는 성향 자체가 가벼운 걸까요? 

요즘 MZ 세대에 대한 분석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소비의 주요 축을 차지할 뿐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 역시 하늘을 가리키니 손가락을 보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대는 어차피 계속 바뀌기 마련인데 이들이 어떤가 하는 현상이 아니라, 왜 이런 트렌드가 나타나는지 원인을 살펴야 좀 더 앞선 대응을 하지 않을까요? 요즘 마케터라면 말이죠. 

여기서의 ‘소비자‘는 MZ 세대가 아니라,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기준으로 합니다.

 


 

합리적 소비자라는 착각 

 

2년 전쯤(BC : Before COVID-19) 마케터들과의 모임에 갔다가, 한 동영상 광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 느낌인지 몰라도 그 자리에 있던 마케터 분들은 이 영상을 처음 보고 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더군요. 

 

영상 자체보다는, 이 브랜드가?? 하는 면에서 더 의외성을 준다 (스와로브스키, 1stLook)

 

충격을 받은 이유가 그간 마케터로서 열심히 공부해온 ‘브랜드 헤리티지’나, ‘소비자 로열티’ 같은 것들이 싹 무시되는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좋아하는 브랜드가 망가지는 게 안쓰러워서였는지(참고로, 그 자리엔 여성 마케터 분들이 대부분이었죠)는 알 수 없지만..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런 ‘병맛 트렌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이 마케터 분의 걱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그 용어는 계속 바뀔지 몰라도 병맛은 트렌드가 아닙니다. 마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백만 년 전의 박테리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듯, 인간의 본성이 ‘해방’을 맞은 것뿐이죠.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비자라는 개념은 경제학이나 마케팅에서 편의를 위해 만든 페르소나의 일종입니다. 이러저러한 시장 이론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다만, ‘합리적 소비자 전제한다..  할 때 쓰는 거죠. 한마디로 가장 큰 변수를 고정해 놓은 겁니다. (마케팅 분야의 농담 중에, 경제학자나 경영학자가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변수’ 때문이라는 말도 기억나네요) 

하지만 이게 꽤 오래 괜찮게 작동했습니다. 이런 이론을 만드는 분들뿐 아니라, 소비자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 신문의 담당자, 광고 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이(‘만’) 모든 권력을 갖고 있었고, 이들이 소비자의 눈과 귀를 장악했으며, 이른바 게이트 키퍼 역할을 했으니까요. (일종의 카르텔이죠)  

하지만 가치 평가를 하지 않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젠 누구나 콘텐츠를 올리고, 상품을 팔 수 있으며, 게이트 키핑‘(검열)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빅브라더가 사라진 거죠. (플랫폼이 빅브라더 아니냐는 질문은 좀 깊이 가는 이슈인 것 같으니 PASS..) 

 

 

주제와 딱히 관련 있는 건 아니지만 빅브라더 하니 생각하는 광고라.. (애플 매킨토시 출시 광고, 1984)

 

사실 소비자는 ‘합리적’이라는 전제는 틀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이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방송이, 광고가, 그리고 마케터가 유리한 쪽으로 이해했다는 거죠.. 이와 같은 기사를 보면, 역시 소비자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기존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익숙한 마케터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가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본 적도 없는 블로거나 인스타그래머가 이야기하는 것들 더 신뢰합니다. 가끔 신문에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버나, 저세상 감성을 가진 BJ들 관련한 소식을 접하면, 도대체 저런 건 누가 보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시겠지만.. 많이 봅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죠. 의심 가시면 조회수나 구독자를 보시면 됩니다. 그들은 꼭 MZ 세대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죠. 50-60대 아저씨일 수도, 바로 옆자리의 직장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를 ‘요즘 애들’만의 전유물이라고, B급이라고, 서브컬처라고 치부한다면 트렌드를, 아니 소비자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Target, 그리고 Viewer..

 

Target은 보통 구매자(Buyer)’와 사용자(User)’를 포함합니다. 두 개가 다르냐구요? 물론 같은 경우도 많지만, 별개인 경우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아 용품의 경우 엄마는 ‘구매자’이고, 아기는 ‘사용자’가 되죠. 주요 소비 주체 중 하나인 가계‘(Household)의 구매 결정권이 ‘엄마’가 될 가능성이 커서 커뮤니케이션의 타깃이 주로 30-40대 여성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도 옛날 얘기고요..)

전통적 마케팅에서 Target 좁힐수록 유리합니다. 이른바 Core Target이란 게 존재하고, Sub Target 등으로 계층을 나누게 되죠. Core Target에게 비용을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어도 돈이 많으면야 방송이든, 디지털이든, OOH든 융단폭격을 하면 되지만, 대개는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니까요.. 

하지만 Digital에서는 위의 Target 외에 Viewer* 별도로 고려해야 합니다. Viewer 많을수록 좋습니다. 보는 이가 많고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밴드 웨건 Band Wagon’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충실한 정책을 만든 정치인 보다, 한 번이라도 뉴스에 더 오르내린 사람이 당선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 Viewer : 우리말로 하면 그냥 시청자겠지만, 일반적인 TV 시청자와 구분하기 위해 Viewer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Viewer는 꼭 구독자일 필요는 없으며, 우리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Fan을 의미합니다. 

 

Band Wagon : 우리로 치면 소독차 같은… 일단 동네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따라간다…(이미지 Naver 지식백과)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에 따라 우리는 Segment를 나누고 Target을 좁혀서 정의합니다. 이는 디지털에서도 유효합니다. 광고비를 집행할 경우나, 이미 확보한 DB를 토대로 Re-Targeting을 할 경우는요. 

하지만 ‘Viewer’를 확보하는 전략은 완전히 반대로 접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퍼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죠. 습관이란 게 무서워서, 시청자를 늘리는 걸 ‘비용’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이런 방식에 익숙지 않습니다.  

한때 이슈가 됐던 LG Fiji 바이럴 영상의 경우, 과연 해당 제품의 핵심 Target들이 초기부터 이 영상을 봤을까요? 과연 사용자든, 구매자든 Target을 겨냥한 게 맞기는 한 걸까요??? 일반적인 타깃인 주부 보다, 1인 가구들을 겨냥했다고는 하는데, 과연 세제를 팔겠다는 건지, 예전의 광고 기법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콘텐츠죠. 

 

 

광고 대행사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수백만 뷰를 찍은 영상 (LG Figi, 호짜)

 

이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에서 ‘LG Figi’를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노출됩니다. 이게 정말 Working 했느냐를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소비자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해보자는 거죠.. 개별적인 마케팅 아이디어가 성공 여부가 아니라, 결국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이를 세일즈로 이끌어내는 노력은 계속 필요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한다면, 광고주, 또는 부장님, 이사님이 물어보는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숨..) 이게 정말 우리 브랜드에 맞다고 생각하세요? 

 

네. 안 맞죠, 당연히 맞지 않습니다. 제가 숱하게 들었던 말들이, 우리 브랜드(타깃)가 추구하는 방향, 이미지, 색깔 등등에 안 맞는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블로그 마케팅을 하려고 했을 때도, 유튜브를 제안했을 때도 비슷한 말들을 들었죠. 심지어 실무선에서 다 통과됐던 기획인데, 갑자기 드랍된 경우도 많습니다. 짐작컨대, 담당 마케터가 누군가에게 저 질문을 들은 거죠.(저 뜬금 없는 말에 누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하지만, 왜 브랜드에 맞춰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소비자가 먼저고, 브랜드는 다음입니다. 브랜드 멋지게 포장해서 적당히 광고 때려주면 소비자는 구매할 거다라고 생각하면, 바로 ‘그분’이 우리 브랜드에 맞지 않는 분일 걸요.. 

 


 

웬만한 브랜드에는 Brand Muse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쓰는 고객의 페르소나 같은 거죠. 하지만 이 페르소나가 소비자의 실체를 담고 있기보다는, 마케터들의 이상향을 그린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더군요. 

예전엔 광고나 방송에서 부러움이나 신비주의 같은 것들이 유행했죠. 광고는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추구했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은 현재의 내가 아닌,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워너비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정보와 경쟁 속의 지친 소비자는 내 돈 내고, 내가 사는 제품을 소비하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제품이라는 몰감정의 대상에 ‘재미’라는 ‘휴먼터치’를 넣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 위에 언급한 내용들 관련해서 좀 더 살펴보고 싶은 분들은 <플랙폼 레볼루션> <신뢰 이동> 등의 책을 참고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