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홈’페이지

 

 

요즘 MZ세대는 ‘공홈’에서 삽니다. 공홈이란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를 줄인 말로, 제조사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판매하는 채널을 의미하죠. 똑똑하게 돈 좀 쓴다는 소비요정들에게 과거의 공홈은 그다지 영리하지 못한 선택지였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제품명만 입력하면, 연일 최저가를 갱신하는 오픈마켓과 동종업계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전문 플랫폼이 넘쳐났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브랜드를 잘 아는 소비자라면, 번거롭게 다른 채널을 탐색하느라 시간을 쏟지 않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창구, 공홈을 방문하죠. 공홈의 위상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기민하게 읽은 생산자, 즉 브랜드의 발 빠른 대처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D2C (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거래 판매 방식) 직영몰, DNVB(Digitally Native Vertical Brand)  전략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공급자보단 소비자의 눈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왜 공홈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MZ세대가 늘어났는지부터 생각해 봅시다.

 

 


 

 

로켓배송보다 와닿는 회원 혜택

 

MZ세대 사이에서 통용되는 ‘갓'(god)은 일정 기준을 뛰어넘은 최고를 의미하는 수식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갓성비’는 최고의 가성비라는 개념이 되겠죠.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사실 MZ세대는 그 누구보다 갓성비를 추구하는 세대입니다. 여기서 갓성비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격만이 아닌,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들인 총체적인 요소의 합입니다. 구매 과정에서 들인 노력, 시간, 감정 등을 모두 아우르죠.

 

LG생활건강 피지오겔몰에서 제공하는 회원 혜택

 

 

공홈이 뜨는 이유도 바로 이 갓성비를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가격에서의 메리트입니다. 원가보다 상시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과 달리, 공홈은 이따금 아주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합니다. 매일 보는 3% 할인가보다는, 브랜드 데이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50% 할인가가 훨씬 매력적이지 않겠어요? 물론, 별도의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픈마켓보다 유입 장벽이 있지만 이는 두 번째 회심의 카드 혜택으로 상쇄해 버립니다.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 공식몰은 최초 가입 또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추가 시 ‘첫 구매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입성한 소비자는 회원이 된 후에도 사은품이나 생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기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요. 이력이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등급과 리뷰 작성이 늘수록 쌓이는 포인트는 구매 심리를 자극합니다.

 

 

안전하고 정확한 거래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무료 반품 서비스

 

 

“OOO에서 직구했는데 이거 정품 맞나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상담글입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온라인 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했더니, 로고가 이상한 것도 같고 하자가 있는 것도 같다는 거죠. 제품이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고 여기게 되면, MZ세대는 해당 채널에 재방문하지 않을 겁니다. 이들에겐 고민하느라 생긴 스트레스 또한 비용이거든요. 하지만 공홈에서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공식이라는 이름이 정품을 입증하는 데다 교환이나 환불이 유연하게 진행되거든요.

 유통을 컨트롤하니 응대도 매우 빠른 편입니다. 만약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소비자는 “고객님 그 부분은 저희가 책임질 수 없어요”와 같은 류의 답변 대신 “불편 느끼신 부분 받아들이며, 새로운 제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됩니다. 오픈마켓의 빠른 배송에 대항할만한 강점도 돋보이는데요. 바로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동성입니다. 공홈에서는 나의 동선에 맞춰 ‘매장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온라인 구매 제품의 교환 및 환불을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재고 파악이 가능하니, 손꼽아 기다리는 제품의 재입고 소식도 어떤 채널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죠.

 

 

나를 알아주는 개인화

 

 

피부 고민별 제품을 볼 수 있는 LG생활건강 피지오겔몰

 

 

MZ세대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소비에서도 자신을 존중해 주는 채널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죠. 공홈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적합합니다. 어느 유통사보다 자사 제품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고, 회원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령 피부 보습을 위해 코스메틱 브랜드 피지오겔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오픈마켓에서 피지오겔을 검색하면 판매순으로 제품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타인의 판단 기준이 나와 일치할지 확신이 들지 않을 겁니다. 수많은 라인의 제품을 성분을 확인하느라 랜딩 페이지를 일일이 비교하기도 힘들고요. 

이때 피지오겔 공식몰은 좋은 대안이 됩니다. 피부 타입에 따라 추천하는 제품이 구분되어 있어 내 고민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거든요. 각각의 제품 라인도 친절하게 나누어져 있고, 전체 상품의 리뷰를 한꺼번에 모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홈을 통해 개인의 구매 패턴과 리뷰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관련 제품의 우선 구매권을 지급하는 방식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만의 감성, ‘OO스러움

 

 

 

오아이오아이(OiOi)

 

 

제품의 기능과 효용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시대는 가고, 감성과 메시지로 소통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MZ세대가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이와 같습니다. 의류 브랜드 키르시(KIRSH)나 오아이오아이(OiOi)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는 이유는 그 브랜드가 향유하고 있는 사랑스러움과 발랄함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홈은 그런 브랜드의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얼굴입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화면에 표현해내는 거죠.

일부 로열 오디언스는 신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공홈을 접속한다고 말하는데요. 오픈마켓에는 비교적 지난 시즌 제품이 많은 반면, 공홈은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신제품을 취급합니다. 팝업 스토어 오픈이나 굿즈 제작 등의 최신 소식도 업로드된다는 이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널디(Nerdy)

 

 

실제로 MZ세대에게 사랑받는 또 다른 의류 브랜드 널디(Nerdy)의 경우 2020년 전체 매출 중 공홈의 비율이 50%를 상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구매자는 인터뷰를 통해 “공홈에서 컬렉션별 룩북을 참고할 수 있어서 코디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실제로 착용해보고 싶을 때 집에서 가까운 매장이 어디인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고요”라고 밝혔습니다. 공홈을 구매처이자 카탈로그 그리고 컨설턴트로 활용하고 있는 거죠. 이 같은 양상은 브랜드 소셜미디어를 구독하거나 평가 및 피드백에 깊게 관여하는 팬슈머일수록 강하게 나타납니다. ‘사려고 오는 사람’과 ‘보려고 오는 사람’을 모두 잡는 해답지, 여기 있습니다.

 

 


 

 

눈에 정리하기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1. 요즘 MZ세대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공홈’에서 산다. 왜?
  2. 회원에게만 독자적인 혜택을 선사하며, 구매 패턴과 리뷰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 번 가입하면 lock-in!
  3. 제조사이면서 유통사이기 때문에 제품 퀄리티와 구매 과정의 신뢰도가 매우 높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결정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요소가 줄어드는 셈!
  4. 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구하는 로열 오디언스와 팬슈머의 샤라웃을 받는 중.

 

 

 

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