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리브랜딩과 상표권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였습니다.

메타인지, 메타데이터 등 메타(Meta)를 사용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생활과 더 밀접한 단어인 ‘메타버스(Metaverse)‘를 연상하기 쉽습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의 선두주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브랜드 네임을 변경하며 피력한 것입니다.

VR용 헤드셋 브랜드 ‘오큘러스 퀘스트’도 ‘메타 퀘스트’로 함께 변경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갑작스럽게 ‘메타’로 변경함에 따라, 기존에 ‘메타’라는 상표를 사용하던 수많은 기업들과 상표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1. 기업의 리브랜딩(Re-branding)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표 분쟁

 

기업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변경하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브랜드를 변경하는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 브랜드 이미지의 노후화, 기업 내부의 조직 변화, M&A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브랜드를 변경합니다.

최근, ‘던킨 도너츠’가 도넛 판매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사명을 ‘던킨’으로 변경한 것이나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인 리브랜딩 사례입니다.

이번 페이스북과 같이 기존의 브랜드명을 활용하지 않는 전략은 파괴적 혁신으로 불릴 정도의 대담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브랜드명을 갑자기 변경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상표권이나 브랜드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고심 끝에 결정한 브랜드 명칭이나 로고가 다른 사람의 상표와 유사한 경우에는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에 신중한 법적 검토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상표권자는 자신의 상표와 동일한 상표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표까지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상표법 제89조, 제108조).

 

 

2. 기존 기업의 값비싼 청구서

 

새롭게 만든 브랜드 명칭이나 로고에 다른 기업이 이미 상표 등록을 받아 두었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GO or STOP”

브랜드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고심하여 창작한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기존의 기업들과의 갈등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마케팅, 광고업(제35류)과 소프트웨어, 컴퓨터 관련 서비스(제42류) 등의 상품에 대해 ‘Meta’ 상표권을 양수한 것도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세간에는 재미교포 2세가 ‘Meta’ 상표권을 3500만 달러(한화 약 410억 원)에 판매하였다는 소문도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이 모든 상품군에 대해서 ‘Meta’ 상표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업 영역에서는 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을 발표한 직후에 ‘메타 피씨(Meta PC)’라는 미국 회사는 컴퓨터(제9류)에 대한 자사의 출원 상표를 양도하는 대가로 2천만 달러(한화 약 230억)의 금액을 요구하여 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3. 국내 진출에도 어려움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이 국내 진출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또다시 상표권으로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담양군은 전기통신에 의한 통신판매중개업(제35류) 등에 대해서 2017년 5월부터 ‘Meta’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자입니다.

전라남도 담양군은 메타세콰이어 길 주변에 프랑스의 도시 프로방스의 감성을 살린 메타프로방스(Meta Provence)를 관광단지로 조성하였고, 지역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국문 ‘메타’와 영문 ‘meta’에 대해서 상표권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유명 전자제품 기업인 다이슨도 소프트웨어, 스마트안경(제9류)에 대해서 ‘Meta’에 대해 국내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가상현실(VR), 메타버스(Metaverse)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위 상표권들을 구매하거나, 상표권 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국가별로 독자적인 상표권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변경하는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업의 리브랜딩 과정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분쟁의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