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이 찾아와도, 무신사는 이미 준비한 세 개의 굴이 있답니다-

 

 

위기가 오면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지난주 이커머스 업계의 최대 화젯거리는 역시 아마존의 어닝쇼크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마존뿐 아니라, 미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위기가 찾아온 건, 팬데믹이 끝나고 리오프닝에 접어들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국내보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이 더 빨랐던 만큼,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곧 때아닌 겨울을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당연히 시장 환경이 어려워진다고, 모든 기업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겁니다. 근 2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곳이 있는 반면, 오히려 후퇴한 곳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시기엔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될 텐데요. 어떻게 이를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그 어디보다 무신사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꾀가 많은 무신사가 준비한 개의  

 

 혹시 교토삼굴이라는 사자성어를 아시나요? 현명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하여 늘 세 개의 굴을 파고 산다는 뜻인데, 무신사에게 정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신사가 근래 들어 집중하고 있는 3가지 전략은, 마치 리오프닝 시대를 예견이나 한 듯 딱 들어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무신사는 무신사 부티크, 무신사 키즈, 무신사 플레이어 등 전문관을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건, 온라인 침투율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즉 온라인 쇼핑을 하는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간 성장해왔는데, 이제 넘어올 사람은 다 넘어왔으니 양적 성장이 어려워진 겁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신규 고객 유치보다는 기존 고객 유지 및 강화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무신사는 카테고리 영역을 확장하여, 고객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동시에, 고객 한 명 한 명의 구매 금액을 키우는 액션을 이미 작년부터 해왔던 겁니다.

 

 

레이지나잇은 무신사가 향후 전개할 성장 전략이 어떤 방식일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출처 : 무신사)

 

 

 또한 동시에, 무신사는 기존 핵심 고객과 중복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고객을 정조준한 신사업을 론칭하고 있습니다. X세대 여성 패션 플랫폼을 지향하는 신규 서비스 레이지나잇이 대표적인데요. 온라인으로 패션의류를 구매하는 것에 아직은 서툰 40대 이상 고객을 핀셋 공략하면서 둔화된 성장성을 보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뿐 아니라,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하거나, 솔드아웃을 만든 것도, 크게는 같은 맥락의 일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더욱이 본진인 무신사가 워낙 버티컬 카테고리 내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수익도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신사는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무신사 테라스 2호점을 성수에 오픈하였고요. 예일과 협업한 브랜디드 카페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홍대에서 성공을 거둔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강남역 대로변과 성수동에 신축 중인 사옥에 오픈할 예정이라 하는데요. 이와 같은 오프라인 접점들은 여전히 온라인 의류 구매에 보수적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건 물론, 향후 지속적인 외형 성장의 기폭제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어디까지 클까?      

 

 특히 무신사의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미 작년 연간 매출이 2,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걸로 알려져 있고요. 대부분이 온라인 매출인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할 으로 보입니다. 이미 홍대점은 월 5~6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불과 2019년만 해도 유니클로의 매출이 1조 원을 가볍게 넘길 정도로, SPA 브랜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매 운동 여파로 유니클로의 매출이 6,000억 원 내외까지 줄어들고, 탑텐과 스파오가 급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여전히 완벽히 메우고 있진 못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오프라인에 본격 진출한다면, SPA 브랜드 왕좌의 자리를 차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겁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신사가 작년부터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압도적인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기본 실력이 탁월해서가 아닐까요? 리오프닝 시대에도 여전히 ‘다 무신사랑 해’는 유효할 것 같습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