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고객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한다.

– 테오도르 레빗 –

 

 

본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값이다. 그래서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본인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테오도르 레빗은 이에 대해 주의하라는 것을 드릴과 구멍의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드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구멍’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면 ‘0.25인치 드릴’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이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어떠한 결과를 얻게 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바로 애플과 아이리버다.

Z세대에게 아이리버는 낯설 수도 있지만 한때 MP3 플레이어 점유율 국내 1위 그리고 세계 2위를 달성할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소니의 워크맨 같은 세계적 위상을 가졌던 것이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였다.

 

 

아이리버 프리즘(iFP-100). 사진 출처: 아이리버

 

 

그 당시 아이리버를 비롯하여 수많은 MP3 플레이어 업체는 자사 제품의 기술력을 경쟁적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다분히 공급자 중심적이었다. 이를 테면 “초소형 256mb MP3 플레이어 출시!”와 같이 소비자가 바로 이해가 힘든 수치를 중심으로 말이다. 위에서 말한 ‘0.25인치 드릴’을 판매한 것이다.

애플은 다른 업체와는 다르게 ‘0.25인치 구멍’을 팔았다. 스티브 잡스의 멋진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말이다. 2001년에 열린 소규모 언론 행사에서 잡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기기를 꺼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주머니에 1,000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습니다.” 아이팟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리지널 아이팟. 사진 출처: https://www.macrumors.com/2019/10/23/ipod-turns-18/

 

 

한때는 획기적이었던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접근법은 이제 모든 마케터의 기본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더 나은 마케팅, 더 나은 마케터를 꿈꾸는 사람은 이 시점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내딛을 필요가 있다. ‘0.25인치 구멍’으로 충분한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왜 고객은 0.25인치 구멍을 원할까?”와 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0.25인치 구멍은 본인의 예술 작품을 벽에 걸어두기 위한 수단이며 이 구멍을 통해 본인이 꿈꾸는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녀)는 0.25인치 드릴도 0.25인치 구멍도 아닌 ‘예술가’라는 아이덴티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테오도르 레빗의 말을 나만의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객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한다.

그리고 그보다 원하는 것은 0.25인치 구멍을 통해 볼 수 있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이다.

– 캡선생 –

 

 

현재 수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마케팅이 아닌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의 아이덴티티에 닿아야 한다.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