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Needs) 원츠(Wants) 디맨즈(Demands)

 

 

 

 

“모든 서양 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

–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화이트헤드가 위처럼 말한 이유는 플라톤이 서양철학의 틀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모든 마케팅 이론은 필립 코틀러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

– 캡선생

 

 

다양한 마케팅 관련 책을 읽었지만 필립 코틀러가 제시하는 틀을 벗어나는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과 관련해서 단 하나의 책을 추천한다면 단연 필립 코틀러의 <Principles of Marketing(Kotler의 마케팅 원리)>(Pearson, 2021)이다. 무난한 마케팅 책 100권을 읽을 바에야 이 책을 100 회독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는(혹은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되는 분량 때문이다. 원서 기준으로 일반 책 보다 2배 정도 큰 데다가 분량은 600 페이지가 넘는다. 책의 크기가 작았다면 1,000 페이지는 훌쩍 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코틀러 책보다는 그의 책에 기반을 둔 짧고 쉬운 마케팅 서적이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Principles of Marketing>은 모든 페이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약을 한다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이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내용을 단 한 단어로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바로 고객(Customer)이다. 이에 따르면 마케팅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서, 원하는 것을 전달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원하다’라는 것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정의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필립 코틀러가 구분한 니즈(Needs), 원츠(Wants), 디맨즈(Demands)를 통해서 말이다.

 

 


 

 

1. 니즈 (Needs)

 

마케터라면 ‘고객 니즈’라는 말을 많이 쓸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마케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니즈’라는 말을 흔하게 쓰고 있다. 그렇다면 이 ‘니즈’는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할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목이 말라서 무엇을 마시고 싶거나, 배가 고파서 무엇을 먹고 싶거나 등과 같이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창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2. 원츠 (Wants)

 

고객의 ‘니즈’가 구체화되면 ‘원츠’가 된다. 배고픈 사람이 교촌치킨의 황금올리브 치킨을 먹고 싶은 것이 원츠이다. 마케팅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원츠’이다. 즉 마케팅을 통해 배고픈 사람에게 자사의 제품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음의 이미지와 같은 최초상기도(TOM: Top of Mind)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명품 최초상기도 조사(2019.9.18). 사진 출처: m.fashionn.com

 

 

원츠는 개인적인 선호뿐만이 아니라 문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가령 버거킹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인도에서 소고기 와퍼에 대한 원츠를 창출하기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3. 디맨즈(Demands)

 

디맨즈는 고객의 ‘원츠’가 경제력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교촌치킨 황금올리브 치킨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 주어진다면 그 고객은 주문을 통해 ‘디맨즈’를 형성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맨즈는 개인의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나 럭셔리 상품의 경우 전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오면 고객층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원츠를 디맨즈로 전환시키기는 더더욱 어렵게 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진 출처: Nature.com

 

 

“무언가를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아인슈타인

 

 

나는 이 말을 조금 비틀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무언가를 정의 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캡선생

 

 

이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P.S.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은 욕구(Need), 요구(Demand), 욕망(Desire)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욕구는 식욕과 같은 1차적인 충동, 요구는 “밥 줘”와 같이 욕구를 만족시켜달라는 표현, 그리고 욕망은 욕구와 요구의 격차로 생겨나는 감정.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