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하고 싶으면 연락해
최근 몇 년 간 OpenAI는 나스닥의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주요 사례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 현재 빅테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OpenAI 투자자 명단에 오른 MS는 OpenAI와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술을 제공받아 자사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1월 애플을 제치고 약 2년 2개월 만에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 엔비디아 – OpenAI가 생성형 AI 시대를 열면서 AI 칩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발생했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한 엔비디아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6월 설립 후 처음으로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 애플 – 엔비디아가 1위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애플의 WWDC 2024가 진행됐습니다. 이 행사에서 애플은 OpenAI의 ChatGPT와 결합한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고, 이를 통해 애플이 다시금 전력을 되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최근 애플과 엔비디아가 OpenAI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이 투자 논의가 어떤 이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위에서 언급한 네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예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OpenAI “때가 됐다”
OpenAI는 이번 투자 협의를 통해 영리 기업 전환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기관으로 시작한 OpenAI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영리를 추구하는 OpenAI LP를 자회사로 출범하여 운영 중에 있는데요. OpenAI LP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제한하는 데다가, 의결권도 부여하지 않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기에 이를 눈여겨본 MS가 투자를 결심하며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큰 성장을 위해 투자 구조를 변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만약 구조가 변경될 경우, OpenAI는 사실상 일반적인 영리 기업들과 차별점이 사라지며, 수익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경우 상장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OpenAI는 이번 투자 유치에서 1,000억 달러(한화 약 135조)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약 125조)을 웃도는 수준이며, 스타벅스(약 145조)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특히 최근 AI 산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위기감이 고조된 OpenAI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와 영리 전환을 통해 다시금 선두 자리를 다시금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가 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애플 “지금이라도..”
최근 OpenAI의 행보를 보면, 마치 애플을 노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군침 도는 기술이 많습니다. 먼저, GPT-4o의 음성 모드는 현존하는 모든 기술 중에서 시리(Siri)의 업그레이드에 가장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만약 故 스티브 잡스가 GPT-4o 멀티모달 시연을 봤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기술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여기에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타이밍도 참 절묘합니다. 애플은 그동안 구글로부터 상당한 비용(약 27조 원)을 받고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적용해 왔는데요. 최근 미국 법무부는 이 계약을 구글의 독점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애플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한데요. 마침 OpenAI에서 AI 기반의 검색 엔진인 ‘SearchGPT’를 발표하면서 애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면, MS가 ChatGPT를 활용해 코파일럿을 강화한 것처럼, 애플도 SearchGPT를 기본 검색엔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애플의 이번 투자 목적은 자신들의 생태계에 OpenAI의 기술을 통합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 애플 입장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OpenAI의 CEO 샘 알트만은 과거부터 친 애플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활용해 MS보다 애플이 먼저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면, 현재 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엔비디아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
최근 발표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여전히 높은 매출과 주당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실적 발표 후 애프터마켓에서는 주가가 오히려 급락했는데요. 이는 미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엔비디아의 OpenAI 투자 논의는 AI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실, 엔비디아가 현재의 성공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OpenAI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AI 산업의 성장이 동반되었기 때문인데요. 최근 AI 산업의 거품론과 함께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엔비디아는 OpenAI가 다시금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해 시장을 한 번 더 확대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투자 결정은 MS와의 협력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MS는 OpenAI와 손을 잡고 약 135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이른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는데요.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를 통해 OpenAI의 공동 주주로서 자리매김하고, 이를 통해 MS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많은 수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MS “혼자서도 잘해요“
MS 입장에서는 현재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트업을 주변에서 가만둘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특히, 샘 알트만의 강한 야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티아 나델라는 OpenAI의 구조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 보고, 이에 대비한 출구 전략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OpenAI가 MS와 직접적으로 사업 영역이 겹치는 SearchGPT를 공개하면서, MS는 OpenAI를 새로운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었고, ‘탈 OpenAI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MS는 자체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Phi 시리즈로 대표되는 소규모 언어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데요. 온-디바이스 AI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MS는 이러한 작은 모델에 대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여 OpenAI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애플이 WWDC 2024에서 ChatGPT를 활용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는 등 OpenAI와의 협력을 강화하자, MS는 더 이상 OpenAI 기술을 독점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당국이 AI 업계에서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MS는 OpenAI 이사회 내 옵서버 역할을 그만두는 등 OpenAI와 헤어질 결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기로
ChatGPT가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AI 산업은 최근 들어 그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거품론을 제기하는 등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 언급한 네 기업 모두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투자 논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OpenAI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영리 전환을, 애플은 서비스 경쟁력을 위한 기술 확보를,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그 반사이익을 위해 투자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 간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계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습니다.
OpenAI는 인류 전체에게 혜택을 주는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공공성 강조와는 달리, 점차 폐쇄적인 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영리 기업을 자회사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리 전환 움직임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록 영리 전환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OpenAI는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곳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도 ‘영리’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이 투자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투자 이후 네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지 흥미롭게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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