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이어 올겨울에도 날씨 관련 뉴스가 많다. 겨울 초반에는 ‘겨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따듯한 날씨가 이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 뒤늦은 ‘입춘 한파’가 이어져 고생이다. 한파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8일 하루 동안에만 저체온증으로 78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진행됐다.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열린 것은 4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이처럼 북반구 곳곳에 한파가 몰아닥친 것은 북극 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극 기온이 통상 북극의 평균 기온보다 20도 이상 높아지면서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있지 못하고 중위도까지 밀려 내려온 것이다. 이런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 전체 온난화와 비교해 4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그만큼 이상기후는 내년, 후년에도 급속히 악화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국가·세대·계층·산업을 불문하고 영향을 미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성토가 있었으나, 당시에는 녹아내리는 빙하에 북극곰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 우리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했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일반화됐으며, 대중도 기후위기가 지금 나의 일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기후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 기후변화가 일상·시장·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포착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후감수성’이 대두된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일상의 풍경이 달라졌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일명 ‘손풍기’를 얼굴 앞에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산을 든 사람도 많아졌다. 중년 이상의 여성에서 젊은 여성으로, 그리고 이제는 남성들도 양산을 쓰는 것이 종종 눈에 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채색의 ‘남성용 양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은 탈모 방지에 중요하다’는 설명을 붙여 홍보한다.

 

 

 

 

가장 심각하게 와닿는 것은 물가 상승이다. 과일·채소·수산물 등 식재료 물가는 물론 카카오빈 재배에 차질이 생겨 우리에게 필수품이 된 커피와 초콜릿 가격이 오르는 등 외식 물가에도 영향이 나타난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천연고무 가격이 1년 동안 약 40% 상승하면서 자동차 타이어 공급도 불안정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제는 ‘금(金)사과’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처럼 단어에 금을 붙이거나 인플레이션을 붙이는 것이 일상어처럼 느껴질 정도다.

 

 


 

 

기후변화에 크게 들썩이는 것은 역시 경제와 산업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초대형 산불이 지속되자 주식시장에서는 전력 설비와 건설 관련 종목이 올랐고, 공기청정기 관련 기업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스타트업에서는 산불 대응과 관련된 기술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지역 곳곳에 설치된 현장 센서와 위성 사진, 긴급 경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산불위험을 조기 감지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초기 재난 대응 기술은 산불뿐만 아니라 홍수, 허리케인 등 여러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도 하지만 기존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Zillow’는 검색 페이지를 개편했다. 미국 내 매물 목록을 보여줄 때 기후 리스크 데이터를 포함한 것이다. 주택 매수자의 80% 이상이 주택을 고를 때 기후재난 리스크를 고려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주택의 홍수·산불·폭염·강풍·대기오염 등 관련 정보를 기후 점수로 표시하고, 주변 지역의 과거 재난 데이터 및 향후 발생 확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를 추가했다. 앞으로는 집을 구할 때 면적과 비용, 주변 학군 및 치안만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 곳곳에서도 기후변화에 한숨짓고 있다. 지역 축제는 대부분 꽃이나 지역 특산물과 관련돼 있으나 예정된 시기에 꽃이 피지 않거나 수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괄적으로 개화 시기가 늦어지는 변화라면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속초시는 벚꽃축제 기간에 벚꽃이 피지 않아 2차 축제를 했다. 하동군에서는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를 준비했는데 코스모스가 예상보다 2주 빠르게 개화해 급히 2주 앞당겨 축제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절감을 지운 지역 축제가 각광받는 추세다. 대전의 빵 축제, 김천시의 김밥 축제, 구미시의 라면 축제 등 지역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국내 한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약 22만 명의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을 답할 확률이 13% 높아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폭염으로 정신건강이 악화해 입원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을 검증했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불안장애, 치매, 조현병 등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특히 이런 질환 관련 문제는 젊은 층보다 고령층이 취약하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단순히 날씨 문제를 넘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킨다. 누구나 기후감수성을 키워 기후 리스크의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는 경영 트렌드로 ‘기후 복지’가 대두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임직원의 친환경 행동을 장려할 수 있는 ‘친환경 혜택(green perks)’이다. 미국 월마트는 새로운 본사 사옥을 설계하면서 일반 자동차 공간을 줄이는 대신 전기 자전거 충전소, 샤워 시설을 마련해 임직원이 자전거로 통근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에 직접적 지원을 제공한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임직원을 위해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지급하거나 이사 비용을 지원하고, 기후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 치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는 80억 명의 조별 과제다.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실천이 필요하다.

 

 


권정윤 님의 브런치와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