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입력하면 정리된 답이 나오고 그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면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결과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답이 ‘내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지시를 바탕으로 응답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그 응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가치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혹은 내가 말하고자 했던 바와 정확히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철저히 인간의 몫입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검토 과정을 생략한 채 다시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고의 확장이 아니라 단지 대화의 반복, 일종의 대화 놀이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의 답변을 검토하거나 반박해 보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한 복사이자 반복일 뿐 사고라 할 수 없습니다.
챗GPT는 사용자의 생각이 틀렸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용자의 질문 방식에 맞추어 ‘듣고 싶은 말’을 만들어내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설득당한 채 그럴듯한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기 위한 ‘데이터 제공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을 진정한 도구로 활용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사고 능력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며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인간은 그저 기술의 소비자 또는 데이터의 제공자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힘, 답변을 검토하는 태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 생각’으로 정리해 내는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 능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요? 먼저,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말했을까?’,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라는 질문은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그다음으로 다양한 관점을 탐색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정답은 많지만, 정답이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시된 정보의 바깥을 상상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입니다.
이 모든 기반에는 바로 문해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글의 구조와 맥락을 파악하고 핵심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 의미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문해력이 약하면 GPT의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고 문해력이 강하면 그 대답의 근거와 맥락을 따져보며 나만의 해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즉 문해력은 비판적 사고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읽고, 이해하고, 의심하고, 다시 구성해 보는 사고의 흐름은 모두 문해력 위에 세워집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읽는 법을 더 깊이 배워야 하고 의미를 읽어내는 눈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한 문장을 그냥 넘기지 않고 끝까지 이해해 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park.j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