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정한 기준으로
남편을 해고하는 게 맞나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5년간 근무한 남편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내는 “결근 한번 없이 성실히 근무했는데, 알고리즘이 정한 기준만으로 해고하는 게 맞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로, MS는 최근 전체 직원의 약 3%에 달하는 6천여 명을 해고했다. 그중 40% 이상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기술을 다루는,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술기업에서 개발자가 한꺼번에 이렇게 대거 해고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MS의 개발자 해고 소식 뒤에는 인공지능 시대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이 자리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최근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 회사 코드의 30%가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코딩을 더 잘하니, 사람 개발자가 예전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첨단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로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인건비부터 줄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MS는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저하’를 대규모 감원의 이유로 공식 언급했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 해고 인력 분포 (출처: 블룸버그)

 

 

흥미롭게도 이번 MS 해고의 가장 큰 희생양은 개발자들이다. 감원된 인력 중 40% 이상인 817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그다음은 제품 관리자, 기술 프로그램 관리자 등 중간 관리자층이었다.

 

실리콘밸리를 휩쓰는 인공지능발 해고 칼바람은 MS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전체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한복판에 있다. 실제로 인텔,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은 수만 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는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4천 명 규모 감원을 발표했고, 구글 역시 일부 부서에서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아마존도 AI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기기 부문 인력을 줄였으며, 세일즈포스는 앞으로 엔지니어 채용을 줄이는 대신 AI 관련 영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내년이면 프로그래밍 업무의 절반가량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업무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연구자 몰리 킨더는 MS의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생성형 인공지능이 업무 환경을 재편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례는 첫 사례일 뿐이라는 경고도 함께 남겼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번 MS 해고 사태에서 비즈니스 프로그램 관리, 고객 경험 관리, 제품 디자인 직군에서는 해고 인원이 비교적 적었다. 물론 이들 직군의 종사자 수가 적어 해고 인원의 절대적인 수가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직군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분석한다면, AI 시대에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가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로그램 관리자가 살아남은 이유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여러 부서와 팀을 조율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부서 간 원활한 협업을 돕는 조정자 겸 리더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과 일부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어내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사람 간의 미묘한 조율과 의사소통, 여러 갈등을 중재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고객 경험 관리자와 제품 디자이너들의 생존 비결도 마찬가지다. 이들 직군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로 고객 행동을 분석할 수는 있지만, 정서적인 반응까지 공감하며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와 감정까지 읽어내는 공감과 이를 기반으로 나오는 창의적 발상은 아직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나을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만의 강점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따라 하기 힘든 창의적이면서 감성적인 경험을 쌓는 일은 언뜻 보기엔 일과 상관없어 보여도 나중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에 있었던 작업을 토대로 그럴듯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인간보다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없는 발상을 통해 변화를 만드는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또한, 다학제적 사고가 앞으로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러 분야의 지식과 관점을 통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기술과 비즈니스, 디자인 등 다양한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거기에 본인이 전공하는 도메인에 대한 깊이가 더해진다면,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과 소통이 늘어나며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졌다. 인공지능은 혼자 일한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과 함께 했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으로 한때 잘나가던 코딩 기술자들이 위기를 맞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어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말이다.

 

앞으로 단순 코딩이나 자료 정리는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창의적 기획자, 공감형 상담가, 윤리적인 리더 같은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인간다움을 한 스푼 더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분명 쉽지 않은 변화의 물결이다. 하지만 인간 고유의 강점에 집중하고 인공지능과 손잡는 이들에겐 더 큰 기회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MS의 해고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돼라.” 그리고 “기계와 함께 성장하라.”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이며,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개발자는 이제 필요 없어진 것일까? 인공지능 기업들이 개발자를 대량 해고하고 있지만, 반대로 인공지능의 핵심을 개발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빅테크들이 개발자를 내보내면서, 개발자를 찾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앞으로 채용 시장에 나타날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최재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