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접히는 아이폰(Foldable iPhone)’을 봤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삼성이 화면을 접은 지 대략 7년이 지났는데 애플은 이제 막 폴더블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이번 폴더블 아이폰의 이름은 ‘아이폰 듀오(iPhone Duo)’, 그렇게 소문만 무성했던 새로운 아이폰이 이제야, 드디어, 마침내 등장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acworld Conference & Expo 2007’ 키노트 무대에 선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공개했던 모습이 사뭇 겹쳐진다. “An iPod, a phone, and an Internet communicator” 이 모든 것을 아울렀던 아이폰의 첫 등장, 커다란 무대 위에서 손바닥만 한 디바이스 하나를 들고서 그 안에 담긴 기능을 보여주던 장면은 단연 센세이션 했다. 솔직히 말하면 애플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이번에는 정말 뭔가 다를까?’라는 기대가 앞섰지만 결과를 보면 ‘아 그냥 이전보다 조금 더 좋아진 아이폰’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바꿀 생각도 없고 살 생각도 없으면서 뭔가 허탈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매년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냐만,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보다 보면 대놓고 비교가 되긴 했다. 역시나 개인적인 감정이다. 늘 그렇듯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눈에 띄게 드러났던 것은 속도감 좋은 프로세서와 DLSR 수준의 카메라, 보다 스마트해진 AI 기능까지 차곡차곡 잘 담아내긴 했는데 디스플레이를 감히 접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결국 폴더블은 등장했다. 갤럭시의 경우는 2019년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고 그간 몇 차례의 세대를 거쳐왔다. 물론 완성도도 꽤 높아졌다. 얼마 전에 지인이 새로운 폴더블 갤럭시를 들고 왔는데 굉장히 눈길이 갔다. ‘갖고 싶다’라는 물욕이 차고 넘쳤다. (돈도 없으면서, 더구나 기변은 생각도 없으면서) 그동안 아이폰만 써왔던 유저가 폴더블 디자인 때문에 갑자기 갤럭시 안드로이드로 넘어간다는 게 좀 그렇긴 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긴 했다.
아무튼 이번 아이폰 듀오는 팀 쿡 CEO 체제(지금은 애플 이사회 의장)에서 애플의 하드웨어를 이끌어왔던 새로운 수장 존 터너스 CEO가 바통을 이어받은 직후 공개한 첫 번째 아이폰이기도 하다.
존 터너스 체제 하에 공개된 첫 번째이면서 폴더블로서도 첫 번째 아이폰인 셈이다.
아이폰 듀오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일단 접어놓으면 5.4인치 화면을 전면에서 활용하고 펼쳐놓으면 7.6인치 디스플레이가 된다. 작은 아이패드가 생각날 정도이니 사실상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아이패드 미니(8.3인치)보다 조금 더 작은 디바이스인 셈이다. 이것도 접을 수 있으니 가능한 것. ‘듀오(Duo)’라는 이름처럼 양쪽 두 화면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여러 앱을 동시에 띄워 작업할 수 있는데 양쪽 화면을 활용하니 더욱 유용해진 셈이다. 또한 애플 펜슬도 지원한다고 한다. 새로운 A20 pro 칩이 탑재되었고 듀얼 배터리 구조라서 오래 지속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폴더블의 핵심은 결국 ‘힌지’라는 것인데 이것 또한 새롭게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힌지라고 하니 접었다가 펼치기를 반복하는 N번이라는 횟수가 이젠 무슨 의미가 있을지.
카메라 역시도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데 접은 상태와 펼쳐놓은 상태에 따라 촬영 방법과 UI도 달라진다. 무엇보다 펼쳐진 화면으로 사진과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일 테니 기존의 아이폰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AI 어시스턴트 시리(Siri)인데 유저의 쿼리를 이해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작업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진화했다고 한다. 사실 스마트폰 인공지능의 경우 별도의 AI 앱이 없어도 기본적으로 탑재된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면 조금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시리한테 이미지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어달라고 하기엔 아직 버겁긴 할 테지만 탑재된 앱과 자연스럽게 연동하는 것이 스마트폰의 인공지능이 지향하는 바라면 너무 나이브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AI 시대에 이게 전부야?’라고 할 만큼. 하긴 써봐야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론 폴더블 아이폰을 줄곧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아이폰 X 16GB’를 한참이나 썼다가 아이폰 13 mini로 바꾼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간 배터리만 두어 번 교체한 게 전부다. 16GB를 쓰다가 256GB를 쓰니 용량 또한 광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iCloud와 구글 클라우드를 함께 쓰고 있긴 하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256GB 용량도 한계치를 보였을 것이다. 여전히 아이팟,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 에어를 쓰고 있는 이른바 애플의 충성 고객인 셈인데 그동안 눈여겨봤던 맥북 프로는 여전히 가격 때문에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등장한 아이폰 듀오의 가격을 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봤자 100만 원 남짓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작가격 자체가 1,999달러란다. 가장 기본 용량은 256GB인데 한화로 따져도 약 260만 원 꼴이다. 근데 이게 최저가다. 2 테라바이트 아이폰 듀오는 무려 500만 원이 넘는다. 이 정도면 맥북 프로 가격도 넘어서는데 잘은 모르지만 백화점에서 보이는 명품 브랜드 제품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아닌가.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놀란 이유가 휴대전화에 인터넷도 넣고 음악 플레이어도 넣고 지도도 넣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실제로 그렇게 세상이 변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스마트폰의 시작은 그렇게 하나씩 차곡차곡 담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품고 있지 않은가.
아이폰 듀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결국에는 써봐야 알겠지만 그 경험을 하기에는 당장 지불해야 할 비용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폴더블 아이폰은 내게 특별한 관심사라는 것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한참이나 애플의 폴더블을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결제 버튼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될 것 같다.
하늘에 계신 스티브 잡스님, 정녕 이 가격 실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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