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쓰레기가 많이도 나오는구나,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지”

 

설날 선물 세트를 풀어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입니다. 플라스틱 받침, 비닐 포장, 완충재, 리본, 겉포장 상자까지, 정작 내용물보다 쓰레기가 훨씬 많더라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명절만 끝나면 아파트 쓰레기장이 포장재로 가득 차는 모습, 익숙하실 겁니다.

 

이런 죄책감,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사소한 고민들이 쌓여 이미 우리는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흐름에 들어와 있습니다. 최근 생활용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우면서도 논란이 많은 키워드,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친환경’, ‘에코’라는 꼬리표를 붙여 제품을 내놓기 바쁩니다. 그런데, 이게 진짜 변화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마케팅일 뿐일까요? 생활용품 시장에서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한 착한 소비를 넘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1. ‘필(必)환경’ 시대, 바뀌는 소비 기준

 

 

예전에는 생활용품을 고를 때 ‘가성비’와 ‘편리함’이 제일 중요했죠. 1+1 대용량 샴푸, 뽑아 쓰기 쉬운 물티슈가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들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고릅니다. 오히려 ‘이런 불편함조차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기기도 하죠.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 구호만은 아닙니다.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을 빼고, 이 과정에서 비용을 아끼면서 브랜드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을 다 쓰고 난 뒤 남는 것까지 따집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지, 필요 이상으로 포장이 많은지 꼼꼼하게 확인하죠.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면, 기업들은 단순히 뒤처지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2. 시장을 바꾼 게임 체인저들: 사례로 보는 변화

 

 

대기업들이 기존 방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뚜렷한 철학과 빠른 실행력으로 새로운 길을 연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Case 1. 동구밭: 본질만 남기는 ‘덜어냄’의 미학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샴푸 대신 고체 샴푸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플라스틱 용기를 없앴습니다. (출처: 동구밭 홈페이지)

 

동구밭 샴푸바의 핵심 메시지는 아주 명확합니다. 액체 샴푸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가 필수가 됩니다. 동구밭은 과감히 이 ‘물’을 빼고 고체 샴푸를 만들었습니다.

 

  • 패키징 비용이 줄고: 플라스틱 대신 종이만 사용해서 원가를 낮췄고,
  • 물류 효율도 높이고: 가볍고 부피가 작아 운송비도 아낍니다.
  • 마케팅 효과: ‘플라스틱 프리’라는 한마디로 광고 없이도 친환경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문을 내줍니다.
  • 사회적 가치: 발달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 가치까지 더해졌습니다.

 

동구밭은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가 만날 때 얼마나 큰 힘을 내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Case 2. 알맹상점: 물건 대신 ‘경험’을 파는 리필스테이션

 

용기(勇氣)내서 용기(容器)내미는 문화, 알맹상점 (출처: 알맹상점 홈페이지)

 

알맹상점은 유통 방식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껍데기는 버리고, 알맹이만 가져가라.” 소비자가 빈 용기를 들고 와서 원하는 만큼만 담아가는 시스템이죠.

 

리필 스테이션은 불편하고 번거롭기도 합니다. 인력도 필요하고, 위생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알맹상점은 이런 불편함을 ‘놀이’와 ‘커뮤니티’로 바꿔냈습니다.

 

  • 체험형 소비: 제품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용기에 담고 무게를 재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 팬덤: 이런 경험을 위해 찾아오는 충성 고객들이 생기죠.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3. ‘트렌드’에서 ‘표준’으로… 제로웨이스트의 현실과 과제

 

 

하지만 아직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세정력 등 기능 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고체 샴푸 하나에 1~2만 원, 리필스테이션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등은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장벽을 낮춰야만 제로웨이스트가 소수의 실천을 넘어서 모두의 일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의미 있는 소비, 이른바 ‘미닝아웃’ 트렌드에만 기대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기업들의 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4. 마치며: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의 진짜 가치

 

 

이제 제로웨이스트는 많은 기업에 고민거리입니다. 소비자들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시작했죠.

 

이쯤에서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고객이 제품을 다 쓰고 나서 손에 남는 건 뭔가요? 처치 곤란한 포장지인가요, 아니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인가요?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 진부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명확합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면 비용도 아끼고, 환경을 생각하면 더 많은 신뢰도 따라옵니다. 이보다 확실한 투자가 있을까요?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이 진짜 혁신으로 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