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점점 특별한 선택이 되어가는 시대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상이 되고, 극장 관객은 줄었으며, OTT는 직접 콘텐츠를 수급합니다. 영화 산업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흐름 속에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설렘 하나로 20년 넘게 한국 영화 시장에 역사적 장면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불문학과 컴퓨터공학을 오가다 국내 최초 영화 전문 웹사이트를 만들고, 그것이 영화사 창업으로 이어진 사람. <트와일라잇>을 감독도, 배우도, 시나리오도 없는 상태에서 골라낸 사람. <미나리>에서 ‘이민 영화’가 아닌 ‘인류 보편의 서사’를 본 사람. ‘판씨네마’의 백명선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불문학도·개발자에서 영화사 대표까지
Q. 안녕하세요, 백명선 대표님.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뇌를 좌우로 횡단하며 불문학, 컴퓨터공학과 같은 분야를 전공하고 직업군으로 삼다 지금 ‘판씨네마’라는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마치 이어지지 않는 점들을 살아온 사람 같지만, 사실 영화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영화 매니아인 어머니를 따라 보러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십년을 끊임없이 보고 즐겨 온 대상입니다. 때문에 지난 모든 것이 이어지지 않는 점들이 아니라 바탕에 깔려 있는 백그라운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Q. 판씨네마는 2004년 투자사로 출발해 영화 수입·배급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처음 이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판씨네마’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컴퓨터공학에서 판씨네마로 이어지는 선을 찾자면, 그건 ‘씨네서울’이라는 영화 웹사이트가 될 것입니다. 씨네서울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급속히 파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소프트웨어 지식과 영화에 대한 관심을 결합해 빚어낸 국내 최초의 영화 웹사이트였습니다. IMDb처럼 영화정보를, 지금은 각 멀티플렉스 별로 서비스하는 서울 극장 상영 정보를, 그리고 관객 평가와 토론장을 제공하는 통합 영화 전문 사이트였습니다.
그 활용도와 명성에 비해 수입원이 늘 부족하던 차에 보완책으로 영화 마케팅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며 점차 온라인 사업에서 오프라인 영화 사업으로 관심을 옮기게 됐습니다. 그 결과 ‘판씨네마’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씨네서울의 지향성에서도 드러났듯이 영화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한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도 ‘판씨네마’로 지었습니다. ‘Pancinema’의 ‘pan’은 ‘모두 다’라는 뜻의 접두사로, 지금은 귀에 너무 익숙해진 ‘Pandemic(팬데믹)’의 ‘Pan’과 같은 어원입니다.
| 씨네서울(CineSeoul)은 백명선 대표가 1990년대 중반에 개설한 국내 최초 영화 종합 정보 웹사이트로, 미국의 IMDb(Internet Movie Database)에 버금가는 영화 DB, 서울 내 극장 상영 정보, 관객 리뷰·토론 기능을 갖춘 선구적인 플랫폼이었다. 당시 텍스트 중심의 인터넷 환경 속에서 이 같은 통합 서비스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다. |

Q. 20년 이상 회사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큰 변곡점이 있었다면 어떤 시기였나요? 그리고 그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A. 판씨네마는 국내 영화 투자와 제작을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씨네서울의 수익 모델이 모호했다면, 투자제작 사업의 길은 모호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수익을 보장하기는커녕 엄청난 역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판씨네마 초기에 참여한 10편가량의 영화 중에 수익을 낸 것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첫 변곡점이라면, 투자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더 안정적으로 영화를 공급할 수 있는 수입영화 쪽으로 방향을 튼 시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극장영화의 존폐 자체가 거론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또 한 번의, 어쩌면 마지막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한국 독립·예술 영화 투자·제작 시장은 2000년대 초반 활황을 누렸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작품 비율은 통상 20~30%에 불과할 만큼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 영화사들이 직접 제작보다는 해외 완성작을 수입해 배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을 취해왔다. |
‘확신’보다 ‘썸’, 판씨네마의 작품 선택법

Q. <트와일라잇>,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미나리> 까지, 장르도, 규모도, 성격도 다른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 오셨습니다. 판씨네마는 국내에서 상업영화에 준하는 흥행 성과를 거두며 이른바 ‘아트버스터’의 대표 사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다!”하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있나요? 그 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최종 결정짓게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이 영화다!”라고 확신이 든 적은 한 번도 없고 늘 “이 영화가 아닐까?”하는 썸 타는 정도의 갈등하는 마음으로 결정합니다. 사실 실패할 확률이 늘 성공할 확률보다 높고 실제로 실패작도 많지만, 고맙게도 몇몇 영화들이 크게 성공해 준 덕분에 흥행성과가 좋은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나 봅니다(웃음).
그래도 어떤 감각이 있다면 그건 아마 AI처럼 20여 년 동안의 학습을 거치며 나도 모르게 생성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 구매 단계에선 그 감각에 더해 구매가와 개봉비용, 시장 상황 등을 참작한 현실적인 계산을 재빨리 할 수 있는 머리가 합류해서, 그 둘이 원만한 합의를 보면 비로소 결정이 내려집니다.
영화선택의 기준은 장르, 규모, 상업/예술 영화의 구분, 스타일 같은 것은 물문하고, 그저 영화가 스스로 정한 설정과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이 창의적이고 일관성 있는지 등의 영화 내적인 점만 중시합니다. 보는 사람이 하품이나 딴생각을 하지 않게 흥미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앞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그게 바로 ‘흥미 있는’ 작품이 되죠.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영화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설정과 문법을 선점해 버렸기 때문에 앞으로의 영화인들에겐 점점 더 힘든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작품이나 시장에서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은 작품을 과감하게 수입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그 결정의 배경과 결과가 궁금합니다.
A.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던 작품을 저가로 구매해서 뜻밖의 성공을 거둔 예로는 <노예 12년>이 떠오릅니다.
<노예 12년>은 저예산 제작비에 비해 큰 스케일의 느낌으로 완성되었을 뿐 아니라,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경사까지 겹쳐 5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사실 구매는 영화가 완성되기 거의 3년 전에 시나리오만 보고 구매한 터라 3년 동안 마음을 졸여야 했죠.
|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은 스티브 맥퀸 감독이 연출한 미국 역사 드라마로,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색상·여우조연상(루피타 뇽오) 등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한국에서는 판씨네마 배급으로 약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

Q.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어떻게 수입하게 됐나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글로벌 IP였지만, 국내에서의 흥행은 결코 보장된 것이 아니었을 텐데요. 글로벌 IP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과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들려주세요.
A. <트와일라잇>도 <노예 12년>처럼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선구매를 한 케이스였습니다. 심지어 시나리오마저 없었고 캐스트는 물론 감독도 미정인,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구매가조차 부담스러운 수준에서 결정해야 했습니다.
단 하나, 원작 소설이 있었는데 당시 국내엔 출판 전이어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선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상주해 있었습니다. 소설가도 아니던 스태프니 메이어가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됐는지,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이 소설이 어떻게 가까스로 출판됐고, 하루아침에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그 명성이 영화제작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고) 스터디하며 분명 여기엔 대중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당시 한동안 뜸했던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가지는 변함없는 매력’과 십대 여성이라면 한 번쯤 느껴 봤을 ‘이룰 수 없지만 그래서 이루고 싶은 불멸의 사랑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런던에서 배급사들을 위한 최초 상영이 열렸습니다. 지금은 그런 행사에 잘 가지 않지만, 당시에는 궁금증과 불안함에 영화만을 위한 2박 일정으로 런던에 갔었죠. 그런데 런던 다리를 걷던 저를 보고 두 영국 소녀가 별안간 비명을 질렀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입고 있던 <트와일라잇> 기념 티셔츠의 로버트 패티슨 얼굴을 보고 그런 것이었죠. 속으로 “이제 됐다!”를 외쳤습니다.
영화 마케팅은 특별히 전략이라고 할 것 없이 그저 무척 부지런하고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주연 배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테일러 로트너를 초대해서 팬미팅 등의 행사를 열고, 인터넷 포털·잡지·TV에까지 광고 집행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펼쳤습니다. 그리고 1편의 성공은 후편들의 든든한 마케팅 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는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5부작 영화 시리즈(2008~2012)다. 스테파니 메이어는 비작가 출신으로 첫 소설을 집필해 출판사로부터 14차례 거절당한 후 가까스로 출판에 성공, 발간 직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화 시리즈는 전 세계 누적 흥행수익 약 33억 달러(약 4.5조 원)를 기록했다. |

Q. <미나리>는 국내 개봉 후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관객이 다시 급증하며 개봉 6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그리고 그 모멘텀을 포착하고 증폭시킬 수 있었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미나리>는 저예산 예술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노예 12년>과 비슷한 대서사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몇 번 거듭해 보며 그것이 많은 부분 영화의 음악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이 영화는 어느 한국 이민 가족의 개인사이기보다, 좀 더 폭넓은 차원에서 땅과 자연과 맞서 싸우며 운명이 던지는 재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어서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인간 서사로 관객에게 닿기 바랐습니다. 그래서 다소 부정적이고 한정적인 ‘이민’이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쓰기를 자제하기도 했죠.
그리고 영화의 흥행은 물론 한국 배우들의 캐스팅, 특히 윤여정 배우의 인상 깊은 연기와 아카데미 상 수상이라는 대사건에 전적으로 힘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미나리(Minari, 2020)>는 정이삭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로,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자가 됐다. 국내 개봉 6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예술영화의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
대변환의 쓰나미 속, 판씨네마의 생존 원칙
Q. 대형 배급사와 경쟁하면서도 화제를 만들어 온 판씨네마만의 마케팅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마케팅 원칙이라면, 마케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기보다 영화마다 도달해야 하는 관객층과 목표치를 파악하고 그에 최적화된 일에 선택과 집중을 쏟는 것입니다.
다만 영화를 극장에 내걸고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아이템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충족하고 남는 예산으로 차별적인 마케팅을 벌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Q. OTT가 직접 작품을 수급하는 시장 흐름과 극장 관객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독립·예술영화 수입·배급사의 생존 전략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그럼에도 극장 개봉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혹은 OTT와의 협업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생존전략을 고민하기에 앞서 생존 자체가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들지만, 작품 수급을 계속하는 한 앞으로는 웰메이드 영화보다 조금이라도 특별하거나 특이한 영화를 고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극장 개봉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물으셨지만, 대변환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데 그런 집중을 전제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본질적으로 극장배급사는 OTT와 협업할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수입사의 입장에선 약간의 추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Q. 판씨네마는 특히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오래 머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의식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없지만, 성격 상 수직적인 관계와 관리 체제를 안 좋아해서 회사도 자연히 수평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직원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게 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또 회사를 위해서도 직원을 위해서도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업무를 맡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 배정에 그 기준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은 언제나 있어서 직원들이 꼭 좋아하는 일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여기엔 저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객이자 선배로서, 영화와 업(業)에 대하여
Q. 순수하게 ‘관객’으로서, 어떤 장르나 스타일의 작품에 가장 마음이 끌리시나요? 인상 깊게 보셨던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A. 장르나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 어떤 것이 특별히 끌린다고 말하기 어렵고, 있다고 해도 계속 변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즐겼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자꾸 호러에 눈이 가요. 그만큼 인상 깊었던 영화들도 다양합니다. 외화 위주로 머리에 떠오르는 몇 작품을 꼽자면 스콜세지의 <순수의 시대>, 피터 위어의 <마스터 앤 커맨더>, 펠리니의 <사티리콘>, 고다르의 <경멸>, 롭 라이너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이 있습니다. 말하고 보니 겹치는 접점들이 정말 안 보이네요.
Q. 20년 이상 이 업을 해온 선배로서, 콘텐츠 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콘텐츠 산업은 영원할 것입니다. 왜냐면 ‘스토리’에 대한 욕구는 거의 인간을 정의하는 본질적인 것이니까요. 하지만 산업의 형태는 변하고 지금의 많은 부분은 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 20년의 제 경험은 지금 미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그리 도움이 못 될 것입니다.
다만 인생 선배로서 굳이 한마디 하자면, 학업·취업·커리어·성공 같은 이차적인 고민에 너무 휩싸여서 웃음, 눈물, 놀라움, 즐거움과 같은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의 경험을 할 순간들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진정하게 깊고 풍부한 감정과 열정은 미래가 어떻게 변하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이 될 것입니다.
판씨네마 백명선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뒤처럼 여운이 남습니다. ‘이 영화다!’라는 확신보다 ‘이 영화가 아닐까?’하는 설렘으로 20년을 버텨온 사람.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날카롭고 겸손한 관찰자로 만들어 온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장된 흥행은 없지만, 관객과의 만남을 믿으며 나아가는 일. <트와일라잇>의 원작 소설에서 ‘대중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미나리>에서 ‘보편적인 인간 서사’를 발견한 안목은 결국 수십 년간 쌓인 영화를 향한 애정과 열정의 산물일 것입니다.
극장과 OTT 산업의 대변환 속에서 어쩌면 ‘마지막 변곡점’을 지나고 있을 지금, ‘이 영화는 창의적이고 일관성 있는가? 흥미로운 작품인가?’ 하는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판씨네마의 원칙은 오히려 더 뾰족한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판씨네마의 행보를 기대와 응원을 담아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