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아웃도어 마케팅은 오랫동안 극적인 인간의 움직임과 거대한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거친 호흡, 튀어 오르는 땀방울, 광활한 설산처럼 가슴을 뛰게 하는 실물 촬영의 힘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가진 진정성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탑티어 스포츠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비주얼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라는 미지의 도구를 활용해 현실의 한계를 깨부수고,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비주얼로 소비자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입니다. 기술이 가져온 파격적인 효율성 이면에는 ‘창작자 저작권과 윤리적 문제’라는 마케터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의 한계를 인간의 안목으로 통제하며 새로운 감동을 설계해 나가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실전 사례와 그 속의 숨은 논쟁을 짚어봅니다.

01. 언더아머: 효율성의 극치, 그러나 창작자 권리 논란의 중심에 서다
스포츠 광고는 당대 최고 선수를 촬영장에 모시는 것부터가 거대한 도전입니다. 촘촘한 경기 일정과 시공간적 제약은 늘 마케터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습니다. 언더아머가 송출한 광고 캠페인 ‘Forever Is Now’는 이러한 물리적 제약을 기술로 정면 돌파하며 광고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디렉터 웨스 워커와 협업한 이 프로젝트는 단 한 컷의 새로운 실물 촬영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속 헤비급 복싱 챔피언인 앤서니 조슈아의 기존 경기 필름과 과거 목소리 데이터를 AI 엔진에 주입했습니다. AI 시스템은 선수의 역동적인 근육의 움직임과 목소리 톤을 정교하게 학습한 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인 가상의 3D 복싱 링과 압도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비디오 속에 스스로 구현해 냈습니다. 선수를 단 1초도 카메라 앞에 세우지 않고도 웅장한 CF 영상을 창조해 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공개 직후 업계 크리에이터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AI가 학습하고 짜깁기한 영상 소스 중에는 수많은 촬영 감독과 아티스트들이 과거에 피땀 흘려 찍은 원본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작자의 명확한 동의나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기존 크리에이티브를 재가공해 새로운 상업 광고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분노를 샀고, 이는 생성형 AI가 가진 저작권 침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마케터에게 AI가 만능 치트키가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칼’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 사례입니다.
02. 나이키: AI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위대한 서사’의 감동을 설계하다
나이키는 저작권과 진정성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기술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학습하는 대신, 브랜드가 보유한 고유한 역사적 유산(Heritage)과 소속 선수들의 실제 데이터를 AI의 인풋으로 삼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묵직한 감동을 창조해 낸 것입니다.
그 정점에 있는 사례가 바로 테니스의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Never Done Evolving’ 캠페인입니다. 나이키는 머신러닝 시스템을 활용해 1999년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17세의 ‘과거 세레나’와, 2017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했던 35세의 ‘현재 세레나’의 모든 경기 데이터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습니다.
AI는 두 시대의 세레나가 가졌던 서브 속도, 백핸드 각도, 풋워크의 특징과 폼팩터를 완벽하게 복원한 뒤, 가상의 코트 위에서 ‘17세의 세레나와 35세의 세레나가 맞붙는 초현실적인 경기 영상’을 스스로 시뮬레이션하여 고화질 비주얼로 구현해 냈습니다. 수만 번의 랠리를 주고받으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진화하는 이 AI 영상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나이키는 이 기술적 정통성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선보인 ‘A.I.R(Athlete Imagined Revolution)’ 프로젝트로 확장했습니다. 음바페, 웸반야마 등 현재 가장 빛나는 스타들의 실제 경기력 데이터와 3D 신체 스캔 데이터,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상상력을 AI 시스템에 주입한 것입니다. AI는 나이키의 40년 헤리티지인 ‘에어(Air)’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초현실적인 미래형 신발 비주얼을 끝없이 변주해 냈습니다. 나이키는 이 실험적인 프로토타입 이미지를 파리 브롱냐르 궁전의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와 홀로그램 광고로 구현하여 다시 한번 시각적 충격을 던졌습니다.
나이키가 대중의 경탄을 자아낸 지점은 단순히 최첨단 그래픽을 선보였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술이 브랜드의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의 서사와 유산을 현재의 테크와 결합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미래적 가치로 진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기이한 기술에 감탄한 것이 아니라,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가 AI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으로 폭발하는 그 거대한 연결고리 속에서 깊은 경외감과 브랜드 로열티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03. 살로몬: 물리적 한계를 넘어 상상력의 영토를 개척하다
알프스의 거친 헤리티지에서 출발한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은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Shaping New Futures’를 통해 아웃도어 마케팅의 고질적인 한계인 환경과 기후의 제약을 정면으로 돌파했습니다. 아웃도어 촬영은 늘 기상 악화나 험난한 지형으로 인한 리스크를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프랑스 스튜디오 Unveil과 BBDO 파리가 협업한 이 캠페인은 실제 촬영 영상(Live Action)과 생성형 AI 기술을 매끄럽게 블렌딩하여 독창적인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스태프와 인간 모델이 실제로 도달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거친 암벽, 미지의 설산,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마운틴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배경을 AI로 완벽하게 창조해 낸 것입니다. 가상의 대자연 위에 살로몬의 첨단 기어들을 정교하게 배치한 비주얼은 시각적 신선함을 넘어 경외감까지 자아냅니다.
살로몬은 자연환경에 순응해야 했던 아웃도어의 숙명을 뒤집고, AI를 통해 마케터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완벽하고 이상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지배했습니다. 아웃도어의 본질인 탐험과 개척이라는 정신을 기술의 실험적인 비주얼로 투영하며, 낡은 기성 아웃도어의 정체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현대적인 마운틴 스타일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진화했습니다.
04. 법적·윤리적 울타리 안에서 ‘감동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라
언더아머, 나이키, 살로몬의 선례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한 그래픽을 순식간에 쏟아내도, 어떤 비주얼이 소비자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 마케터의 안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언더아머 사태가 증명했듯, 앞으로의 똑똑한 마케터들은 AI를 사용할 때 저작권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윤리적 가이드라인’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타인의 결과물을 무단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합법적으로 복원하거나 소속 선수와의 정당한 계약 체결 하에 그들의 데이터를 가상으로 재현하는 건강한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역사적인 아카이브를 안전하게 복원하여, 수십 년 전 활약했던 전설적인 스포츠 영웅의 전성기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하고, 현재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는 신진 스타와 나란히 서서 서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비주얼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철저한 법적·윤리적 검토 끝에 탄생한 이러한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단순한 광고가 아닌 거대한 서사적 감동을 경험하게 합니다.
인공지능은 마케터의 도구일 뿐입니다.
공간과 예산, 환경의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무한한 상상력의 도화지 위에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시각 요소로 소비자의 경탄을 이끌어내는 일. 그리고 그 실험적인 비주얼을 원작자들과의 상생, 브랜드의 묵직한 내러티브와 연결하여 하나의 완벽한 감동으로 완성하는 설계자는 여전히 마케터의 몫입니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책임을 다하며 상상력을 감동으로 바꾸는 마케터의 기획력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안내
- 언더아머 AI 광고 저작권 논란 분석 (매드타임스) https://www.mad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32
- 나이키 파리 올림픽 AI 혁신 프로젝트 ‘A.I.R’ (KBThink) https://kbthink.com/life/daily/nike.html
- 살로몬 ‘Shaping New Futures’ AI 패션 캠페인 (Ads of the World) https://www.adsoftheworld.com/campaigns/shaping-new-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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