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서 쿠폰 혜택에
민감한 고객을 찾아주세요.”
이 평범한 요청은 한 조직의 실무자가 마주하는 거대한 벽의 시작이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데이터의 중요성은 알지만 해석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리터러시의 결핍은 오랫동안 기업의 고질병이었다. 2026년 5월 말, 우아한형제들의 성한영 AI프로팀 팀장은 단상에 올라 이 해묵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증명했다.
과거의 기업들은 시스템 구축에 수십억을 쏟아붓고도 정작 실무자가 데이터 앞에서 침묵하는 모순을 겪었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구성원의 95%가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답하면서도, 그것을 다루는 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기형적 구조에 직면해 있었다. 성 팀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구성원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내 AI 에이전트 ‘물어보세’의 탄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술의 진보는 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데이터 추출을 돕던 AI에게 구성원들은 어느새 “도서비 지원 유의사항이 무엇이냐”는 사내 정책을 묻고, 신규 서비스의 성과 요약 문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기온 변화에 따른 시즌 메뉴의 주문 전환율이라는 복잡한 추론까지 기대했다. 질문의 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고, 기존의 검색 기반 기술(RAG)은 한계에 봉착했다. 그들이 기술적 완벽주의를 버리고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에이전트 구조로 진화한 이유다.

챗GPT는 배달의민족 주문수를 알지 못한다
오픈AI의 클로드나 챗GPT는 경이로울 정도로 똑똑하지만, 정작 ‘어제 자 배달의민족 주문수’를 구하는 쿼리문은 제대로 짜지 못한다. 외부의 거대 언어 모델은 기업 내부의 은밀하고도 파편화된 데이터 맥락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1세대 RAG 구조를 넘어,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2세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빠르게 체급을 올렸다.
이들이 설계한 에이전트 군단은 철저히 실무 중심적이다. 자연어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복잡한 HQL 쿼리를 짜주는 ‘SQL 디스커버리 에이전트’는 데이터의 접근성을 낮췄다. 사내에 구글 드라이브처럼 흩어진 지식을 총망라해 검색하는 ‘놀리지 디스커버리 에이전트’와 반복적인 응대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포트 오토메이션 에이전트’는 업무 생산성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결과는 지표로 증명된다. 전사 구성원의 4분의 1이 이 플랫폼의 활성 사용자가 되었고, AI가 내놓은 답변의 95%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업무 응대 채널의 질문 해결 시간은 21%나 단축됐다.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했다는 자기만족용 PoC(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작동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보 전달자를 넘어 문제 해결의 동료로 진화하다
진짜 혁신은 남은 75%의 침묵을 깨뜨리는 순간 시작됐다. 단순한 정보 검색 수준에 머물던 ‘물어보세’는 3세대 구조인 ‘물어보세 플로우(Claw)’로 진화하며 인간의 업무 맥락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왔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장표는 이 변화를 ‘단순 정보 전달’에서 ‘문제 해결 동료’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로 규정한다. 과거에는 흩어진 자료를 검색하더라도 원인 추론과 의사결정은 인간의 외로운 몫이었으나, 이제는 AI가 맥락을 연결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제시하며 판단을 돕는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실체는 ‘물어보세 Claw’라는 비즈니스 코딩 에이전트다. 이 에이전트는 비즈니스 온톨로지 구축과 문제해결 노하우 축적을 중심축 삼아 움직인다. 구조를 뜯어보면 시각화 대시보드 구축, 개인화 세그먼테이션 구축, 비즈니스 인사이트 도출이라는 ‘Skills’ 파이프라인이 자리 잡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워크스페이스 파일 제어(read, write, edit), 셀 명령 실행(bash), 그리고 병렬 API 실행(parallel tool calling)이라는 강력한 ‘실행 도구’들이 연결되어 있다. 오픈소스 개인용 AI 에이전트 패턴인 ‘OpenClaw(Peter Steinberger)’에서 착안하여 단순 응답을 넘어 도구와 스킬을 직접 다루도록 구조화한 결과물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진 세 가지 케이스는 인간과 AI의 협업이 도달한 깊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말에 발생한 이상 징후 분석’에서 실무자는 “특정 위키 폴더를 지정해 줄 테니 그 안의 내용을 최우선 컨텍스트로 적용해 데이터 추출 및 분석을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물어보세 Claw’는 13개의 댓글을 주고받는 집요한 추론 끝에 정상 대비 배급 특징과 집중 가능성을 분석한 표를 뱉어내며 이상치 탐지 기준 체계를 제안했다. ‘마케팅 혜택 쿠폰 총비용 추정’ 역시 강렬하다. “일 1회 발급, 특정 사용 조건 적용”이라는 복잡한 제약 조건을 던지자, AI는 과거 유사 벤치마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본, 보정 +30%, +50%, +100% 등 시나리오별 실효 사용률과 발급 건수를 시뮬레이션한 리포트를 단 30분 만에 완성해 냈다.
개인의 생산성이 아닌 조직의 생산성을 겨냥하라
‘물어보세 Claw’ 도입 이후 우아한형제들이 거둔 비즈니스 성과는 지표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전사 구성원 활성 사용자 수 50% 이상 증가, 월 업무 활용 건수 20,000건 돌파, 신규 도입 서포트 채널 수 30% 이상 증가.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물어보세를 사용하여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 2,340만 명, 누적 거래액 153조 원을 움직이는 배달의민족이라는 거대 플랫폼의 안방이 AI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성한영 팀장은 AI 도입을 고민하는 수많은 기업이 저지르는 치명적인 오류를 날카롭게 짚어냈다.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LLM과 1:1로 대화하며 효율을 높이는 ‘개인 생산성 중심의 제한된 협업’에 머문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이 집중한 핵심 성공 요인은 ‘팀 기반 문제 해결로의 확장된 협업’이다. AI를 단독 격리실에서 꺼내 다양한 슬랙 채널에 참여시키고, “데이터 분석 결과 전달드려요”라며 팀원 전체와 소통하게 만들 때 비로소 조직 전체의 혁신 루프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조직 전반으로의 확산은 정교한 4단계 선순환 루프를 통해 완성된다. 공지, 뉴스레터, 교육 자료로 모든 구성원에게 도구를 인지시키는 ‘전사 노출(01)’, 이벤트와 교육을 통해 부서 간 협업 속에서 자연스러운 경험을 유도하는 ‘활성 경험 제공(02)’, 구성원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성공 경험 축적(03)’,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정착시키는 ‘업무 습관화(04)’ 단계다. 사내 전사 교육 현장을 가득 채운 구성원들의 뒷모습은 이 루프가 박제된 이론이 아님을 증명한다.

의사결정의 주권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아한형제들이 제시한 전사 확장 로드맵의 종착지는 인간 노동의 본질적인 경계를 되묻게 만든다. 성 팀장이 제시한 5단계 서비스 단계는 서늘한 타임라인을 담고 있다. 데이터 이해 및 추출을 지원하던 2024년의 ‘Stage 1. 업무 보조’, 데이터 생성 및 공유를 맡던 2025년의 ‘Stage 2. 업무 자동화’를 지나, 현재 2026년 우아한형제들은 데이터 기반 분석 업무를 AI가 직접 수행하는 ‘Stage 3. 부분 업무 지능화’ 단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세 단계까지 의사결정의 담당자는 명백히 ‘구성원’이다.

그러나 하반기를 향해 달리는 이들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를 응시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구성원과 물어보세가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Stage 4. 업무 지능화’, 그리고 마침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최적화를 AI가 완전히 전담하는 ‘Stage 5. 업무 자율화’ 단계로의 이행이다. 미래 단계를 바라보는 시선 위로 “처음부터 잘 되는 AI 에이전트 도입은 없다”는 말과 함께 개발팀의 수많은 시행착옥가 언급됐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그 고된 노동 너머에 있다. AI 에이전트가 조직의 ‘확장된 동료’를 넘어 ‘최적화된 의사결정자’가 되는 Stage 5에 도달했을 때, 인간 구성원에게 남겨질 노동의 영역은 어디인가. “세상의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 하겠다는 우아한형제들이 마주한 진짜 숙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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