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정의되다.


2026년 3월 18일, 구글 랩스의 프로덕트 매니저 러스틴 뱅크스(Rustin Banks)가 구글 스티치(Google Stitch)의 전면 개편을 발표했다. 발표문에서 그가 설명한 작업 순서는 디자이너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지 말고, 이 제품이 이루려는 사업의 목표와 사용자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과 참고하고 싶은 사례를 말로 던지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갈래를 빠르게 펼쳐 본 뒤에 하나로 좁혀 가라고 했다. 뱅크스는 이 방식에 이름을 붙였다.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이었다.

 

 

 

 

이름이 붙자 반응은 하루 만에 왔다. 더 레지스터와 테크레이더와 패스트컴퍼니가 잇따라 이 말을 제목에 걸었고, 업계는 그동안 각자 어렴풋이 하고 있던 작업 방식에 부를 이름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글 랩스의 부사장 조시 우드워드(Josh Woodward)는 이 도구를 사람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탐색하도록 돕는 창의성의 증폭기라고 설명했다. 뱅크스는 개편의 요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누구나 자연어를 고품질 UI 디자인으로 바꾸며 만들고 반복하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구 하나의 기능 개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일의 시작점을 옮기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새 이름이 생기는 순간은 늘 같은 신호다. 다루는 대상과 방식이 기존의 말로는 담기지 않을 만큼 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이 인터페이스라는 말의 좁음 때문에 태어났듯, 바이브 디자인이라는 말도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뽑는다는 설명으로는 담기지 않는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에 필요해졌다. 그 무언가는 결과물이 아니라 작업의 문법이었다. 이름이 나중에 붙었을 뿐 현장은 이미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99designs by Vista가 2024년 프리랜서 디자이너 1만여 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이미 52퍼센트가 생성형 AI 도구를 쓰고 있다고 답했고, 이는 1년 전의 39퍼센트에서 뛴 수치였다. 이름은 그렇게 흩어져 있던 관행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논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코드를 넘어 디자인으로


이 말의 뿌리는 디자인 바깥에 있다. 2025년 2월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코드의 존재 자체를 잊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이야기하며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말을 내놓았고, 그 짧은 글은 1년 만에 업계의 공용어가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를 명세로 적는 대신 원하는 바를 말로 설명하고 나온 것을 받아 고쳐 나가는 방식이었다. 이 문법이 디자인으로 건너오는 데 다시 1년이 걸렸다.

 

 

 

건너오는 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두 일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드는 돌아가는지 아닌지가 즉시 판별된다. 컴파일러가 거부하거나 테스트가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디자인에는 그런 심판이 없다. 좋은 화면인지는 사람이 보고 느껴야 알고, 그 판단은 맥락과 브랜드와 사용자에 따라 갈린다. 검증이 사람에게 남아 있는 일에서는 생성 속도를 아무리 올려도 병목이 그대로다.

 

 

결국 관건은 생성의 품질이 사람이 판단할 가치가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는가였다.

 


스티치 자체는 그보다 먼저 있었다. 2025년 5월 20일 구글 랩스는 스티치를 실험 제품으로 공개했다. 제미나이(Gemini) 2.5 프로의 멀티모달 능력을 써서 문장이나 스케치 이미지를 몇 분 만에 UI 화면과 프런트엔드 코드로 바꾸고, 결과를 피그마(Figma)에 붙여 넣어 다듬게 하는 도구였다. 이때만 해도 하나를 요청하면 하나가 나오는 생성기였고, 디자이너의 작업 문법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열 달 뒤의 개편이 바꾼 것은 생성의 성능이 아니라 생성을 둘러싼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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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의도를 전달하고, 그리는 일은 AI가


개편의 핵심은 무한 캔버스였다. 정해진 아트보드 대신 끝없이 펼쳐지는 작업면 위에 스크린샷과 코드 조각과 문장과 경쟁 서비스의 화면을 함께 올려 두고 맥락으로 쓸 수 있게 했다. 그 위에서 디자인 에이전트가 프로젝트 전체를 읽고 여러 방향의 화면을 한꺼번에 만든다. 에이전트 매니저가 진행 상황을 추적하며 여러 갈래를 동시에 굴리기 때문에, 한 번의 요청으로 다섯 개의 화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정적인 화면은 곧바로 클릭되는 프로토타입으로 바뀌고, 사용자가 누른 곳에 필요한 다음 화면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생성된다. 결과물이 도구 안에 갇히지 않게 하는 통로도 같이 열렸다. MCP 서버와 SDK가 공개되어 다른 에이전트가 스티치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발표 시점에 구글이 함께 소개한 스티치 스킬 저장소는 깃허브에서 별 2,400개를 받고 있었다. 스티치에서 고른 화면을 AI 스튜디오나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로 넘겨 구현으로 이어 가는 경로가 하나의 작업 패턴이 된 것이다.

 

 

 

 

문법이 바뀐다는 말의 실제 의미는 여기서 드러난다. 전통적인 도구에서 디자이너의 손은 사각형을 그리고 값을 조정하는 데 쓰였다. 개편된 스티치에서 디자이너의 입력은 원하는 상태에 대한 서술이다. 뱅크스는 이 차이를 며칠이 아니라 몇 분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음성으로 “메뉴 옵션 세 가지를 보여 줘”라고 말하면 선택지가 화면에 깔리고, 같은 화면을 다른 색 팔레트들로 다시 보여 달라고 하면 변주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만드는 행위가 요청과 선택과 수정이라는 세 동작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이 재편에서 가장 크게 값이 떨어진 자원은 시안 하나의 제작 비용이다. 예전에는 시안 세 개를 준비하는 데 이틀이 들었으므로 어떤 세 개를 만들지가 회의의 주제였다. 지금은 스무 개를 만드는 데 몇 분이 드니,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만들어진 것 중 무엇을 남길지가 회의의 주제가 된다. AI 도구로 작업 방식을 재편한 디자인 스튜디오 엘레켄(Eleken)은 2026년 자사의 사례를 정리하며, 특정 국면에서는 전통적으로 5일에서 10일이 걸리던 실행이 AI를 쓴 1시간으로 대체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단서를 함께 달았다. 압축되는 것은 실행의 속도이지 전문성이 아니며, 그 1시간은 디자이너가 이미 도메인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값싸진 것이 생성이고 여전히 비싼 것이 판단이라면, 일의 무게중심은 비싼 쪽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잘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이 방식이 압도적으로 강한 구간은 분명하다. 첫째는 빈 캔버스를 벗어나는 순간이다. 아무것도 없는 화면 앞에서 며칠을 보내던 초기 탐색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출발선으로 대체된다. 둘째는 변주의 생성이다. 같은 구조를 색과 밀도와 톤만 바꿔 여러 벌 만들어 놓고 비교하는 일, 브랜드 시스템을 여러 화면에 얹어 보며 감을 잡는 일에서 사람의 손은 기계의 속도를 이길 수 없다. 셋째는 흐름의 초안이다. 온보딩이나 결제처럼 여러 화면이 이어지는 시퀀스의 다음 단계를 그럴듯하게 채워 넣는 데 에이전트는 꽤 쓸 만하다. 넷째는 설득이다. 정적인 시안을 앞에 두고 상상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신, 눌리는 화면을 건네주고 직접 만져 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약한 구간도 그만큼 분명하다. 숙련된 디자이너들이 생성 결과를 다루는 태도가 이 경계를 잘 요약한다. 그들은 나온 화면을 완성된 시안이 아니라 잘못된 디자인 결정이 이미 박혀 있는 고품질 와이어프레임으로 취급한다. 첫째는 정교한 조정이다.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꼽는 불만은 생성된 결과의 한 요소만 손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체나 배경을 조금 바꾸려 해도 다시 요청해야 하고, 다시 요청하면 손보고 싶지 않았던 곳까지 바뀐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전체를 다시 생성시키지 않고 바뀔 지점만 좁혀 지시하는 델타 프롬프트라는 요령이 따로 자리를 잡았다. 둘째는 평균으로의 수렴이다. 한 리뷰어는 대시보드는 대시보드처럼 생겼고 히어로 섹션은 히어로 섹션처럼 생긴다고 요약했다. 세상의 수많은 화면이 공유하는 최대공약수를 되짚어 내놓는 방식이므로, 그 제품만의 얼굴은 사람이 개입해야 생긴다.


셋째는 예외 처리다. 값이 비었을 때, 글자가 넘칠 때, 네트워크가 끊겼을 때의 화면은 요청되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다. 화면 하나에 딸린 예외 상태가 스무 가지를 넘는 실제 제품 앞에서, 요청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대로 구멍이 된다. 여러 화면에 걸친 상태 로직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 실제 운영 데이터를 감당하는 일, 그리고 이미 복잡하게 자라 있는 디자인 시스템 안에서 규칙을 지키는 일도 여전히 바깥에 있다. 스티치가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리뷰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도구의 조건 자체도 실험 제품의 그것이다. 2026년 현재 스티치는 무료지만 표준 생성이 월 350회, 실험 생성이 월 50회 안팎으로 제한되고, 유료 요금제를 열어 달라는 요청은 오래 답을 받지 못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다른 도구들이 이 경계를 서로 다른 곳에 그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버셀(Vercel)의 v0는 바로 병합할 수 있는 리액트와 타입스크립트 코드 쪽에 무게를 실었고, 러버블(Lovable)은 데이터베이스와 인증까지 포함한 완성된 애플리케이션 쪽으로, 볼트(Bolt)는 생성 속도와 여러 프레임워크의 지원 쪽으로 갔다. 스티치가 선 자리는 탐색이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탐색과 구축과 정밀 마감을 서로 다른 도구에 나눠 맡기는 세 겹의 작업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잘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경계는 결국 하나로 정리된다. 흔한 것은 잘 나오고 고유한 것은 사람이 이름을 불러 주어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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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디자인 작업이라는 업데이트


2026년 5월 19일 구글 I/O에서 스티치는 다시 한 번 방식을 바꿨다. 실시간 디자인이었다. 요청하고 기다렸다가 결과를 받는 순서가 사라지고, 에이전트가 만드는 과정이 캔버스에 그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 만들어지기 전에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성이 진행되는 도중에 톤을 따뜻하게 가져가자고 말하면 에이전트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버리지 않고 방향만 틀었다. 음성이 텍스트와 나란히 상시 입력 채널이 되었고, 기존 코드베이스나 디자인 파일을 출발점으로 삼는 길과 여러 사람이 한 화면을 동시에 편집하는 길도 함께 열렸다. 구글은 이 공동 편집을 구글 독스의 동시 편집에 빗대어 설명했다. 완성한 화면을 넷리파이(Netlify)를 통해 곧바로 웹에 띄우는 길까지 붙어서, 말로 시작한 것이 그날 안에 주소를 가진 페이지가 되는 경로가 만들어졌다. 이 기능들은 5월 20일부터 전 세계에 무료로 풀렸다.

 

 

 

 

달라진 것은 기능이 아니라 리듬이다. 예전에는 요청하고 나면 5초에서 20초쯤 회전하는 표시를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고, 그 사이 작업자의 사고는 끊겼다. 스트리밍은 그 빈 구간을 없앴다. 결과가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다음 지시를 준비하게 되므로, 작업은 요청과 대기의 반복이 아니라 옆자리의 아주 빠른 동료와 함께 앉아 진행하는 페어 디자인 세션에 가까워진다. 컴파일러에게 명령하는 감각과 사람과 상의하는 감각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리듬에는 대가가 있다. 기다리는 시간은 낭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판단이 끼어들던 틈이기도 했다. 회전하는 표시를 바라보는 20초 동안 디자이너는 방금 자기가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되짚었고, 더러 요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그 사이에 알아차렸다. 결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게 되면, 멈춰서 이게 맞는 방향인지 묻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진다. 계속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애초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실시간 협업의 이점을 온전히 가져가려면 흐름을 끊고 판단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두어야 한다.

 

 

 

만드는 시간이 줄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바이브 디자인이 디자이너에게서 빼앗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시간의 배분이다. 손으로 화면을 만드는 데 쓰이던 시간이 줄고, 만들어진 것들 앞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한 디자이너는 스티치의 개편을 평하며 무한한 생성의 시대에는 큐레이션이 곧 장인의 기술이 된다고 썼다. 스무 개의 시안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스무 배 빨라진 작업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작업이다. 만들기에는 숙련이 필요했지만 고르기에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취향을 갖는다는 말과 다르다. 왜 이것을 남기고 저것을 버렸는지를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용자에게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브랜드가 어떤 감정을 약속했는지, 이 화면이 어떤 지표를 움직여야 하는지를 언어로 쥐고 있는 사람만이 스무 개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언어는 고를 때만이 아니라 요청할 때도 그대로 쓰인다. 좋은 판단 기준을 가진 사람이 좋은 프롬프트를 쓰고, 좋은 프롬프트가 고를 만한 선택지를 만든다. 요청과 선택이 같은 능력의 앞뒷면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조용히 무너지는 것이 하나 있다. 기준이 만들어지던 경로다. 신입 디자이너는 와이어프레임을 수없이 그리고 컴포넌트를 하나씩 뜯어 보며 눈을 길렀는데, 지금 자동화된 것이 정확히 그 일감이다.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이 고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줄어든 제작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갈림길이 된다. 그 시간을 더 많이 생성하는 데 쓰면 고를 것만 늘어나고 고를 힘은 그대로다. 반대로 사용자를 만나고 흐름을 다시 그리고 나온 것을 뜯어보는 데 쓰면, 줄어든 제작 시간이 판단력으로 환전된다.


2026년 3월의 그 발표가 진짜로 천명한 것은 도구의 세대교체가 아니었다. 디자인의 시간이 만드는 쪽에서 고르는 쪽으로 옮겨 간다는 선언이었다. 그리는 손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기 전에 무엇을 왜 그려야 하는지를 정하고 그려진 것들 앞에서 무엇이 맞는지를 가리는 일이 손보다 앞자리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계속 좋아지는 지능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하려는 사람에게 바이브 디자인은 그 시스템이 굴러가는 기본 리듬이며, 그 리듬 위에서 사람이 맡는 자리는 생성의 속도를 따라잡는 자리가 아니라 생성의 방향을 정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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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유훈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