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으로 하루 만에 만든 결과물이 실제 서비스가 되는 순간, 무엇이 달라질까.

개발자인 나도 요즘은 직접 코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달랐다. 기능 하나를 만들려면 코드를 쓰고, 막히면 구글링하고, 에러를 잡고, 어느 정도 동작하기 시작하면 다시 리팩토링했다. 간단한 웹서비스나 토이 프로젝트도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려면 한 달 정도는 잡곤 했다. 지금은 Claude Code나 Codex 같은 AI 코딩 도구에 원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개발을 시작한다. 특히 내가 일하고 있는 AX팀에서는 업무 자동화를 만들 일이 많은데, 간단한 작업은 프롬프트를 세 번 주고받기도 전에 개발이 끝날 때가 있다. 웹 서비스도 비슷하다. 예전 같으면 며칠씩 걸렸을 화면과 기능이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진다. 하루 정도 붙잡고 있으면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온다.
“이 정도면 이제 서비스 만드는 것도 정말 빨라지는 거 아닌가?”
실제로 빨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개발자는 여전히 바쁘다. 왜일까?
나 혼자 쓰려고 만들었을 때는 정말 간단했다
최근 AI·AX 관련 행사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작업을 만든 적이 있다. 처음 목적은 거창하지 않았다. AI 관련 행사가 워낙 많다 보니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찾는 게 귀찮았고, 그래서 AI를 활용해 행사 정보를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었다. 내가 보기 위한 도구였기 때문에 요구사항도 단순했다. 행사 이름과 일정, 장소 같은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고 내가 보기 편하게 정리해주면 됐다. 여기까지는 정말 빨랐다.
“이거 팀에서도 같이 보면 좋겠는데?”
Slack과 Notion에 연결했다. 조금 더 사용하다 보니 또 욕심이 생겼다. “기왕이면 전사에서도 볼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회사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Google Sheets에도 행사 정보를 넣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 자체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AI·AX 행사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다’였다. 그런데 사용자가 ‘나’에서 ‘우리’로 바뀌자 상황은 꽤 달라졌다.
사용자가 ‘나’에서 ‘우리’로 바뀌었을 뿐인데

먼저 기존 Google Sheets 시스템이 Apps Script로 구현돼 있었다. 새로 만든 자동화를 기존 시스템에 붙이려니 데이터 구조와 실행 방식을 맞춰야 했다. 내가 혼자 쓰던 프로그램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였다. 수집할 사이트를 늘리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사이트마다 구조가 달랐다. 어떤 사이트는 정보를 비교적 깔끔하게 가져올 수 있었지만, 어떤 사이트는 필요한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크롤링 자체가 어렵거나 정책상 수집에 주의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정보를 가져오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행사마다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하고 점수까지 매기려고 하자 이번에는 속도와 비용이 문제가 됐다. 더 많은 페이지를 읽고 더 많은 정보를 AI로 판단하게 만들면 결과는 좋아지지만, 느려지고 API 비용도 커진다.
결국 어디까지 정보를 수집할지, 어떤 작업에 AI를 사용할지, 어느 수준의 정확도를 목표로 할지를 다시 설계해야 했다. 처음에는 필요할 때 한 번 실행하면 됐던 자동화였지만, 여러 사람이 계속 사용하려면 내가 컴퓨터 앞에 없어도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했다.
최종적으로는 코드를 정리해 GitHub에 올리고 자동적으로 배포·운영이 되도록 구현했다. 처음과 마지막에 하는 일은 똑같다. 행사 정보를 자동으로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번 써보는 도구’를 만드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꽤 다른 일이었다.
화면에서 잘 돌아간다고 끝난 게 아니다
바이브 코딩을 하다 보면 이 차이를 놓치기 쉽다. 버튼을 눌렀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고, 화면도 제법 그럴듯하면 서비스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지금의 AI는 이 단계까지 오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질문이 달라진다. 챗봇이라면 사용자는 내가 예상한 방식으로만 질문하지 않는다. 엉뚱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권한이 없는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연결한 데이터가 없거나 잘못돼 있을 수도 있고, 외부 API가 응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내 데이터를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질문은 더 많아진다. 이 사람이 이 정보를 봐도 되는가? 사내 데이터를 외부 AI API에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는가? DB와 서버에는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 개인정보나 민감한 데이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내가 혼자 쓰는 동안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됐던 고민들이다. 서비스가 잘 작동하는지를 넘어, ‘누가 어떻게 사용해도 괜찮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 늘어나면 비용도 달라진다
또 하나 쉽게 놓치는 게 비용이다. AI 서비스를 만들면서 테스트를 위해 API를 몇 번 호출할 때는 비용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비싼 모델을 쓰고, 많은 데이터를 읽히고, 여러 단계의 AI 판단을 거치게 만들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 서비스에서는 “가능한가?”만큼이나 “이걸 계속 운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응답 속도는 괜찮은가. 한 번 사용하는 데 얼마가 드는가. 사용자가 늘어나도 감당할 수 있는가. 동시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계속 관리할 것인가. AI가 코드를 잘 작성해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영역의 문제들이다.
개발이 빨라졌더니, 기획이 길어졌다
개인적으로 AI 코딩을 사용하면서 흥미롭게 느끼는 변화가 하나 있다. 개발 속도가 빨라졌는데, 오히려 기획에 쓰는 시간은 늘었다. 예전에는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것 자체에 시간이 꽤 필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기능이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것도 할 수 있나요?”, “그러면 이것도 붙여볼까요?”, “다른 팀에서도 쓸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구현할 수 있으니 서비스의 범위도 빠르게 커진다. 그러다 보니 누가 사용할지, 어떤 문제까지 해결할지, 어떤 데이터를 연결할지, 어느 수준의 정확도가 필요한지, 얼마의 비용까지 허용할지 정하는 일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AX 업무에서는 여기에 소통이 하나 더 붙는다. 내가 사용할 서비스를 내가 만든다면 기준은 내가 만족하면 되기에 단순하다. 하지만 AX팀에서 만드는 것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서비스다.
요청자는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고, 개발자는 구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빠르게 하나를 만들어 보여주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요구사항을 바꾸고, 또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AI가 구현을 빠르게 해주면서 오히려 이런 과정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느낀다.
코딩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개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바이브 코딩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바이브 코딩은 이미 개발의 많은 부분에서 강력하고, 앞으로는 훨씬 더 강력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루 만에 만들어볼 수 있다. 개발자를 붙이기에는 작았던 업무도 직접 자동화할 수 있고, 목업과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개발자인 나 역시 그 변화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다. 과거에 코드를 작성하고, 구글링하고, 디버깅하고, 리팩토링하던 시간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대신 그 시간은 기획하고, 검증하고, 배포하고, 소통하는 일로 이동했다.

어쩌면 AI가 구현이라는 큰 병목을 줄이면서, 그동안 코드 뒤에 가려져 있던 일들이 더 잘 보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로컬을 벗어나는 순간, 한 번 더 생각해볼 것
그래서 요즘 바이브 코딩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개인적으로 하나의 경계선을 생각한다. 내 컴퓨터를 벗어나는 순간이다. 로컬에서 나 혼자 사용할 때는 ‘잘 된다’가 가장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그런데 서버에 올라가고, 다른 사람이 접속하기 시작하고, 회사 데이터가 연결되고, API 호출에 실제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이 생긴다.
누가 사용하는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가.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해도 괜찮은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누가 계속 관리할 것인가. 이 질문들을 처음부터 전부 해결해야 바이브 코딩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일단 빠르게 만들어보는 것이 지금 AI 시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결과물을 나 혼자 쓰는 것을 넘어 실제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질문도 함께 시작해야 한다. AI 덕분에 앞의 단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고, 이제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은 어쩌면 그다음 단계다.
“잘 돌아가는 데모와, 운영 가능한 서비스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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